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다시 한 번 통합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태 왕조가 저문 사이 삼성은 새로운 왕조로 굳건하게,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가을 DNA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인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는 대단할 정도였습니다. 넥센의 강력한 존재감마저 무기력하게 만든 사자들이 과연 내년 시즌에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팀임을 입증했습니다.
한국시리즈 MVP 나바로, 삼성의 강한 마운드에 화룡점정이 되었다
7차전을 내심 시대했던 팬들에게는 너무 싱겁고 아쉬운 승부였습니다. 7차전 시구자로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리베로가 나서기로 했었기 때문입니다. 입국만 하고 정작 한국시리즈 시구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현실이 팬들에게는 아쉽기만 할 듯합니다.
넥센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타선이 강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약점은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넥센의 가장 약한 부분은 마운드였습니다. 그런 마운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염 감독은 극단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3선발 체제에 강력한 불펜을 통해 승리를 이끌겠다는 공식이었습니다.
염 감독의 이런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선의 역할이었습니다. 52홈런과 40홈런을 넘긴 타자가 존재하는 넥센은 시즌과 유사한 성적만 보여준다면 넥센을 막을 수 있는 팀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박병호와 강정호의 홈런만 합해도 92개의 홈런을 쳐낸 넥센에는 가을 야구에서 대단한 기세를 올린 유한준까지 강력한 중심 타선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20개 이상의 홈런이 4명인 팀이었지만 가을 야구에서 제대로 활약을 이어준 이는 유한준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심 타선은 약하기만 했습니다. 박병호와 강정호 제대로 상대 투수들을 제압하지 못한 넥센은 삼성의 강력한 선발들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을 얻은 윤성환은 오늘도 대단했고, 넥센 타자들은 좀처럼 삼성의 선발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넥센이 6차전을 이겨 7차전에 나선다고 해도 삼성에서는 강력한 선발인 장원삼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넥센으로서는 에이스인 밴헤켄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승부의 추는 삼성으로 기울 수밖에는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3일 만에 등판해 좋은 내용을 보여주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기는 3회 한쪽으로 기울며 끝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두타자인 이지영에게 안타를 내준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김상수의 번트를 선발 오재영이 실책을 하면서 운명의 추는 삼성으로 급격하게 흐르고 말았습니다. 가을 야구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던 오재영이었지만, 이 중요한 경기에서는 평정심을 가지기는 쉽지 않았던 듯합니다.
만약이라는 말이 무의미하지만, 김상수의 번트만 잘 처리했다면 어쩌면 오재영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넥센이 3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면 당연하게도 오히려 기회를 잡아 역으로 선취점을 뽑았을 수도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번트 수비 실책 하나는 급격하게 무너지는 이유가 되었고, 삼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여 결국 4득점을 하며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넥센에게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4-0으로 뒤진 상황에서 4회 선두타자인 서건창이 안타로 포문을 열고, 이택근이 적시타로 4-1까지 따라가며 반전의 기회는 넥센에게도 찾아왔습니다. 유한준, 박병호, 강정호라는 최고의 중심타선이 무사 2루 상황에서 차례대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2득점이나 동점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넥센은 4회 중심타선이 1루 땅볼과 삼진,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추가점을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넥센이 믿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타선이 무사 2루 상황에서 단 1득점도 올리지 못한 상황은 팀 전체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기기 쉽지 않다는 암묵적인 부담이 넥센 팀 전체를 파고들며 분위기는 완벽하게 삼성으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6회 실책과 안타로 만든 무사 상황에서 나바로는 3점 홈런으로 오늘 경기가 삼성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시위했습니다. 삼성은 7회에도 이미 무너진 넥센 마운드의 볼넷 남발과 연타로 인해 추가 3실점으로 하며 이미 경기를 포기한 모습이었습니다.
실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타선은 빈타로 이어지는 상황은 한국시리즈 6차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습니다. 최소한 5회 이상을 버텨줬어야 하는 오재영이 3회 마운드를 물러나면서부터 승리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운드가 상대적으로 약한 넥센으로서는 믿을 수 있는 선발 3인방이 최소 6회 이상을 버텨줘야만 승리 공식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선발의 이른 교체는 곧 패배와 가까워질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윤성환은 6이닝 동안 완벽한 피칭으로 넥센 타선들을 꽁꽁 묶었습니다. 너무 벌어진 점수차로 인해 타격에서 이미 정교함이 사라진 넥센 타자들은 심창민, 안지만, 임창용이 나온 불펜을 상대로 단 1안타를 뽑아낸 것이 전부일 정도로 졸전을 펼치고 패하고 말았습니다.
넥센이 비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지만, 그들은 위대한 기록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선 넥센은 비록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들이 강팀으로 자리를 굳건하게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전력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강정호 이탈을 제외한) 선발 자원만 보강된다면 넥센은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가을 야구 경험이 쌓이는 넥센 선수들은 최소한 올 시즌보다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경기를 보여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삼성은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만들어냈습니다. 노쇠해가는 팀 전력에서도 신구의 조화와 함께 가을 DNA의 강력함을 뽐내며 그들은 다시 한 번 가을 야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내년 시즌 그들이 다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새로운 감독들이 자리를 찾고 새로운 신생팀이 참여하는 2015 시즌 과연 삼성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우승을 다짐하며 지옥훈련을 하고 있는 한화가 반전의 주인공이 될지, 우여곡절 끝에 김기태 감독을 영입한 기아가 명가 재건이 다시 나설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밴덴헐크와 나바로라는 강력한 외국인 선수들이 일본으로 방향을 틀지 않는 한 내년에도 삼성과 함께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삼성에 여전히 불안요소들이 많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강력한 우승후보입니다. 이런 삼성에 맞서 과연 2015시즌 새로운 강자는 어느 팀이 될지 야구팬들에게는 이제 새로운 기대감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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