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 09:33

[2R]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 3-1승, 신인 정윤주 팀 연패 끊었다

18살 신인이 흥국생명의 6연패를 끊어냈다. 지독한 연패를 끊어낸 신인 정윤주의 파괴력은 흥국생명에게 새로운 동력을 선사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어린 신인 선수가 팀 공격 활로를 뚫었다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정윤주는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큰 관심을 받은 선수였다. 대구여고 삼인방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누가 데려갈 것인지가 관심이었다. 당연하게도 페퍼저축이 선택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신생팀으로서 다양한 선수를 선택해야만 하는 페퍼저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리베로 자원인 문슬기로 실업팀에서 데려오기 위해 1라운드에서 그를 선택하며 정윤주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정윤주 대신 같은 포지션의 박은서를 선택한 페퍼저축은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 일신여상 출신의 박은서는 원포인트 서버에서 공격수 후보로 경기에 나서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정윤주까지 페퍼저축이 가져갔다면 보다 강력한 파워를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 포지션에 선수가 부족한 페퍼저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고, 고교시절 리시브가 조금 더 좋다는 평가를 받은 박은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선명여고 출신의 김세인 대신 정윤주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페퍼저축이 김세인을 선택한 것은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리베로 자원으로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 신인이라는 점에서 길게 봤을 때 어떤 선택이 옳은지 판단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1세트에서 페퍼저축이 잡았다면 흥국생명은 7연패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그만큼 오늘 경기에서 1세트는 중요했다. 실제 페퍼저축은 좋은 밸런스로 상대를 압박하고 앞서 나갔다. 페퍼저축은 안정적 리시브와 공격으로 자신의 경기를 한 것과 달리, 흥국생명은 범실도 잦아지며 자멸하는 느낌이었다.

 

위기의 흥국생명을 구한 것은 바로 신인 정윤주였다. 23-19 상황이라면 당연히 23점 팀이 세트를 가져갈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페퍼저축은 2점만 따면 세트를 가져갈 수 있는 상황에서 4점이나 앞선 상황에서 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절대적으로 페퍼저축이 유리한 상황에서 정윤주는 3 연속 공격 성공을 하며 23-22로 추격에 성공했다. 신인 맞나 싶을 정도로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는 공격으로 농락한 정윤주의 공격 성공으로 흥국생명의 기는 살아났고, 페퍼저축은 갑작스럽게 위축되었다.

 

김미연의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고, 김채연이 두 손으로 완벽한 다이렉트 공격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듀스 상황에 페퍼저축은 어이없는 서브 범실이 나왔고, 흥국생명은 캣벨의 공격이 성공하며 26-24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1세트의 주인공은 당연히 정윤주였다. 정윤주는 양 팀 최다인 9점(공격성공률 69.23%)을 기록하며 위기의 흥국생명을 구해냈다. 신인 선수가 외국인 선수 역할을 대신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와 맞세울 수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가 부족한 흥국생명에게 정윤주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역전승에 성공한 흥국생명은 2세트는 리드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점수차를 벌이고, 페퍼저축이 따라오면 정윤주의 공격이 폭발하며 달아나는 방식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그리고 2세트 마무리 역시 정윤주가 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흥국생명에 절대적인 존재로 다가올 정도였다.

3세트 역시 흥국생명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1-8이라는 절대적인 점수차가 말해주듯 그대로 셧아웃 경기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 감독은 작전 시간 선수들에게 편하게 하라며 독려하고 의도적으로 의자에 앉아 간섭 없이 선수들 스스로 경기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 효과인지 알 수는 없지만, 페퍼저축은 집중력이 높아졌고 극단적으로 벌어진 점수차를 줄이며 시소경기를 이어갔다. 최가은의 연속 서브 에이스가 나오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그 상대가 수비의 신이라 불리는 김해란을 상대로 뚝떨어지는 서브로 점수를 얻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흥국생명 리시브의 핵심인 김해란이 흔들리자 페퍼저축의 공격력이 살아나는 이유가 분명했다. 21-22로 뒤진 상황에서 페퍼저축을 살린 것은 주포인 엘리자벳이었고, 이한비의 절묘한 서브 에이스까지 이어지며 페퍼저축은 위기 속에서 세트를 따냈다.

 

이 분위기는 분명 4세트에 페퍼저축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페퍼저축은 4세트 무기력했다. 이주아와 김미연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정윤주가 이한비의 공격을 연속으로 블로킹하며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 주효했다.

정윤주가 폭발하자 캣벨 역시 편하게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상대가 캣벨 위주의 수비만 하던 것과 달리, 정윤주의 등장으로 인해 양쪽을 모두 수비하는 과정에서 실수들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김미연이 부상까지 입으며 사투를 벌이던 흥국생명은 정윤주라는 신성의 등장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캣벨은 트리플 크라운에 서브 에이스가 1개 모자랐지만 양 팀 최다인 32점(공격성공률 43.54%)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루키 정윤주가 20점(공격성공률 51.61%)에 블로킹 3개를 성공시키며 페퍼저축을 압도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고교 졸업도 하지 않은 신인 선수가 20 득점을 올린 것도 대단하지만 블로킹 역시 3개나 성공시키며 그 위력을 배가시켰다. 목적타의 대상이 되어 집중 공격을 받으며 실수들도 나오기는 했지만, 신인은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게 공격을 당하며 이겨내야만 한다.

 

정윤주가 대단한 것은 상대 블로킹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키는 작지만 점프력이 좋은 정윤주는 뛰어난 탄력으로 체공 능력을 앞세워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는 공격으로 성공률을 높였다. 여기에 직선타와 각을 틀어 공격하는 등 상대 수비수가 쉽게 방어하지 못하게 하는 영리한 공격은 누가 시켜서 나올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하게 다가온다.

흥국생명이 두 윙 스파이커들의 맹활약으로 승리를 거둔 것과 달리, 페퍼저축은 주포인 엘리자벳이 17점(공격성공률 29.16%)로 저조했다. 이는 엘리자벳의 잘못이라 보기 어렵다. 경기 내내 올라오는 공의 질이 너무 나빴다. 여기에 다른 공격수가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자 아쉬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초반 이한비 공격이 잘 터졌지만, 박경현이 터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박은서가 3세트 중반부터 투입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에 정윤주가 있다면 페퍼저축에는 박은서가 있었다. 박은서가 들어가며 공격이 활기를 찾기 시작하며 3세트를 가져오는 이유가 되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박은서는 11점(공격 성공률 57.8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페퍼저축이 1순위로 뽑은 세터 박사랑이 부상을 이겨내고 러닝을 시작했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2월에나 출전이 가능하겠지만, 시즌을 다 버리지 않고 마지막에라도 경기에 나서며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중요하니 말이다. 

 

페퍼저축은 아쉽게 경기를 놓쳤다. 그 과정을 보면 페퍼저축이 풀어야 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얇은 선수층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들 역시 적다는 점과 체력적인 문제까지 겹치기 시작하며 시련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미들 브로커 자원으로 1라운드 3순위로 선택한 서채원 역시 보다 자주 나올 수 있는 기회는 준비되었다. 신인들을 통해 활력을 부여하며 새로운 전개를 만들어야 할 페퍼저축이다. 

 

패배를 통해 페퍼저축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 역시 그들에게는 중요하다. 모든 경기가 그들에게는 소중한 데이터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바탕으로 신생팀이 조금씩 성장하는 기틀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부딪치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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