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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NC에 5-4 충격적 역전패에도 안심할 수 있었던 이유

by 스포토리 201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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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와 한화의 3:4 트레이드 후 가진 첫 경기에서 이 효과는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전날 허무한 수비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던 나지완과 함께 김다원, 신종길과 차일목이 2군행을 통보 받았습니다. 외야 3인방이 모두 2군행을 통보 받은 후 한화에서 트레이드 된 오준혁과 노수광이 선발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주공산이 된 기아는 기회의 땅이자 진정한 가치를 검증하는 팀이 되었다

 

 

 

우울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승부를 벌이며 최고의 존재감을 벌이고 있는 시즌 중에 모두가 우승을 놀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주공산'이라는 이야기는 최악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의 라인업으로 제대로 된 대결을 벌어야 하는 팀이 붙박이 주전이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은 심란할 정도입니다.

 

 

경기 시작 전 급하게 합류해 유니폼도 없이 출전한 오준혁과 노수광은 무주공산이 된 기아에서 기회를 잡았습니다. 정신없이 트레이드가 발표된 날 오후 경기에 나선 그들은 가능성과 아쉬움을 함께 남겨주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팀 득점에 주인공이 되었던 그들이지만 수비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품고 있었습니다.

 

양현종과 박명환의 선발 투수 대결은 흥미로웠습니다. 현재의 에이스 양현종과 과거 에이스였던 박명환의 대결은 초반에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박명환의 투구는 환상적이었습니다. 1회부터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에서 노련함은 여전했습니다.

 

2회 1사 후 이적하자마자 유니폼도 없어 다른 선수 옷을 입고 출전한 노수광이 시원한 2루타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이적한 날 한화가 아닌 기아에서 타석에 나서 2루타로 신고를 하고 팀의 첫 득점자가 된 노수광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적생 노수광의 활약은 또 다른 이적생 오준혁의 안타로 이어졌습니다. 3회 시작과 함께 2번 좌익수를 선발 출장한 오준혁은 박명환을 상대로 안타를 치면서 노수광에 이은 신고식을 치르더니, 득점도 하며 만점 활역을 보였습니다. 노수광은 기아 이적 후 첫 타점이 될 밀어내기 볼넷까지 얻어내며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습니다.

 

초반 분위기는 완벽한 기아의 몫이었습니다. 양현종 역시 NC를 상대로는 힘겨운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는 언제나 삼진으로 상대를 돌려세우며 에이스의 위엄을 보여준 양현종의 투구는 최고였습니다. 1회 박민우의 타구를 최용규가 허무하게 실책으로 내보내는 장면에서 급격하게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후속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양현종은 매 이닝 위기 속에 경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안타와 사사구들이 나오고, 여기에 어설픈 수비 실책들도 함께 하면서 상황은 더욱 불안하게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양현종은 5이닝을 98개의 투구수로 4피안타, 6탈삼진, 5사사구,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양현종이 최소 6이닝에서 7이닝까지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경기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무실점이기는 하지만 그가 5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것은 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끈질긴 NC 타자들과 발 빠르고 야구 센스가 좋은 젊은 선수들에 의해 힘든 상황에서 X맨 되어버린 기아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 저하는 많은 투구수 남발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7회 초까지 3-0으로 앞서던 기아는 7회말 현존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 불리는 테임즈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불안은 시작되었습니다. 솔로 홈런 한 방은 큰 문제가 될 수 없지만 기아가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불안감은 팀 전체를 경직되게 만들었습니다.  

 

문제의 8회 기아는 최영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우전 안타 2개를 맞고 1사 1, 3루 상황에서 마무리 윤석민으로 대처되었습니다. 이전에도 8회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에서 큰 부담은 없었겠지만 위기 상황에서 윤석민은 지옥을 맞보고 말았습니다.

 

대타로 나선 모창민을 2루 뜬공을 잡으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 했지만, 문제는 박민우였습니다. 2사 상황에서 박민우 타석에 팀의 마무리인 윤석민이 공을 던진다는 점에서 너무 깊은 수비는 독이었습니다. 이미 양현종이 던지는 상황에 유격수 시프트로 인해 안줘도 되는 안타를 내줬던 기아는 이 중요한 시기 이적생인 오준혁이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적한지 12시간도 안 되어 기아 유니폼(자신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은 4회 끝나고 나서 입은)을 입고 출전한 오준혁에게는 최악이었습니다. 기아라는 팀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철저하게 벤치의 지시를 받으며 경기에 임해야 하는 처지에서 박민우의 그 공은 잔인했습니다.

 

열심히 뛰어 잡으려했지만 이는 오히려 단타로 잡을 수 있는 공을 싹쓸이 3루타로 만들어주고 말았습니다. 바운드가 오준혁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튀었고 그렇게 펜스까지 흐른 공으로 인해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수비 위치 선정만 잘했어도 플라이로 잡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

 

오준혁은 미워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 타자로 나선 강한울에 2루타로 포문을 열고, 이은총이 쓰리번트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주자를 3루로 보낸 후 보인 타격이었습니다. 다른 기아 타자들도 제대로 하지 못한 중요한 순간 동점을 만드는 희생 플라이는 오준혁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경기는 9회말 지석훈의 끝내기 안타로 NC의 몫이 되었지만 오준혁과 노수광의 이적은 기아에게는 천군만마로 다가왔습니다. 9회말 볼넷만 세 개를 내주고 안타를 맞고 무너진 윤석민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노련한 만큼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 해 첫 붙박이 2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최용규는 오늘 어이없는 실책을 보이며 아쉬움을 줬습니다. 좀 더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최용규는 동일한 실책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입니다. 신고 선수로 작년 입단해 부상 선수들로 인해 어렵게 기회를 잡은 이은총은 오늘 경기에서도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록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중요한 순간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주었고 2개의 사사구로 자신의 몫은 충실하게 해주었습니다.

 

4회 발등에 맞는 볼은 이은총의 자세를 엿보게 했습니다. 제법 아팠을 상황이었지만 맞자마자 1루로 뛰어나가는 이은총에게는 절박함이 가득했습니다. 김호령과 강한울, 그리고 새롭게 기아 유니폼을 입은 오준혁과 노수광 등 타이거즈는 새로운 얼굴들이 주전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경쟁 체제를 갖춘 상황에서 신인과 고참을 나누지 않고 누구에게나 기회를 줘 최고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면 기아의 체질 개선도 가능해질 듯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가 없이 잇몸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의 트레이드 4인방 중 2명은 이미 첫 경기에서부터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습니다.

 

허무한 역전패로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던 경기였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아 팬들에게도 아직 낯선 이름들이 사력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경기는 비록 패했지만 어린 선수들이 점점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야구를 제대로 즐기는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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