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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20살 김현수 보상선수에서 마운드 새 기대주가 되었다

by 스포토리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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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에이스 브룩스의 이탈은 뼈아팠다.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브룩스는 그렇게 올 시즌을 끝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아내와 딸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아들은 여전히 큰 고통 속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기아 선수들은 브룩스 가족들을 위해 힘을 내고 있다. 모자에는 그들을 위한 문구를 적었고, 그렇게 하나가 되어 뛰고 있다. 비록 에이스 부재로 인해 아쉬움은 크지만, 멀리서나마 하나가 된 기아는 그렇게 마지막 가을 야구를 위해 힘을 내고 있다.

브룩스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다. 워낙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브룩스는 그 자체로 최고였다. 그런 점에서 그의 공백은 의외로 크다. 그런 자리를 20살 어린 투수인 김현수가 등장해 가능성을 보였다. 한 차례 잘 던졌다고 그가 최고가 될 수는 없다. 

 

키움과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20살 김현수가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기아의 핵심인 양현종이 3이닝만 막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라는 조언을 할 정도였다. 신인에게 과한 기대보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를 하라는 덕담이자 당부였다.

 

정교한 교타자와 강타자가 잘 조합된 키움은 만만치 않은 팀이다.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아 연패에 빠지기는 했지만 신인이 상대하기에 쉽지 않은 팀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런 점에서 김현수의 호투는 놀랍다.

 

김현수는 롯데로 간 안치홍의 보상선수로 기아로 옮긴 선수다. 롯데를 떠나며 펑펑 울었다는 이 어린 선수에게 기아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가 올해 등판한 경기들에게서 기록한 내용들은 잘못된 보상 선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기아로 온 김현수의 첫 데뷔는 5월 29일 LG전이었다. 1과 1/3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며 나름 선방을 했다. 그렇게 김현수는 8월부터는 추격조로 불펜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8월 4일 LG전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은 채 6 실점을 하고는 1군에서 말소되었다.

 

다행스럽게 확대엔트리가 되면서 다시 1군에 등록된 김현수는 8월 19일 다시 LG전에서도 무너졌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며 3 피안타, 2 볼넷으로 4 실점을 했다. 3 자책이기는 하지만, LG를 상대로 두 번의 등판에서 아웃카운트 2개에 무려 10 실점을 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현수의 8월 평균자책점이 21.60이었다. 물론 불펜 투수이기 때문에 이런 방어율은 급등했다 급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량 실점들을 해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그런 김현수에게도 잘 맞는 팀이 존재했다. 그게 바로 키움이었다.

 

브룩스가 가족 교통사고로 인해 팀을 이탈한 상황에서 다시 1군에 콜업된 김현수는 9월 23일 키움전에 3회부터 롱릴리프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김현수는 5이닝 동안 1 실점만 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LG를 상대로 대량 실점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2군에서 제구를 가다듬고 경험치를 쌓으며 폭발한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불펜에서 던지던 그는 선발 기회를 잡았다. 믿을 수 있는 선발이 몇 없는 기아에게는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다. 그렇게 김현수에게 주어진 기회를 그는 잘 잡았다.

 

좋은 투구를 했던 기억이 있는 키움과 다시 대결을 한 김현수는 인생투를 선보였다. 낙차 큰 커브는 일품이었다. 좋은 제구로 상대 몸 쪽을 파고드는 강력한 직구는 보는 이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놀라울 정도의 구속은 아니지만, 낙차 큰 커브와 함께 좋은 제구로 다가온 직구는 상대 타자들을 힘들게 했다.

 

2회 러셀과 변상권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앞선 경기들에게 그가 대량 실점을 한 이유와 명확한 차별성을 가지는 대목이니 말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단 것은 김현수가 그렇게 1군에서 얻어맞으며 성장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단순하게 LG가 아닌 키움이기에 잘 던졌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게 성장 과정이라고 본다면 김현수의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진다.

이민우와 임기영이 기대보다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현수의 호투는 다음 시즌 선발 한 자리에 대한 기대치를 키웠다. 키움과 같은 투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면 김현수는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 상대를 압도하는 직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상대를 요리할 수 있다.

 

김현수는 상대를 윽박지르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오늘 경기에서 돋보였던 것은 커브다. 낙차 큰 소위 폭포수라고 표현되는 듯한 커브의 각이 상대 타자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에 제구가 담보된 직구는 강력함을 더욱 키웠다.  

 

경험이 중요하다. 앞으로 수많은 상대들과 대결을 해야 하는 김현수에게 오늘 경기는 큰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최고의 성적으로 남는 이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 경기를 시작으로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지 곱씹어야 할 이유도 명확해졌다.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 등과 좋은 제구력으로 무장한 김현수는 쉽게 무너질 수 없는 투수다. 제구를 보다 익힌다면 김현수는 기아에게 가장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양현종을 존경하는 만큼 그의 뒤를 잇는 기아의 에이스로 성장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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