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2 도움,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캡틴의 존재감
기레기들은 매번 경기 후 입장이 180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외국 선수라는 이유로 헐뜯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영국 언론들의 행태는 토트넘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토트넘 선수들의 도 넘는 선수 비난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어차피 손흥민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다른 팀으로 옮겨가야만 합니다. 이런 팀에 더는 미련을 둘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 왕이 찾고 손흥민과 좋은 시간을 만들었다고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이어가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그저 장사 수완이 좋아 돈벌이를 잘했다는 이유로 토트넘을 방문한 이벤트는 영국의 힘겨운 현실을 반증하는 퍼포먼스일 뿐이니 말이죠. 그럼에도 손흥민은 레전드로서 존엄을 잘 보여줬습니다. 손흥민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욱 위대함으로 다가옵니다.
23일 포트먼 로드에서 열린 입스위치와 토트넘 경기에서 손흥민은 여전히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경기 전 손흥민은 벤치에 앉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언론들도 많았습니다. 포스텍이 뒤로는 손흥민을 내보낼 계획을 했다는 기사들도 나왔습니다.
토트넘 수뇌부는 손흥민이 더는 최고가 아니기 때문에 재계약할 이유가 없다며 판을 엎었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진실인지 영국 현지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다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악랄한 분위기 속에서 기존의 존재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축구 선수도 그리고 월드스타급 선수라고 해도 인간입니다. 온갖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멘털이 무너지지 않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손흥민이 이런 환경 속에서도 분노를 표하지 않고 여전히 주장으로서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26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은 입스위치를 4-1로 격파하며, 리그 3연승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입스위치 홈에서 토트넘이 이긴 것도 수십 년 만이고, 리그에서 3연승을 한 것 역시 수십 년 만의 기록이라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팽팽한 경기는 손흥민으로 인해 균형은 쉽게 무너졌습니다. 전반 18분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도 순식간에 무너트리고 반대편에 있는 존슨에게 완벽한 크로스를 한 손흥민의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그냥 서있기만 해도 맞고 들어갈 정도로 완벽한 도움이었습니다.
존슨은 세리머니를 하면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입에 손가락을 가져가는 이 행위는 최근 토트넘 선수들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세리머니입니다. 최근 언론들에서 주장인 손흥민을 까내리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음을 알고 있는 선수들이 주장을 보호하기 위해 행하는 포즈들이기도 합니다.
전반 26분에도 뒷공간 침투로 왼쪽 측면을 허물고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다시 반대편 존슨에게 패스해 추가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잠시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멈춰 존슨이 가장 좋은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시간을 끄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왼쪽을 완벽하게 파괴하며 입스위치를 무너트린 일등공신은 당연하게도 손흥민입니다. 수비수 여럿을 몰고 다니며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완벽한 타이밍에 공을 배급해 골을 만들어내는 그 모든 과정이 손흥민이기에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만약 손흥민이 없다면 상대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강력하게 방어해야 할 선수가 없다는 것은 상대팀에게는 강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수비수 둘, 셋을 한 선수에 집중시킬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직접 골을 넣거나 도움을 기록하는 행위도 대단하지만 상대 수비를 힘겹게 만드는 것이 더 큰 힘으로 다가옵니다.
최근 팀토크에서는 손흥민이 다음 시즌 벤치에 앉아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심한 자들이 보이는 이런 주장들은 어처구니없기만 합니다. 역겨운 말들의 정체는 찾아보기 힘들고, 영국이나 유럽 그리고 그들이 지배한 아프리카 지역이 아닌 아시안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종차별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 일부 언론 키커지가 줄기차게 김민재를 비난하는 행위 역시 인종차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자신들과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추켜세우기에 여념이 없지만, 독일 언론의 황당한 행동들은 경악할 수준입니다. 손흥민이 독일에서 엄청난 인종차별을 겪었음을 숨기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손흥민은 올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10골 10도움으로 개인 통산 다섯 번째로 시즌 두 자릿수 득점과 도움을 달성했습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EPL 23경기에서 6골 9도움을 올렸고, 유로파리그 6경기에서 3골, FA컵 2경기에서 1 도움, 카라바오컵 4경기에서 1골을 기록했습니다.
오늘 경기로 손흥민은 EPL 통산 326경기에서 126골 71도움을 기록해 70골-70 도움도 달성했습니다. 이 기록이 얼마나 위대하냐면 EPL 통산 70골 70도움은 역대 11번째라는 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기록을 세운 이가 영국 프로축구 역사상 11번째라는 점은 위대하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테디 셰링엄(146골 76도움), 웨인 루니(208골 103도움), 프랭크 램퍼드(177골 102도움), 라이언 긱스(109골 162도움), 앤디 콜(187골 73도움), 데니스 베르흐캄프(87골 94도움), 스티븐 제라드(120골 92도움), 티에리 앙리(175골 74도움), 무함마드 살라흐(181골 84도움), 케빈 더브라위너(70골 118도움) 다음이 손흥민입니다.
현역 선수로는 살라흐와 더브라위너, 그리고 손흥민 셋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가 강팀인 리버풀과 맨시티 소속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들은 상대팀들에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리그 최강팀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선수 혼자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움직여 많은 기록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역으로 손흥민이 토트넘이 아닌, 맨시티나 리버풀, 아스날과 같은 팀에서 활약했다면 현재 기록보다 더욱 높은 것들을 달성했을 겁니다. 실제 현지 전문가들 역시 손흥민의 가장 큰 약점은 팀이 토트넘이라는 것이라고 정의할 정도입니다.
루니, 램퍼드, 긱스의 100-100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PL의 강팀으로 옮겨가면 모를까 다른 리그로 간다면 이는 거의 불가능한 도전이 될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토트넘에서는 이런 기록을 이어가는 것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씁쓸합니다.
EPL 통산 득점 랭킹 1위인 앨런 시어러도 360골 64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골에 보다 집중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케인 역시 213골 46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뮌헨으로 옮겨가기 전 도움에 집중해서 얻은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도움을 많이 기록한 선수들은 당연하게도 골이 적습니다. 전설의 베컴은 62골 80도움이었습니다.
손흥민은 후반 교체되었습니다. 주중 맨시티와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체력 안배를 해야만 하는 토트넘의 현실이니 말입니다. 2-1인 상황에서 교체되었다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매디슨이 해법을 찾았습니다. 중앙에 올라와 있던 스펜스가 받아 시즌 첫 골이자 2점 차로 벌어지는 중요한 골을 넣었습니다. 마지막 골은 클루셉스키의 킥이 마법처럼 들어가며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스펜스가 손흥민을 안고 한참을 이야기 나누는 장면도 격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스펜스에게 용기를 주고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든 이가 손흥민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존슨 역시 경기 후 손흥민이 올린 사진에 엄지척을 하며 도움 줘서 고마워 형이라고 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늘 경기 승리로 토트넘은 톱 10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손흥민은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든 최소한 토트넘보다는 좋은 선택일 것이란 점에서 손흥민의 탈트넘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