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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일본리그

이승엽의 스리런 홈런이 특별한 이유

by 스포토리 2011.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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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드디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홈런을 때렸습니다. 개막전 경기에서 잦은 삼진과 땅볼 등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서서히 타격감을 조율하며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큼지막한 스리런 홈런으로 오릭스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증명해냈습니다.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이승엽의 홈런




한국 최고 타자. 아시아 최고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라이언 킹 이승엽의 일본 생활은 화려함으로 시작했습니다. 일본 최고 전통의 팀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엄청난 연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승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고 예상외로 힘겨운 시련은 그에게 어쩌면 프로 생활을 하면서 처음 느껴보다 심한 좌절감이었을 듯합니다. 최고의 선수였기에 요미우리에서 지낸 최근 몇 년은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픈 기억들이었겠지요. 

작년 요미우리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이승엽에게 올 시즌은 무척 중요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수모일 수도 있는 최저 연봉으로 오릭스와 계약하고 절치부심 부활을 꿈꾸었던 그에게 시즌 초반은 중요했습니다.

8000만엔(약 11억 원)의 계약을 받아들이면서까지 그가 오릭스를 찾은 것은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릭스 역시 4번 타자인 T-오카타를 제외하고는 거포가 없는 팀 사정상 한 방 쳐줄 수 있는 이승엽이라는 존재는 간절했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시즌 초반부터 이승엽의 존재감을 알려야만 했는데 시즌 개막적인 소프트뱅크와의 대결에서 위력적인 왼손 투수들에게 공략 당하며 삼진 3개와 포볼 2개의 굴욕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팀이 2-2로 비겨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패배를 했다면 모든 멍에를 이승엽이 뒤집어써야만 했습니다.

2차전에서도 이승엽은 선발 6번 1루수로 출전했지만 좀처럼 안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삼진이 아닌 배트에 공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지요. 헛스윙 삼진을 당했던 것과 달리, 조금씩 배팅 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승엽에게는 희소식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해가던 오릭스는 8회말 1사 1, 2루 찬스에서 기타가와의 적시타로 2-0으로 리드를 벌려갔지만 타격감이 완벽하지 않았던 이승엽이 삼진이나 최악의 경우 더블 플레이라도 당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이승엽은 자신의 약점인 왼쪽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상대 투수에 대해 완벽한 스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냈어요. 요시카와를 상대로 2-2 상황에서 144km의 몸쪽 낮은 직구를 이승엽다운 스윙으로 3층 까지 날려 보내며 오릭스 이적 후 첫 안타를 통쾌한 홈런으로 장식했습니다. 

마치 요미우리 전성기 시절 그가 보여주었던 통쾌한 홈런을 보는 듯한 이 홈런은 오릭스 오카다 감독 뿐 아니라 선수들이 모두 놀랄 정도로 완벽하고 대단한 홈런이었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는 이 한 방은 그에게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해줄 듯합니다.

SK 김성근 감독도 이야기를 했듯 시즌 초반 얼마나 빨리 이승엽이 안타를 치느냐는 중요했습니다. 시즌 초반 의외로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오카다 감독 역시 그를 꾸준하게 선발로 출전시키기 힘들 것이고 이는 곧 타격 밸런스를 무너트려 그를 다시 절망 속으로 몰아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인 이승엽이 다른 때와는 달리, 타격 페이스를 끌어 올려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야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팬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던 장쾌한 홈런 한 방으로 이승엽에 대한 우려는 깔끔하게 씻겨 져 나간 느낌입니다.

더욱 5회초 1루수 이승엽이 보여준 센스 있는 더블 플레이는 그의 야구 감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지요. 1루 땅볼을 잡아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고, 방심한 채 3루에서 벗어나 있던 주자를 잡아 더블 플레이 시키는 장면은 실점할 수도 있었던 오릭스를 위기에서 구한 멋진 능력이었습니다.

수비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선보인 이승엽이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제 35살이 된 이승엽에게도 올 해는 너무나 중요한 한 해이기에 13일 경기에서 터진 스리런 홈런은 각별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 오릭스가 이승엽의 부활을 알리는 구단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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