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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메이저리그

박병호 10호 홈런에도 우려가 커지는 이유

by 스포토리 2016.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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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23일 만에 홈런을 쳐냈다. 아홉수를 끊어내고 10호 홈런을 친 박병호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경기만 봐도 박병호는 자신의 몫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여전히 강속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박병호는 느린 변화구를 홈런으로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팀으로서는 전혀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병호의 10호 홈런과 강정호의 2개의 안타, 너무 다른 결과가 답이다

 

 

박병호가 데뷔 첫 해 두 자리 수 홈런을 쳐냈다는 사실은 분명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집합해 있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로 두 자리 수 홈런을 쳐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니 말이다. 이번 10호 홈런도 2층 펜스를 맞히고 떨어지는 큰 타구였다.

 

4월 환상적인 행보를 하던 박병호는 5월 들어 집중적으로 약점을 공략당하며 힘겨운 시간들 보냈다. 메이저리그 강속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직후 상대 투수들은 모두 동일한 패턴의 공략으로 나섰다. 몸 쪽 빠른 공과 체인지업만으로도 박병호를 공략할 수 있다는 확신은 이젠 정석처럼 다가올 정도다.

 

오늘 경기에서 긴 부진을 빠져나오는 신호탄과 같은 홈런은 반가웠다. 여전히 파워는 강력하고,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은 상당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후 상대 투수들은 변화구가 아닌 직구 승부로 일관했고, 박병호는 그걸 알면서도 이겨내지 못했다.

 

74마일의 실투 성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홈런을 친 것은 잘했다. 누구나 그렇게 실투를 홈런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병호의 장점은 분명하다.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타격을 해서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말이다.

홈런보다 더 큰 문제는 득점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언급되었던 문제가 오늘 경기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득점 기회에서 박병호가 제대로 반응해 한 번이라도 살렸다면 팀도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박병호가 책임져야만 하는 무게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팀이나 중심타자에게 바라는 바는 명확하다. 공격의 핵심으로 팀 승리를 견인하는 타점을 많이 생산해달라는 요구다. 오늘 경기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박병호는 홈런을 제외하고는 제몫을 못했다. 1회 마우어가 적시타를 치며 선취점을 뽑은 상황에서 삼구삼진으로 몰러나는 장면은 아쉬웠다.

첫 타석이라는 점에서 삼진을 이해할 수는 있다. 두 번째 타석이 3회 홈런을 쳐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후다. 선발 스마일리의 빠른 공 3개로 삼구 삼진을 당했던 박병호는 3회 실투에 가까운 느린 슬라이더를 홈런으로 만들어냈지만, 이후 강속구 승부에 속수무책이었다.

 

4-3으로 앞선 4회 말 공격에서도 2사 후 몸 쪽 깊숙한 91마일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물론 이 과정에서 포수의 몸을 사리지 않는 호수비도 큰 몫을 했지만, 여전히 몸 쪽 빠른 공을 공략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명확하게 보여준 셈이다.

 

오늘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6회였다. 4-4 상황에서 6회 말 미네소타는 최고의 기회를 잡았다. 벅스턴이 안타로 포문을 열고, 누네스가 희생 번트를 하며 1사 2루 득점 기회를 잡았다. 도지어가 삼진을 당하기는 했지만 마우어를 고의 사고를 내보낸 후 탬파베이가 선택한 것은 박병호였다.

 

마무어가 아닌 팀의 4번 타자인 박병호를 선택했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동점 상황에서 역전도 가능한 주자를 내보내고 4번 타자와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생각은 무척이나 큰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뀐 투수 라미레스도 박병호를 상대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숙지를 했다.

 

라미레스는 브레이킹 볼이 아닌 패스트볼로 승부했고, 파울을 두개 만들기는 했지만 박병호는 1B2S 상황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는 95마일 패스트볼을 끝내 쳐내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장면은 참혹했다. 가운데로 정면 승부를 했음에도 제대로 쳐내지 못한 박병호의 완패는 팀의 패배로 이어지는 이유가 되었다.

 

팀의 4번 타자는 그래서 힘든 자리다. 박병호가 해결하지 못하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책임감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타석에서도 몸 쪽 90마일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박병호는 그렇게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박병호가 6월 시작과 함께 두 자리 홈런을 쳐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채워낼 수 없는 것은 박병호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다. 미네소타 팀이나 그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현재의 박병호의 활약이 만족스러울 수 없다. 물론 그런 아쉬움은 박병호가 더욱 클 것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홈런은 그저 얻어 걸린 것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박병호의 모습에서 현재 자신의 한심한 타격을 탓하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타격 폼 교정을 통해 3안타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하는 속구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적응도 그만큼 더디고 힘들 수밖에는 없다.

 

두 경기 연속 홈런이 세 경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강정호는 동료와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오늘 홈런은 없었지만 2개의 안타와 1개의 사사구로 3번이나 출루하는 모습을 보였다. 9회 1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박병호는 중요한 2루타를 치며 역전 가능성을 높였다.

 

폴랑코를 1루에 둔 상황에서 좌측으로 때린 안타는 2루타로 연결되었다. 부상 이후 전력 질주가 부담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강정호는 사력을 다해 달렸고 그렇게 2루타를 만들어냈다. 직후 대주자로 교체된 강정호를 향한 홈 관중과 동료들의 환호는 인상적이었다. 물론 강정호가 그렇게 만들어준 기회를 잡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강정호는 환호 받는 야구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박병호는 이 점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만 할 것이다. 홈런 타자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박병호는 삼진이 많았다. 어느 곳에서도 홈런 타자는 삼진도 많다. 이를 탓할 이유는 없다. 그 많은 삼진들은 홈런으로 충분히 상쇄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박병호의 가장 큰 문제는 득점권 타율이 최악이라는 점이다. 10개의 홈런을 쳤는데도 타점이 19타점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부터 전 경기에 출장하다시피 하고 있는 팀의 핵심타자치고는 초라할 수밖에 없다. 팀 내에서도 5위에 불과한 타점은 아쉽다.

 

부상으로 빠진 사노가 11개의 홈런을 치고 있고, 27 타점을 뽑아내며 실질적인 중심 타자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첫 해라는 점에서 적응은 중요한 덕목으로 다가온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잘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강정호가 탁월한 모습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 팬들을 열광하게 하고 있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더 큰 성장을 이끄는 이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박병호에게도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그를 기다려줄 곳은 어느 곳에도 없다. 이미 단점은 모두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스스로 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메이저리그에서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집요하게 공략해오는 약점을 박병호가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그이 홈런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움과 우려가 큰 이유는 바로 이런 득점권 상황에서 자신의 몫을 해주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그런 중요한 순간만 되면 약점으로 지적된 강속구로 승부하는 투수들과 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박병호가 있다. 결국 박병호는 해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터진 10호 홈런을 계기로 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최악의 슬럼프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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