2011.01.03 10:01

김동현 UFC 5연승, 반갑지만 아쉽다

국내 격투기의 간판선수가 된 김동현이 UFC 125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UFC에서만 5연승을 거두며 체력적으로 한계가 명확한 아시아 선수의 성공시대를 열었다는 점만으로도 그의 승리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한때 K-1 열풍이 불며 입식 타격기가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시절도 있었어요. 물론 이를 통해 다양한 선수들이 스타로 탄생하기도 했지만 이벤트성 성공들이 많아 진정한 승자의 모습이나 격투가의 본능을 보여준 선수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김동현은 분명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일본이 아닌 격투기 본가라 부를 수 있는 미국 시장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환영받았습니다. 물론 일본 격투 시장이 급속하게 축소되며 위기를 맞이했던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쉽게 정상에 서고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일본 시장을 버리고 미국의 UFC를 선택한 것은 진정한 강자가 되고 싶은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옥타곤이라 불리는 UFC는 세계 최고의 격투 가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정한 최강 무대이지요. 입식 타격의 장점이나 재미도 충분하지만 모든 것이 다 허용되는 UFC(물론 무규칙 격투기도 존재하지만)는 모든 것이 가능하기에 격투 본연의 재미를 느끼기에 제격이지요.

룰과 링 사이즈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입식타격을 하던 K-1 고수들이 옥타곤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는 것만 봐도 UFC는 현존 최고의 격투 무대임은 분명합니다. 부정하려 해도 일본은 미국 다음의 격투기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곳이에요. 당연하게 그에 걸 맞는 유명 격투기 선수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뒤늦게 격투기 시장에 뛰어든 한국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 선수들이 UFC에서 성공을 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김동현의 5연승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더욱 일본 최고의 격투가 중 하나로 꼽히는 고미 다카노리가 패배한 것과 비교되며 김동현의 승리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네요.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는 김동현은 상대인 네이트 다이즈를 맞이해 시작과 함께 테이크 다운을 시키며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슬로우 스타터라고는 하지만 유명 짐에 소속된 다이즈는 김동현이 뛰어넘어야만 하는 중요한 상대였고 그만큼 어려운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다이즈를 상대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어 갔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능력은 인정받아야만 하지요. 레슬링이 주 특기인 만큼 타격에 자신감을 보이는 다이즈를 상대로 강한 압박을 가한 김동현이 3라운드 종반에 위기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승리는 당연했습니다. 

3-0보다는 2-1 정도가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았지만 분명한 것은 김동현의 승리가 당연했다는 것입니다.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UFC 무대에서 5연승을 거두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라이드가 망하지만 않았으면 그 무대에서 뛰었을 김동현이 우여곡절 끝에 최고의 무대에 입성해 일궈놓은 성과는 특별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국(계) 격투기 최고의 스타인 추성훈이 UFC에서 성공신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고 양동이와 정찬성이 아쉽게 패배하는 등 한국 격투 가들의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김동현이 여전히 추성훈 만큼의 인기를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실력만큼은 이미 추성훈을 넘어섰음을 이번 대회는 잘 보여주었지요.

이런 김동현에게 아쉬웠던 것은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도 승자 인터뷰입니다. 3-0 판정이 나자 옥타곤 주변을 둘러싼 관중들의 야유는 김동현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지더라도 화끈하게 경기를 하는 선수가 살아남는 곳이 UFC입니다.

철저하게 상업적인 메리트가 있는 파이터만이 인기와 부를 모두 누릴 수 있는 UFC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승리를 하고서도 야유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 이번 경기를 통해서도 잘 보여졌지요. 화끈한 타격이나 테이크 다운 이후의 화려한 파운딩 등으로 관중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승리해도 인기를 얻는 것은 한계가 있을 거에요.

악동도 아닌, 큰 특징 없는 동양인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김동현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하는 일도 중요하게 다가오네요. 경기 후 동급 최강자인 GSP(조르쥬 생 피에르)에게 도발하는 모습은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쇼를 베이스로 진검 승부를 펼치는 UFC 무대에서는 겸손함보다는 도발하는 모습을 선호하곤 합니다. 경박함이 아닌 실력을 갖춘 김동현이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폭발적인 파괴력과 긍정적 도발은 UFC 성공 신화를 위한 티켓으로 다가올 겁니다.  

경기가 끝난 후 승자에게는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승자이기에 맛볼 수 있는 이 달콤한 인터뷰가 아직 낯설기만 한 김동현은 이번에도 진행자의 질문과 상관없는 "나는 스턴 건"만을 외치는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비록 통역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김동현의 UFC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인터뷰는 필수적입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가 진정한 UFC 스타가 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김동현의 5연승은 대단한 성적입니다. 2, 3 경기 계약을 맺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무대에 올라서기도 힘든 옥타곤 무대에서 5연승을 했다는 것은 경이로운 기록입니다. 이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최강 GSP와 대결하는 날까지 연승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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