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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기아 두산에 5-1승, 임기영 호투와 버나디나 맹타 우승이 보인다

by 스포토리 201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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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을 내준 기아의 기세가 강력하다. 2차전 양현종의 완봉승이 기아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역으로 양현종에게 완벽하게 막힌 두산은 의외의 트라우마에 갇히는 분위기다. 한국시리즈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었던 4차전에서도 이런 모습은 여실히 이어졌다. 


아기 호랑이 임기영 호투와 버나디나 맹타 완승을 이끌었다



궁지에 몰린 두산과 선발 야구가 다시 되는 기아는 4차전에서도 이런 긴장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유희관은 기아에 강했다. 기아 타자들이 기교파 투수들에 약한 모습을 자주 노출해왔다는 점에서 구속이 아닌 제구로 승부하는 유희관은 언제나 우위에 서 있었다. 


임기영과 유희관의 대결 구도에서 기록만 보면 압도적인 결과가 나온다. 두산이 2년 연속 우승을 하는 동안 유희관의 역할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느린 공으로도 프로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그는 매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임기영은 선발이 올 시즌 처음이다. 당연히 가을 야구에서 선발로 나서는 것도 처음인 선수다. 


오늘 경기는 1회 완성되었다. 기아는 1회 시작과 함께 1사후 김주찬의 2루타에 이어 버나디나의 우측 라인을 타고 흐르는 적시 3루타로 너무 손쉽게 선취점을 얻었다. 여기에 최형우의 적시타가 이어지면 단숨에 2득점을 하는 순간 분위기는 기아로 급격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쫓기는 신세다. 1차전을 승리하기는 했지만 2, 3차전에서 상대 선발에 완전히 눌린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불안했다. 기아가 아닌 다른 팀들과 경기에서는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두산이다. 지난 두 번의 우승 과정에서도 압도적인 두산이었다. 그런 두산을 기겁하게 만든 양현종 효과는 대단함으로 다가온다. 


기아 타선이 1회 2득점을 해준 것은 오늘 경기 승리의 90%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만만하기는 했지만 임기영에게 한국시리즈 선발이라는 무대는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만원 관중에 엄청난 중압감을 지닌 채 상대를 압도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20승 투수 헥터도 4자책을 하며 패배를 했던 것이 바로 한국시리즈다. 하지만 임기영의 투구는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시즌 초반의 모습이었다. 부상 후 후반 복귀에서 페이스가 떨어지며 좀처럼 임기영다운 투구를 하지 못했지만, 긴 휴식기를 통해 체력을 보충하고 부족했던 부분들을 다시 채운 임기영은 강했다. 


1회 2사 후 박건우에게 2루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조금도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임기영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당당함이다. 임기영은 오늘 경기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뜬 공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철저하게 땅볼로 유도한 임기영의 큰 폭의 변화구들을 두산 타자들이 쳐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산발적 안타에 기회가 주어진 듯 하면 나오는 삼진, 그리고 잘 맞아야 내야 땅볼에 머무는 상황에서 두산 타자들이 가졌을 답답함은 지켜보는 팬들도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유희관 역시 1회 공이 높게 뜨면서 3연속 안타를 내주며 2실점을 했지만, 이후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기아 타선을 요리해갔다.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유희관을 공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강한 볼은 없지만 정교한 제구에서 나오는 투구는 알면서도 당하는 경우들도 있으니 말이다. 


유희관은 오늘 경기에서 6과 1/3이닝 동안 93개의 투구수로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3실점, 2자책을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잘 던졌다. 다만 임기영이 좀 더 잘 던졌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 유희관으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보여준 경기였다. 


오늘 경기의 결정적 순간이 1회였다고 했다. 중반 이후 흐름 자체를 완벽하게 기아로 돌려 놓은 것은 7회 나왔다. 수비는 여전히 탁월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좀처럼 안타를 치지 못하던 이범호가 첫 안타를 쳐냈다. 대주자로 교체한 기아는 추가점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2-0 상황에 7회까지 이어진 상황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민식이 번트를 대고, 김선빈이 볼넷으로 나간 후 이명기의 외야 플라이로 2사 1, 3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단타 하나면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주찬의 타구는 유격수 땅볼이 되었다. 그렇게 이닝이 끝나는 듯했지만 베테랑 김재호가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하며 실점을 하고 말았다. 


끝낼 수 있는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자, 버나디나는 다시 적시타로 후속 주자를 불러들여 단숨에 4-0까지 앞서나갔다. 기아가 올 시즌 내내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던, 타격 집중력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득점 과정이 잘 보여주고 있다. 


임기영은 5와 2/3이닝 동안 81개의 공으로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6이닝을 채울 수도 있었지만 앞선 선발들이 긴 이닝 완벽한 투구를 하면서 불펜 투수들이 여유로웠다. 임기영을 교체하는 상황은 2-0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기아는 미련 없이 모든 불펜 투수 자원들을 동원하는 물량 공세에 나설 수 있었다. 


기아는 한국시리즈에서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도 좋다. 정규 시즌에서 불펜 문제가 크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다. 이는 다른 명제라는 의미다. 기아 선수들은 8년 만의 우승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다. 그에 반해 두산 선수들이 보인 아쉬운 모습들은 일각에서는 이미 배부른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을 정도다. 


단기전에서 경기 흐름은 수비에서 나온다. 수비에서 실책을 한 팀은 진다. 오늘 경기에서도 믿었던 김재호가 실책을 하며 경기 전체 흐름을 망치고 말았다.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 실책 하나는 단숨에 기아가 모든 것을 압도하게 만든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1차전 안치홍의 실책이 패전을 불렀듯, 양 팀 모두 결정적 수비 실책을 막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3승 1패로 앞선 기아에게는 단 한 번의 승리면 끝이다. 그리고 그 1승을 위해 헥터부터 마운드에 오른다. 1차전 패전을 돌려주고 싶은 헥터로서는 5차전을 명예 회복의 기회로 삼고 싶을 듯하다. 감기 기운이 있다고는 하지만, 선발 등판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기아가 과연 1패 뒤 4연승을 하며 경기를 끝낼지, 아니면 광주 홈에서 우승을 차지할지 궁금해진다. 단기전은 흐름이다. 그 흐름이 끊기면 모든 것은 예측 불허의 세계로 흘러가게 된다. 파죽지세였던 두산이 양현종에게 막히지만 않았다면 손쉽게 또 다시 우승 왕관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어려운 물길을 바꾸는 역할을 양현종이 해냈고, 그 흐름을 이어간 기아는 이제 8년 만의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헥터와 니퍼트의 리턴 매치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기아 벤치는 모든 동원 가능한 투수들을 모두 대기시키겠다고 공헌했다. 잠실에서 우승을 확정 짓겠다는 의지다. 니퍼트가 양현종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다시 경기 흐름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헥터와 니퍼트의 리턴 매치는 야구 팬들에게는 최고의 카드가 아닐 수 없다. 


8년 만의 우승 도전에 나선 기아. 기적과 같았던 승부를 펼친 과거의 기아가 새로운 왕조를 건설하던 두산을 꺾고 V11을 완성할지 궁금하다. 한국시리즈에 나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그들의 역사는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헥터가 왜 자신이 20승 투수인지 증명할 수 있다면 2017 시즌 가을 야구는 30일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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