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을 이어가던 두 팀이 만났습니다. 10점이나 점수를 삭제당한 에버턴은 연승을 이어가며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만약 승점을 감점당하지 않았다면 현재 5위권 정도일 정도로 에버턴의 실력은 나쁘지 않습니다.
핵심 선수들의 부상과 퇴장으로 어려운 경기를 이어가던 토트넘은 최근 2연승을 질주하며, 크리스마를 앞두고 에버턴을 홈으로 불러 가진 이번 경기 승리는 간절했습니다. 손흥민이 1월에 아시안컵 대회 참가로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남은 경기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놔야만 합니다.
뉴캐슬 4-1승, 노팅엄 2-0 꺾으며 연승 가도를 가는 토트넘에게는 에버턴과 경기는 분수령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연말까지 남은 2경기까지 모두 이기며 5연승을 이어가는 것이 토트넘이 가질 수 있는 최고 경우의 수입니다. 손흥민이 아시안컵으로 빠지기 전 모든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에버턴을 꼭 이겨야만 했습니다.
여기에 손흥민이 떠난 후 득점을 해줄 자원이 없던 상황에서 골칫거리였던 히샬리송이 과연 오늘 경기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을지는 중요했습니다. 이는 손흥민을 제외한 득점 루트가 없던 토트넘에서는 만약 히샬리송이 제대로 활약해주지 못한다면 재앙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수마가 퇴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자리는 호이비에르는 로셀소가 아닌 스킵이 나섰습니다. 공격 라인은 히샬리송이 원톱 자리에 나서고, 손흥민과 존슨이 윙어로 나서고 중앙에는 클루셉스키가 섰습니다. 이 조합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당연했습니다.
베스트 라인업으로 여겨지는 선수들이 모두 나왔고, 초반 흐름도 좋았습니다. 초반 골이 들어가기 전까지 에버튼이 강하게 토트넘을 압박하는 경기였습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킥오프 직후에는 토트넘이 골을 넣을 기회를 잡기도 했었습니다.
쿨루셉스키의 크로스를 사르가 발리 슈팅을 했지만 골과 연결되지는 않았죠. 하지만 이런 조합은 중요합니다. 공격 루트가 다변화된다는 의미이니 말이죠. 이후 에버튼에게 밀렸던 토트넘은 전반 8분에 첫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히샬리송이었습니다.
히샬리송의 골도 좋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과정은 시스템으로 구축되고, 이게 완벽해지면 골을 넣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게 됩니다. 엔제볼의 시스템화를 가장 잘 보여준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포로가 사르에게 연결하고 끌고 올라가다 클루셉스키가 아닌 뒤로 빠져 들어가는 존슨에게 패스를 넣어준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존슨이 공을 잡은 상황 중앙에는 히샬리송과 왼쪽에서는 손흥민이 한꺼번에 치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에버튼 수비로서는 두 선수 모두를 방어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존슨의 공은 히샬리송에 의해 골로 연결되었습니다. 완벽한 톱니바퀴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여 만들어낸 골이라는 점에서 이는 중요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속되었습니다. 전반 11분 존슨이 직접 슈팅을 했지만 골대 위로 벗어나며 득점과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에버튼이 공격을 이어갔고, 위기도 찾아오기는 했지만 완성도는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골이 나왔습니다.
전반 18분 클루셉스키 패스를 받은 존슨이 슛을 했지만 픽포드가 쳐냈습니다. 골대 근처에 에버튼 선수들이 즐비했다는 점에서 픽포드가 쳐낸 것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공이 손흥민 쪽으로 향하면 그건 불안입니다.
픽포드가 쳐낸 볼이 오자 손흥민은 침착하게 에버튼 선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빈공간을 보고 슛을 했습니다. 직선이 아닌 바운드가 되는 이 공은 완벽하게 빈 공간으로 들어갔고, 픽포드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골을 넣고 뛰어가는 손흥민과 함께 뛰며 행복해하는 히샬리송이 같이 포효하는 모습은 토트넘에게는 상징적입니다.
