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1. 09:27

기아 두산 꺽은 필 역전 3점 홈런, 그보다 뛰어났던 주루 플레이

필이 보여주는 매력은 올 시즌 내내 이어져왔다. 기아에 만약 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순위 경쟁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 해 부상으로 아쉬움을 주었던 필은 올 해는 더욱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로 돌아왔고, 기아의 유일한 희망이자 위안이 되었다. 

 

필의 역전 3점 홈런만큼이나 값졌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필의 홈런 한 방이 지독할 정도로 무너져가던 기아에게 희망을 전했다. 전날 NC와의 경기에서 이범호와 김민호의 홈런이 승리를 이끌었고, 오늘 경기에서는 필의 극적인 역전 홈런이 연승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되었다. 기아의 가장 큰 무기였던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힘든 경기를 해왔던 기아는 중심 타선의 힘이 되살아나며 마지막 불씨를 피우기 시작했다.  

'필 소 굿'이라는 말처럼 필에게 잘 어울리는 찬사는 없을 듯하다. 메이저리그의 만년 유망주였던 그가 지난 해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하며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무안타로 인해 시즌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퇴출이 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시즌이 시작되며 필이 왜 기아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꾸준함의 대명사가 된 필은 올 시즌에는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 존재가 되었다. 지난 해 부상으로 인해 아쉬움을 주었던 필은 완벽한 몸 상태로 1경기(외국인 선두 한 경기 2명 출전)를 제외하고 전 경기에 출전해 기복이 적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필은 오늘 경기 홈런으로 기아 외국인 타자 홈런 기록에 다가서게 되었다. 14년 만에 외국인 타자 20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록이 대단한 것은 단순히 장타력를 갖춘 것이 아니라 팀의 승리를 만들어주는 클런치 히터로서의 가치가 매력적이다. 극적인 상황의 주인공이 되어왔던 필의 존재감은 기아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의 5위는 까마득하게 멀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5할 승부를 기록한 이후 연패에 빠지며 급격하게 추락했다. 가장 믿었던 에이스 양현종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마운드의 힘도 힘을 잃어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끝없는 추락 상황에서 중심 타선이 다시 살아나며 중요한 연승을 만들어냈다.

 

어제 시원한 타격으로 승리를 거두고 두산과 경기를 가진 기아는 초반 불안했다. 선발로 나선 임준혁은 실투 하나로 무너졌다. 상대 투수가 두산의 에이스인 유희관이라는 점에서 이 한 방은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다. 임준혁은 1, 2회 잘 막아냈지만 3회 선두타자 오재일을 볼넷으로 내준 게 화근이 되었다. 물론 두 타자를 모두 잡아내며 쉽게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임준혁이 안심하는 순간 그 실투 하나는 정수빈에게 시즌 첫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가장 치기 좋은 높은 공을 배팅 볼 던지듯 실투를 한 임준혁의 이 공 하나는 위기로 이어졌다. 상대가 유희관이라는 점에서 3회 투런 홈런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5회까지 유희관에 묶여 있던 기아 타선은 6회 선두 타자인 김원섭이 1루 라인을 타고 나가는 극적인 3루타를 만들어냈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기아는 김원섭의 이 한 방으로 반전의 가능성을 보였다. 김민우가 전날 홈런을 치더니 오늘 경기에서 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뽑아냈다. 

 

6회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필이었다. 2사 후 유격수를 뚫고 나간 안타를 쳤다. 보통 이 정도 타구는 1루에서 멈추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필의 장타력을 의식해 멀어진 중견수의 수비 위치를 생각하고 곧바로 2루까지 내달린 필의 주루플레이는 최고였다. 

 

김기태 감독이 경기가 끝난 후 "어린 선수들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필의 이 대단한 야구 센스는 모든 선수들이 본받았으면 하는 가치다. 틈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경기. 그런 경기력들이 쌓이면 그 팀은 강팀이 될 수밖에 없다. 김기태 감독이 필의 이 주루플레이를 보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배우기를 원한 것은 강팀의 전제조건이 이 것이기 때문이다. 

 

필의 주루플레이가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기아를 깨운 것만은 사실이다. 7회 백용환이 1사후 유희관의 승리를 날려버리게 만드는 동점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물론 7회 말 두산의 로메로가 다시 역전을 시키는 솔로 홈런으로 응수하며 경기의 흐름을 다시 잡아갔다. 

 

후반 홈런 공방이 이어지며 주도권 싸움을 하던 두 팀의 경기는 8회 끝났다. 8회 기아는 1사 후 김민우가 볼넷을 얻어나가고, 김주찬이 안타를 치며 필 앞에 주자 둘을 내보냈다. 1점으로 뒤진 상황에서 주자가 둘이나 앞선 상황에서 필은 믿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필은 긴박한 상황에서 두산이 올린 최고 카드인 이현승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쳐내며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극적인 상황에서 터진 필의 이 홈런 한 방은 기아의 무기력했던 상황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3년 만의 60승을 올린 기아의 힘은 필을 중심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팀을 연승으로 이끌었던 필의 역전 3점 홈런과 함께 기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주루플레이는 그가 왜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인지를 보여주었다. 외국인 선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기아의 일원이 된 필. 겸손하고 착하며 팀원으로서 하나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필.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필은 당연하게도 내년 시즌 기아가 꼭 지켜야만 하는 0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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