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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occer/유럽리그

박지성과 지동원, 강력한 코리안 듀오의 힘을 보여 주었다

by 스포토리 2011.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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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퍼거슨 감독의 25주년 경기로 화제를 모았던 맨유와 선더랜드의 경기는 치열했습니다. 사제 간의 대결과 코리안 더비로도 화제가 되었던 이 경기는 박지성의 존재감과 지동원의 진가가 그대로 드러난 의미 있는 경기였습니다.  

퍼기경 25주년 기념 경기에 코리안 듀오가 날았다




박지성은 선발 출전하고 지동원은 벤치에서 시작한 경기는 시작 4분 만에 코너 위컴이 갑자기 쓰러지며 급하게 지동원이 그라운드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선발 경쟁자인 지동원과 엄청난 이적료로 선더랜드에 온 위컴의 관계는 위컴에서 우선순위를 두고는 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지동원은 경기 내내 현명함과 활발함으로 자신이 왜 선발이 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경기는 철저하게 퍼거슨을 위한 경기였습니다. 구장 중앙에 '서 알렉스 퍼거슨 스탠드'를 공식적으로 지정하고 그를 위해 선수들이 도열해 축하를 해주며 기념 묵념을 통해 거장 퍼거슨을 기념하며 경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퍼거슨을 위해 퍼기의 아이들도 구장을 찾았고 영국 현지에서는 퍼거슨을 위한 다큐를 찍듯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치는 날 이였다 하지요.

하지만 경기는 시작과 함께 선더랜드의 강력한 공격에 힘든 시작을 해야 했습니다. 퍼거슨의 제자인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자신이 단 한 번도 스승을 이겨보지 못했기에 이번 경기만큼은 꼭 스승을 꺾어보고 싶었던 듯합니다. 경기 전 훈련에서도 선수들마저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로 훈련을 진두지휘 하는 모습에서 브루스 감독의 승리에 대한 간절함은 그대로 묻어나 있었지요.

초반 선더랜드의 강력한 공격과 수비는 맨유를 힘겹게 만들었습니다. 중원으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 역시 초반 좀처럼 자신의 자리를 못 잡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20분이 넘어서면서 조금씩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전반 가장 돋보인 선수는 필 존스였습니다.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수이면서도 공격수 못지않은 오버래핑으로 선더랜드 수비수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그의 모습은 돋보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맨유는 퍼디난드와 비디치를 중앙에 존스와 에브라를 풀백으로 두고 허리에는 나니와 웰벡을 윙으로 박지성과 플레처를 중앙에, 투톱으로 치차리토와 나니를 두는 필승조가 나섰습니다. 윙어로 활동하던 박지성이 중앙에 나선 것이 이례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옵션으로 봤을 때 오늘 출전 명단은 올 시즌 맨유의 필승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전반 46분 나니의 코너킥이 웰벡을 지나 함께 헤딩 경합을 하던 웨스 브라운의 머리에 맞고 골이 되었습니다. 맨유 유스 출신으로 올 시즌부터 선더랜드에서 뛰는 브라운으로서는 은사의 25주년 경기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승리를 안기는 골을 넣게 되었습니다.

전반 경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것은 필 존스였습니다. 강한 체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인 존스는 수비수이지만 공격수 못지않은 모습을 보이며 선더랜드를 위협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지성 역시 초반 중앙이 어색한 듯 보였지만 30분을 넘어서며 특유의 활발함으로 공수를 조율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지동원 역시 의외로 이른 교체에 위축되는 모습 없이 활발하게 중앙과 사이드를 오가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적극성이 조금 지나쳐 퍼디난드에게 태클을 하며 엘로우 카드를 받을 정도로 지동원의 투지는 발군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전반전은 선더랜드에게 경기 주도권을 빼앗긴 경기였습니다. 비록 선더랜드의 자책골로 1-0으로 앞서기는 했지만 활발함이나 공격 루트 개척에도 어려움을 보인 맨유는 후반 시작과 함께 활발한 공격으로 선더랜드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전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퍼기경의 전략 전술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좀처럼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던 맨유가 후반 전혀 다른 팀으로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박지성의 새로운 별명처럼 다가오는 '폭풍 드리블'이 나오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지난 챔스 전에서 중앙 깊숙이 내려와 경기를 하던 루니는 오늘 경기에서도 박지성과 스위치를 하며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자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루니가 공격 최전방에 나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맨유에게는 더욱 득이 될 듯합니다. 루니가 허리로 내려서며 강력한 한 방이 터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로 다가오니 말입니다.

지동원은 66분경 맨유 골대 앞에서 샌드위치 마크를 당하며 선심에 의해 P.K를 선언 받았지만 주심에 의해 정정당하며 동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후반 들어 선더랜드는 지동원을 맨유 깊숙이 두고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 공격 루트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반 윙어로 활약을 하던 지동원은 다시 중앙 공격수로 나서며 벤트너와 함께 공격을 주도하는 모습은 이후 선더랜드 경기에서 자주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일 듯합니다.

후반 선더랜드의 일등 공신은 주전 골키퍼들의 부상으로 나선 키어런 웨스트우드의 선방이 돋보였습니다. 70분 경 루니와 에브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슛을 연속으로 슈퍼 세이브 하는 그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웬만한 순발력이 아니면 연속으로 이어지는 슛을 그렇게 막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키어런의 환상적인 세이브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경기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몰아갔습니다.

경기는 1-0으로 맨유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선더랜드가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빙이었습니다. 코너 워컴의 부상으로 급하게 나선 지동원은 거의 풀타임 같은 경기를 뛰며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습니다. 기회가 오면 슛을 시도하는 적극성을 보였고 큰 키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는 다양한 형태의 공격 루트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선더랜드의 공격 옵션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공격 위치 뿐 아니라 윙어로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지동원으로서는 큰 소득이었습니다. 

기안, 위컴, 켐벨 등 경쟁자들이 부상 등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동원이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직접 보여주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벤트너 보다는 지동원이 더욱 활발하게 맨유를 괴롭혔다는 점에서 지동원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실험은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보입니다. 윙어로만 활약하던(물론 스위치나 프리 롤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그로서는 새로운 실험이었지만 익숙한 움직임으로 충분히 중앙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반전이 아닌 후반전과 같은 움직임으로 과감한 플레이를 좀 더 보여준다면 박지성에게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5년 전 첫 감독으로 나선 날 자신의 제자와 함께 대결을 벌인 이번 경기는 역사 속에 중요한 가치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 대단한 의미를 가진 경기에서 박지성과 지동원이라는 한국 선수들이 모두 출전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경기는 충분히 흥미롭고 유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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