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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롯데에 7-6 대역전승, 거짓말 같았던 필 9회말 극적인 만루홈런

by 스포토리 201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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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 2사 만루에서 중견수 뜬 공으로 마무리되었던 기아. 오늘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9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몸에 맞는 볼로 경기를 끝내는 밀어내기 상황은 극적이었습니다. 9회 말이 시작되기 전 점수 차가 6-2로 패색이 짙었던 기아에게는 필이 존재했습니다. 

 

필이 만들어낸 완벽한 시나리오, 영화 같은 9회 말 극적인 만루 홈런 



수요일과 목요일 경기는 마치 데칼코마니 같았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이런 상황이 등장하면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에 있느냐고 할 정도였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극적인 상황을 만들었던 기아는 연이틀 최악의 상황에서 명승부를 만들어냈습니다. 

 

험버가 홈런으로 무너졌듯, 스틴슨 역시 홈런으로 승기를 내줘야 했습니다. 초반 상대를 제압하며 롯데 타선을 제압하다 불의의 일격을 맞듯 홈런으로 승기를 내준 것까지 닮았습니다. 초반 롯데에 끌려가던 경기가 후반 기아로 돌아선 것까지 닮았던 경기는 마지막 결과는 달랐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가 간절한 것은 기아만은 아니었습니다. 승운이 따르지 않는 심수창에게 승리투수는 간절했습니다. 심수창의 마지막 승리는 공교롭게도 현재 유니폼을 입고 있는 롯데였습니다. 2011년 8월27일 목동 롯데 전 이후 1335일 동안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던 심수창에게는 그 누구보다 승리가 간절했습니다. 이런 심수창의 마음은 동료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2회까지 스틴슨에 눌려있던 롯데는 3회 기회를 잡았습니다. 1사 후 아두치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가고, 손아섭 역시 볼넷을 얻으며 기회를 잡았습니다. 황재균이 내야땅볼로 아웃이 되며 2사 상황에서 어제 만루 홈런을 쳤던 최준석이 적시타로 2-0으로 앞서 나갔습니다.


3회 최준석의 적시타로 2-0으로 앞선 롯데는 여세를 몰아 4회에도 스틴슨을 무너트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1사 후 정훈이 다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김문호가 안타로 기회를 이어갔습니다. 오승택을 2루 땅볼로 잡으며 불을 끄는 듯했지만, 키스톤 콤비는 병살로 마무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충분히 병살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2루수 최용규의 토스도 조금 높았고, 강한울 역시 군더더기 없는 송구를 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며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승택이 발이 빠른 상황에서 키스톤 콤비의 아쉬운 수비는 나비효과처럼 스틴슨을 덮쳤습니다.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후 아두치를 상대로 1B1S 상황에서 하이 패스트볼을 완벽하게 쳐내며 3점 홈런으로 5-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결과론이지만 그 수비 하나만 제대로 되었다면 3점 홈런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스틴슨으로서는 씁쓸했던 순간이었습니다.

 

5-0으로 끌려가던 기아는 6회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선두타자로 나선 강한울이 2루타로 포문을 열고 필이 안타를 친 상황에서 지독할 정도로 타격 늪에 빠져있던 나지완이 적시타로 타점을 뽑아냈습니다. 24번째 타석 4월 16일 LG 전 이후 첫 안타를 터트린 나지완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2사 1, 3루 상황에서 볼넷으로 만루 상황을 만들어준 심수창은 대타로 나선 최희섭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5-2까지 점수 차가 줄어들었습니다. 심수창으로서는 아쉬웠을 듯하지만 분명한 것은 볼넷을 내준 상황들이 모두 이견이 없는 볼이었다는 사실입니다. 6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려선 심수창을 대신해 이명우가 이홍구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추가 실점 없이 마무리했습니다.

 

1승이 간절했던 심수창은 5와 2/3이닝 동안 109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8탈삼진, 2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를 했지만 결국 승리 투수와의 인연을 맺지는 못했습니다. 충분히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심수창은 이번에도 지독한 불운을 빗겨가지는 못했습니다. 아두치에게 홈런을 내주며 대량 실점을 한 스틴슨은 6과 1/3이닝 동안 116개의 공으로 8피안타, 1탈삼진, 5사사구, 5실점을 했습니다. 실책 하나가 만든 결과를 생각해보면 스틴슨으로서는 아쉬운 경기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불펜 대결이 펼쳐진 상황에서 7, 8회 기회를 잡지 못한 기아는 그렇게 경기를 내주는 듯했습니다. 더욱 9회 마운드에 오른 심동섭이 황재균이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심수창의 1승을 챙겨주는 듯했습니다. 3개의 아웃 카운트가 남은 상황에서 6-2로 앞선 롯데로서는 당연히 원정 위닝시리즈를 가져갈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제 9회 마운드를 지켰던 김승회가 다시 올랐지만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선두 타자인 이홍구가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신인인 김호령은 이명우에게만이 아니라 김승회에게도 안타를 때려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김주찬의 부상으로 올라와 어제 첫 안타를 쳐냈던 김호령은 오늘 경기 선발로 나서 안타가 없다 불펜 요원들인 이명우와 김승회에게 연속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무사에 주자가 2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강한울을 잡아야만 했던 김승회는 필을 앞두고 볼넷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기아만이 아니라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탁월한 타격감을 지닌 필을 무사 만루 상황에 만난 것은 위기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9회 첫 타자였던 이홍구의 파울 볼을 1루수로 자리를 옮긴 오승택이 글러브 안에 들어갔다 볼을 놓치며 시작되었습니다. 그 실책은 결국 이홍구의 2루타로 이어졌습니다. 중견수 김민하가 공을 뒤로 흘리며 단타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을 2루타로 만들며 위기는 시작되었습니다. 1B2S 상황에서 가운데에서 떨어지는 공을 정확하게 받아친 필의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4점 차이로 승리가 눈앞에 보였던 롯데는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필에게 만루 홈런을 내주며 동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동점 상황에서 나지완이 오늘 경기에서 두 번째 안타를 쳐내고, 이성우를 고의 4구로 내보내며 병살 플레이를 준비한 롯데에 김다원은 3루 땅볼로 투아웃을 만들어주고 말았습니다.

 

오늘 안타가 없던 김다원으로서는 자칫 잘못했다면 마음의 짐을 크게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1루를 채우고 쉽게 수비를 하기 위해 최용규를 고의 4구로 내보낸 롯데는 대타로 나선 박기남까지 볼넷을 내보내며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 이닝에 두 번의 만루 상황을 맞은 기아는 타자 일순하며 타석에 나선 이홍구가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기아에서 롯데로 간 홍성민이 사구를 내주며 밀어내기로 극적인 승부는 기아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한 이닝에서 두 번의 만루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힘듭니다. 그 상황에서 만루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고, 몸에 맞는 공으로 경기를 끝내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점에서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9회 한 이닝에만 5개의 사사구와 홈런, 3개의 안타, 한 번의 병살이 나온 상황은 참 이례적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기아로서는 당연한 결과였고, 마무리가 약한 롯데로서는 최악의 결과였습니다. 전날 경기에서도 7회부터 실점을 하며 역전의 위기까지 처했던 롯데로서는 씁쓸한 오늘 경기였습니다.

 

심수창으로서는 서글프고 안타까운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기아로서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명장면을 만든 경기였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내던 기아는 롯데와의 홈경기를 치르며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독기를 품은 경기로 과거 타이거즈의 본성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말 경기 역시 기대하게 됩니다. 필이 완성한 기아 극장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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