히샬리송이 살아나면서 손흥민의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골이 손흥민이 아닌 히샬리송에 집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상대 수비의 집중 방해를 받던 손흥민이 히샬리송으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골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히샬리송이 살아난 것은 손흥민에게도 반가운 일입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홀란드의 14골에 이은 2위 자리에 오른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뒤늦게 열린 경기에서 살라와 본머스 솔란케가 골을 넣으며 12골로 공동 2위에 올라가며, 손흥민은 4위로 밀려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득점차가 많지 않기 때문에 누구라도 선두에 올라설 수 있는 상황입니다.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이 되는 것처럼 득점왕 자리도 리그가 끝나기 전까지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이 114골이 되면서 이안 라이트의 113골을 넘어서며 단독 23위가 되었습니다. 20위에 이름을 올린 루카쿠의 121골도 올시즌에는 넘어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반을 2-0으로 앞선 토트넘이지만 후반에는 에버튼에 밀리며 조마조마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반이 끝난 후 토트넘은 수비 핵심인 로메로가 나가고 다이어가 들어왔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이 의심되는 로메로를 빠르게 빼준 것이죠.
다이어가 들어오며 수비라인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메로가 교체로 나가자마자 골이 나왔습니다. 에메르송이 후방에서 볼을 잡는 과정에서 고메스에게 빼앗기고 르윈에게 패스가 이어진 후 골로 연결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에메르송이 볼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고메스가 파울을 저질렀다는 것이 반칙으로 판정되며 골은 무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로메로가 빠지면 수비가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다이어가 적극적으로 르윈을 압박해야 했지만, 느슨하게 풀어주며 골을 내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큽니다.
토트넘은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히샬리송과 사르를 호이비에르와 로셀소로 교체했습니다. 이 선택이 중요했던 것은 공격일변도가 아닌 승리를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공격 강화가 아닌 수비에 방점을 찍은 이 선택은 엔제 감독의 경험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토트넘의 닥공도 좋지만 지지않는 경기가 필요하니 말입니다. 더욱 로메로까지 교체된 상황에서 수비 불안은 2-0도 커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앙을 두텁게 하며 공격은 손흥민에게 맡기는 방식은 어쩌면 현재 토트넘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방어에 방점을 찍었음에도 에버튼 공격은 거셌고, 82분 고메스가 골을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코너킥 후 흘러나온 공을 고메스가 슛으로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무리 선방이 많았던 비카리오로서도 이 슛은 막기 어려웠습니다.
전반 토트넘이 2골을 넣으면 압도했지만 후반은 에버튼이 1골을 넣으며 주도했습니다. 추가시간까지 에버튼의 공격은 거셌고, 한때 토트넘 선수였던 단주마가 교체되어 골이나 마찬가지인 슛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주마의 슛은 골대 상단을 맞으며 튀어나왔는데 이게 골인지 여부가 판독될 정도였습니다.
판독결과 골이 라인에 걸치며 노골 판정이 났습니다. 인간 눈으로는 골이라고 이야기될 수도 있었지만 기계는 골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죠. 에버튼으로서는 경악할 일이었고, 토트넘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선취골을 넣고도 진 경기가 많았던 토트넘으로서는 오늘 경기도 전반 2골이나 넣었음에도 후반 골을 내주고, 동점까지 될 수도 있었습니다. 닥공 축구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수비가 강해야 가능합니다. 수비가 탄탄하면 공격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로메로가 햄스트링 부상을 받은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빠르게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부상 자체는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토트넘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더벤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비스가 잘해주고 있지만, 로메로가 빠지면 수비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토트넘은 올 해가 가기 전에 브라이튼과 본머스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브라이튼과 경기가 한차례 취소되며 27일 경기가 29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31일 본머스와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중요해 보입니다.
손흥민은 이틀 쉬고 2경기를 치르는 연말 마지막 2경기에 모두 풀타임으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여정이지만, 손흥민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결승까지 간다면 한달 반 정도 토트넘 경기를 뛸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은 두 경기 모두 최선을 다해 이기려 노력할 겁니다. 과연 토트넘이 손흥민이 있는 동안 다섯 경기 연속 승리로 우승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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