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8 13:11

박항서 매직 베트남vs황의조 미라클 한국 4강 맞대결 승패 예측 불가

기적은 이뤄진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사용되던 문구이기도 하다. 당시 4강 신화를 만들었던 히딩크 호에서 코치로 참여했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베트남 국민 영웅이 되어버린 박항서 감독은 4강에서 운명과도 같이 한국 대표팀과 마주하게 되었다. 


박항서 아이들과 황의조 아이들의 4강 맞대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시리아를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격파하고 4강에 올랐다. 베트남 축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올린 최고 성적은 16강이었다. 이미 그 기록을 깬 박항서 호는 이제 메달권에 들었다. 


4강에서 만나는 한국 대표팀을 이기고 결승에 올라서면 은메달을 확보하게 된다. 지더라도 3, 4위전을 통해 동메달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베트남 축구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졌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의외로 질기고 강하다. 


어떤 강적을 만나더라도 쉽게 지지 않는다. 골을 내줘도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속에서 베트남 축구의 강력함과 미래가 담겨져 있다. 축구 변방이었던 베트남 축구가 이렇게 장족의 발전을 할 것이라 믿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된다는 사실에 시큰둥했다.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가 변방 축구 대표팀 감독이 되어 무엇을 하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은 베트남 현지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신화를 쓴 히딩크 감독과 함께 코치로 있었다는 것 외에는 내세울 수 있는 이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영웅이 되는 것은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23세 이하 대표팀이 AFC U23 경기에서 결승에 올랐다. 베트남에서는 구경할 수도 없는 폭설로 인해 경기 조차 치르기 힘든 악조건 속에서도 베트남은 강했다. 


최강이라는 우즈베키스탄에 종료를 앞두고 결승골을 내주고 준우승에 그쳤지만 누구도 베트남 축구가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한국 대표팀이 졌던 우즈베키스탄에 베트남도 졌지만 온도 차는 클 수밖에 없었다. 만약 폭설이 내리지 않았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수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베트남 축구의 패기는 대단했다. 


단순한 패기만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기교도 뛰어났던 그들의 다음 도전은 아시안게임이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차원이 다른 경기에서 과연 베트남 축구가 쟁쟁한 팀들 사이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의아했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의 목표는 동남아 국가들이 모여 대결하는 스즈키 컵에 맞춰져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큰 일을 낼 수 없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경쟁하는 스즈키 컵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를 바랐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큰 인기 만큼 축구 대표팀의 실력이 좋지 않았던 것은 경제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국이 선도하고, 베트남이 축구에 대한 집중 투자를 하며 동남아시아 축구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의 맹주였던 태국을 위협하는 베트남. 그런 베트남이 태국을 능가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다. 


AFC 경기와 아시안게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단한 수비에 끈끈한 조직력.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열정이 베트남 축구를 4강까지 이끌었다. 모든 여정이 베트남 축구 역사의 새로운 기록이 되어가고 있는 박항서에 대해 '매직'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은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그런 그들이 4강에서 대한민국과 만나게 되었다. 


전년 대회 우승국인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이 경기들에 관심이 집중된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손흥민이 과연 금메달을 따고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쌓여왔던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도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기 바라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손흥민의 병역 혜택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아시안 게임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선수는 손흥민이다. EPL 상위권 팀은 토트넘의 주전 선수인 손흥민에 대한 인지도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대한민국 대표팀은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말레이시아에 발목이 잡히며 조기 탈락 가능성까지 대두 될 정도였다.


최악의 대표팀이라는 조롱까지 받는 상황에서 한국 축구를 극적으로 살린 것은 황의조였다. 황의조 선발에 대해 축구팬들은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김학범 감독의 애제자였다는 이유로 선발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조롱은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폭발하며 사라졌다. 


우즈베키스탄과 만난 8강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를 살린 것은 황의조였다. 그의 해트트릭이 없었다면 한국 대표팀은 졸전 끝에 우즈베키스탄에 진 채 짐을 싸야 할 정도였다. 조현우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두 번째 경기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 송범근이 맡는 골대는 불안했다. 


수비 조직도 불안했던 상황에서 우즈베키스탄의 공격을 막기에 역부족인 상황은 지난 AFC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동점과 역전 골을 내주는 과정을 보면 한국 대표팀이 얼마나 실력이 없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위기를 이겨내게 만든 것이 바로 황의조의 골이었다. 


손흥민의 두 번의 어시스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골이었지만, 그의 활약은 골이 단순히 운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미 8골을 몰아넣은 황의조는 최고의 컨디션이다. 그의 발에 닿는 순간 순도 높은 골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은 그의 진가를 다시 확인하게 해준다. 


황의조는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재발견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4강까지 이끌었다. 역전을 당한 후 힘겨워하는 손흥민의 표정과 그런 그를 응원하며 위로 하던 황의조. 결국 팀의 4골 모두에 관여한 황의조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황희찬이 황의조가 얻어낸 패널티 골을 차겠다고 우긴 상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손흥민이 차야 했지만 그는 양보했다. 그리고 손흥민은 황희찬의 PK를 직접 보지 못하고 귀까지 막고 있을 정도였다. 한국 대표팀의 운명이 걸린 연장 후반에 어렵게 얻어낸 PK 골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골을 넣은 후 손가락을 입에 대고 카메라를 향해 달려가 퍼포먼스를 하던 황희찬. 웃옷까지 벗어 경고까지 받으며 과한 세레머니를 한 그의 행동에 비난 여론이 높다. 교체로 들어온 황희찬은 경기를 풀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짐이 되었다. 이미 예선에서 과도한 행동으로 비난을 받았던 황희찬은 오늘 경기에서도 실력으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팬들을 향해 조용하라고 외치는 모습이 좋아 보일 리가 없다. 


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과 아슬아슬하게 단계를 넘어가기에 급급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4강에서 만나게 되었다. 두 팀 모두 연장 혈투를 펼친 후 이틀 휴식 후 4강 대결을 해야만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베트남은 4강 만으로도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베트남과 달리 한국 대표팀은 우승을 하지 못하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무게감이 다르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즐기며 축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다. 물론 욕심을 내 우승까지 넘보려 하겠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여유 있게 즐기는 축구를 하게 되면 오히려 한국 대표팀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박항서 매직과 황의조 미라클이 4강전에서 맞붙는다. 많은 이들은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따고 베트남이 동메달을 따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공은 둥글고 누가 이길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승패는 결국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에 있을 것이다. 여전히 엉망인 한국 대표팀과 하나가 되어 신화를 써가는 베트남 대표팀의 경기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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