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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코보컵] 현대 기업은행 3-1 승, 양효진과 황민경 너무 강했다

by 스포토리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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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꼴찌의 불명예를 안아야 했던 현대가 올 시즌은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들을 많이 했다. 그리고 코보컵에서 그런 가능성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두 경기 연속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주며 문제점들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경기를 하면서 강력해지는 현대 힐스테이트의 올 시즌은 흥미롭다.

 

앞선 도로공사vs인삼공사 대결과 달리, 현대 vs 기업은행 경기는 시즌 경기를 보는 듯 흥미로웠다. 올림픽 출전한 에이스들까지 경기에 나서며 마치 시즌 막바지 경기를 하듯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었다. 인삼공사가 잦은 범실로 자멸한 것과 달리, 두 번째 경기는 실수를 최소화하며 배구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 줬다.

전날 경기처럼 현대는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상대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내준 것처럼 제대로 된 대비도 하지 못하고 손쉽게 세트를 내줬다. 기업은행 세터이자 주장인 조송화의 서브로 8-0까지 앞서 나가는 과정은 신기할 정도였다.

 

일방적 경기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현대는 후반 들어 점수를 내기 시작하며 25-16으로 경기를 마친 것은 주효했다. 분명 황당할 정도로 첫 세트를 내준 것은 아쉬웠다. 상대적으로 기업은행은 올 시즌 첫 경기, 첫 세트를 압도했다는 점이 반가웠을 듯하다. 

 

고예림이 리시브 범실을 하면서 구멍이 되기는 했지만, 현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팀을 이끄는 주장 황민경의 파워 넘치는 공격은 활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절대 강자인 양효진의 통곡의 벽은 여전히 강력함을 증명해주었다.

 

새로 선임된 강성형 감독은 윙 스파이커 위주의 팀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양 사이드 공격을 극대화해 팀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포부였다. 문제는 양효진이 아직 건재하고 너무 잘한다는 점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미들 브로커인 양효진은 16점으로 가장 높은 득점력을 보였다.

 

노련한 경기 운영만이 아니라 높이의 배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양효진의 모습은 부상만 없다면 올 시즌도 대단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통곡의 벽처럼 기업은행 공격을 차단하는 양효진의 능숙함은 단단함으로 다가왔다.

 

강 감독의 이런 변화는 이다현의 공격으로 잘 드러났다. 윙 스파이커 위주의 경기력은 이다현이 이동공격을 하며 상대를 무너트리는 장면들에서 자주 나왔으니 말이다. 유럽 선수들이 자주 하는 한발 스파이크를 능숙하게 하는 이다현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미들 브로커로 185cm의 키에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강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미들 브로커인 양효진이 있다. 함께 경기를 하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다현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업은행과 경기에서 보여주었듯, 윙 스파이커로서 공격력도 충분함을 증명했다. 미들 브로커에서 아웃사이드로 위치를 변경하려는 정지윤 역시 올림픽 후유증으로 실수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파괴력은 여전했다. 

 

황민경, 고예림, 전하진이 전부인 아웃사이드는 빈약하다. 정지윤이 미들 브로커를 버리고 완벽하게 아웃사이드로 적응을 한다면 현대는 보다 강해질 수 있다. 아포짓인 베테랑 황연주 역시 좌우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겨우 아웃사이드 여섯 명을 채우기는 했지만 불안하다.

 

황민경은 오늘 경기에서 15점을 올리며 여전히 좋은 폼을 보여주었다. 초반 고전하던 고예림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고무적인 것은 노장 황연주가 확연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풀타임으로 시즌을 치를 수는 없겠지만, 현대 공격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황연주가 가벼운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현대의 미래일 수밖에 없는 이다현과 정지윤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신인 리베로 한미르가 좋은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로서는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 세터인 김다인 역시 중요한 핵신 신인 자원이다.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다현, 정지윤, 한미르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 여부는 중요하다. 

 

기업은행으로서는 아쉬운 경기였다. 첫 세트를 완벽하게 가져갔지만 후반 공격을 내주며, 분위기를 현대에 넘긴 것이 문제였다. 2세트를 내준 기업은행은 3세트에서 꼭 잡아야만 했다. 듀스까지 이어지며 29-27로 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올림픽에서 돌아온 표승주 선수가 강력한 파괴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희진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닌 것처럼 보였고, 실수도 많았다. 김수지 선수까지 출전했지만 전력을 다할 상황은 되지 못한 것이 패인이기도 했다.

 

기업은행이 1-3으로 기지는 했지만 분명 소득도 있었다. 현대에서 넘어온 김주향이 아웃사이드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었다. 강력한 스파이크로 상대를 압도하는 김주향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선사했다.

현대 양효진(블로킹 10개)과 함께 16점으로 최다 득점을 한 김주향은 올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신인인 육서영이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으로서는 표승주를 중심으로, 김주향, 육서영이 핵심 아웃사이드로 경기를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박민지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압도적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실업팀에서 데려온 최수빈 역시 첫 경기라 그런지 자신의 장점들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서남원 감독의 제자라는 점에서 최수빈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궁금해진다. 

 

김주향의 활약만큼이나 고무적이었던 것은 미들 브로커로 나선 최정민이었다. 윙 스파이커로서 모두 활약이 가능한 최정민이 미들 브로커로서 가능성을 오늘 경기에서도 보여줬다는 것은 기업은행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미들 브로커로서는 너무 낮은 신장(179cm)이지만 지난해 1라운드로 뽑은 선수라는 점에서 최정민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절대적인 존재인 김수지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다면 새로운 형태의 미들 브로커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세터인 조송화와 올림픽으로 나간 선수들 간의 호흡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는 시즌 전 해결이 가능하다. 프로에 잘 적응하며 성장하고 있는 육서영에 첫 경기부터 파괴력을 보여준 김주향, 그리고 미들 브로커로서 가능성은 보인 최정민 등 기업은행의 올 시즌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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