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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칼럼

삼성과 엔씨 신축구장, 정치적 논리로 무산되어서는 안 된다

by 스포토리 2011.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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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팬들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현대화된 구장 신축입니다. 올 시즌에도 삼성이 쓰고 있는 대구구장에서 정전이 일어나 경기가 취소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력에 국민 스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가 낙후되어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환경에서 치러진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신축구장, 정치적 논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작년에는 지자체들이 돔구장을 짓는다고 나서며 당장이라도 국내에 돔구장들이 들어설 것처럼 이야기다 되기도 했습니다. 날씨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이기에 돔구장이 하나 정도는 필요한 상황이지만 수익성에 큰 문제를 보일 수 있는 돔구장이 여러 곳 들어서는 것은 반대입니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돔구장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혈세를 들여야 하는 돔구장 남발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개최를 목적으로 지어진 수많은 축구장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아는 이들에게 돔구장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지요.

한 해 몇 경기 치러지지 않는 축구장에 그것도 빈 좌석이 태반인 상황에서 주체할 수 없는 운영비용 문제는 지자체에게는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자체에서 축구장을 다용도 목적으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뜨거운 감자'일 뿐인 축구장은 돈 먹는 하마일 뿐입니다.

그에 비해 프로야구는 한 해 600만 관중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국민 스포츠입니다. 과거 고교야구에 열광하던 이들이 이제 30살이 된 프로야구의 주축이 되어, 그들의 가족들과 야구장을 찾는 과정들은 하나의 역사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혹자들은 프로야구를 비판하는 도구로 전두환의 3S정책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스포츠, 섹스, 스크린 등 대중들을 호도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 불법으로 얻은 권력을 보호하려했던 전두환이 출범시킨 프로 스포츠이기에 없애버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독재자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사라져야만 하겠지요. 시대가 흐르고 어떤 목적에 의해 출발했든지 결과적으로 프로야구는 국민들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전두환의 공과가 아니라 고교와 아마 야구를 통해 토양이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프로화가 되는 과정에서, 전두환이 강압적으로 시기를 앞당겼을 뿐 그가 만들어 놓은 스포츠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 시대의 모든 프로 스포츠는 독제자의 전리품일 수밖에는 없지요.

창원은 자신들이 신축 구장을 지어주는 대신 9구단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공모해 엔씨 소프트가 최종적으로 9구단의 주인이 되면서 많은 야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구단 명을 '다이노서'로 정하며(현재 명칭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창원을 대표할 수 있는 '공룡'을 내세우며 지역 구단으로서의 면모를 다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엔씨는 구장 문제로 큰 산에 가로막히게 되었습니다. 창원시장의 공약과는 달리, 시의회에서 3,000 억이라는 거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야구장을 짓는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지요. 시의회와의 조율도 없이 시장 독단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밀어붙였다면 이는 독선적인 시장의 잘못일겁니다. 그렇지 않고 암묵적 동의를 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노림수를 위해 시장을 압박하는 것이라면 시의회가 비난을 받아야만 할 것입니다.  

"시가 의회와 협의 없이 프로야구 신생구단을 유치하며 새 구장 건축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예산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시의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창원시가 사전 협의나 논의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수천억이 들어가는 야구장 건립을 이유로 9 구단을 창립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의 의견은 기존의 마산구장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라며 시민의 혈세를 구장에 짓는데 사용할 수는 없다는 의견입니다.

그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야구장 신축이 과연 창원시에 부담만 주는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프로 스포츠가 단순히 대기업의 홍보수단으로만 작용한다는 일부의 의견과는 달리, 프로 스포츠를 통해 즐거움을 누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득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 이미 철거 명령을 받았던 대구 구장 역시 삼성에서 500억을 투자해 새로운 구장 건립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했지만, 부지 선정에 관해 이견을 보이며 논란이 불거진 상황입니다. 도비 300억, 시비 700억을 포함한 1500억이 드는 야구장 건립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한 상황은 아쉽기만 합니다.

기아는 광주광역시와 함께 새로운 구장 건립에 동의하고 마찰 없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낙후되어 있는 구장들의 현대화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에 대한 투자개념으로 봐야합니다. 공원들을 조성하고 국민 위락시설을 만들 듯 야구장 역시 시민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야구장을 왜 만들어야만 하느냐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라, 야구장 하나를 통해 지역 경제와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면밀한 조사와 검토도 없이 내가 싫으니까, 혹은 정치적으로 색깔이 다르니까 라는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질 뿐입니다.

프로야구 9구단의 탄생은 신축 구장 설립과 동의어입니다. 사전 논의를 통해 의견들을 조합하고 공통의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위해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한 창원시장이나 이런 상황에 대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나 시민들이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 뿐입니다. 

30살이 된 한국 프로야구는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을 위한 야구가 아닙니다. 프로야구는 이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것이지 결코 몇몇 권력을 가진 자들의 몫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 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민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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