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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엘지에 0-1패, 타격 부진이 가을 야구의 승패 갈랐다

by 스포토리 2016.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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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가을 야구는 끝났다. 끝내 터지지 않은 타격은 그렇게 아쉬움을 주고 말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기아는 최선을 다했고, 보다 잘한 엘지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었을 뿐이다. 엘지 팬들로서는 유광 점퍼를 입고 가을 야구의 진수를 만끽하게 되었다.

 

양현종과 류제국의 한국시리즈 결승전 같았던 투수전 가을 야구 뜨겁게 달궜다

 

 

와일드카드 경기인데도 마치 한국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하는 듯 치열했던 오늘 경기는 승패를 떠나 최고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다. 비록 타선이 터지지 못해 아쉽게 가을 야구를 접어야 했던 기아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타격이 침묵한 만큼 투수전과 야수들의 호수비는 야구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야구의 진짜 재미는 투수전이라고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메이저리그의 가을 야구 역시 뛰어난 투수들의 선발 야구가 빛을 발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오늘 경기에서 류제국은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 양현종이 상대적으로 위기를 많이 맞은 것과 달리 류제국은 오늘을 위해 한 시즌을 준비한 듯 완벽한 모습으로 경기를 지배해갔다. 6회 1사 후 필이 때린 2루타가 류제국이 맞은 유일한 안타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오늘은 완벽한 류제국의 날이었다.

 

류제국은 8이닝 동안 116개의 투구 수로 1피안타, 6탈삼진, 6사사구, 무실점으로 가장 중요한 경기를 잡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물론 안타는 1개만 내주었지만 사사구가 많았던 것은 흠이었다. 더욱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범호가 연타석 사구를 맞는 상황은 문제로 다가올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류제국이 거의 완벽한 피칭을 한 것과 달리 양현종의 투구는 불안함이 공존했다. 실점은 없었지만 불안한 상황은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좀 남는다. 양현종은 6이닝 동안 95개의 공으로 5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 경기를 했다. 안타를 내준 상황에서도 언제나 그랬듯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오늘 경기의 분수령은 중간 존재하기는 했지만 뛰어난 수비와 두 선발 투수의 강력한 투구로 막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3회 위기 상황에서 이범호는 환상적인 수비로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물론 6회 아쉬운 실책으로 불안을 쌓기도 했지만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다.

 

김선빈은 오늘도 좋은 수비와 아쉬운 송구를 한꺼번에 남기기도 했다. 런다운 플레이를 하면서 너무 급한 행동으로 인해 악송구를 던지는 장면은 아쉬웠다. 큰 키의 필이 잡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필이 어렵게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필 역시 급하게 처리하려다 높게 날아온 공을 완벽하게 잡지 못하는 장면에서 이들의 긴장감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 역시 승패를 가늠 하는 결정적인 장면은 아니었지만 오늘 경기의 긴장감을 잘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4회 엘지 공격에서는 히메네스의 과도한 플레이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2루 베이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김선빈을 향해 슬라이딩을 하는 장면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정호 부상으로 만들어진 그 과도한 슬라이딩이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양 팀 선발은 인생 투구를 했다. 그리고 야수들 역시 어제 경기와 달리 실책 없이 호수비로 경기의 긴장감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주었다. 기아가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6회 1사 후 필이 기아의 첫 안타를 2루타로 만들며 기회를 잡았다. 안타 하나면 득점도 가능한 상황에서 어제 경기를 내준 이유가 되었던 유격수 오지환의 호수비는 모든 것을 막고 말았다.

 

나지완의 잘 맞은 타구가 그렇게 빠져나갔다면 기아는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흐름상 기아가 두 번째 경기도 지배할 가능성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지환의 환상적인 수비로 인해 그 모든 것은 막히고 말았다. 필의 안타 전 2번 타순으로 첫 출전한 서동욱의 한 방도 아쉬웠다.

 

우측 펜스를 살짝 벗어나는 파울은 아쉬웠다. 인플레이로 담장을 넘겼다면 호투를 하던 류제국이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의 신은 기아가 아닌 엘지의 편이었다. 8회에는 기아 우익수 노수광이 슈퍼 세이브를 보이며 위기를 막아냈다.

 

2사 2, 3루 상황에서 그 호수비가 없었다면 경기는 그 상황에서 끝날 수도 있었다. 두 명의 주자가 손쉽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 질주도 모자라 슬라이딩까지 해서 잡아낸 노수광의 수비 하나는 명품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문제의 9회 첫 타자인 정상호에게 안타를 내준 것이 아쉬웠다. 8회부터 마운드에 선 임창용는 이 안타를 내주며 불안한 시작을 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상황은 대주자로 나선 황목치승의 경이로운 도루였다. 상황으로만 보면 아웃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목치승은 영특한 슬라이딩으로 완벽하게 김선빈의 태그를 벗어나 득점권에 나서며 기아를 강하게 압박했다.

 

가을 야구에 선택받은 포수 한승택은 온몸을 던지며 왜 자신이 기아의 새로운 주전 포수인지를 증명했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문선재의 보내기 번트가 뒤로 크게 날아갔다. 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달려 다이빙까지 하며 잡아내는 장면은 대단했다.

 

한화가 버린 신인들인 노수광과 한승택은 가을 야구에서 왜 자신들이 최고인지를 증명하기도 했다. 마지막 승부를 위해 지크까지 마운드에 올렸지만 엘지를 잡을 수는 없었다. 중견수 플라이로 결승타가 되어버린 상황은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홈 승부를 위해 외야수들까지 전진 배치를 한 상황에서 김용의의 희생플라이는 그렇게 경기를 끝내는 한 수가 되었다. 하지만 기아 중견수인 김호령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려가 잡아내고 즉시 홈으로 송구를 하는 장면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비록 승률을 희박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김호령의 이 수비 하나는 기아의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엘지는 승리할 가치가 있는 경기를 했다. 패자인 기아 역시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열심이었고 누구도 비난을 받을 이유 없는 즐거운 경기를 해주었다. 기아는 올 시즌 가을 야구를 통해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신구 조화를 통해 가능성을 엿봤고, 그렇게 내년 시즌에는 보다 단단한 팀으로 되살아날 수 있음을 그들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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