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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박병호의 끝내기 홈런, 기아를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by 스포토리 2011.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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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말 연장전에 터진 박병호의 끝내기 솔로 홈런은 극적이었습니다. 경기 후반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연장 승부에 들어선 두 팀의 대결이 홈런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은 승패를 떠나 극적이며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기아, 시즌 막판 6연패는 죄악이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맥없이 지고 있는 기아는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이 추락하고 있는 중입니다. 꼴찌인 넥센을 맞아 연패를 당한 기아의 현재 팀 능력은 리그 3위가 아닌 꼴찌임을 경기력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주 넥센 전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주 SK와 롯데와 6연전을 벌여야 하는 기아로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기아에게 이범호의 존재감은 너무나 컸다

트레비스와 문성현이 맞붙는 경기에서 기아는 승리를 거둬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무력한 기아의 타선은 결코 쉬운 승리를 만들어주지 못했고 그런 무기력함은 넥센의 벽마저 무섭게 여길 정도로 허약하기만 했습니다. 올 시즌 기아는 넥센과의 상대 승부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리그 1위를 달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롯데와의 경기에서 스윕을 당했지만 넥센과의 경기에서 만회하면 다음 주 경기에서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넥센 전 2연패를 포함해 6연패를 당하며 장기 연패에 들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지만 기아의 가장 큰 문제는 타격입니다. 타선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니 모든 것이 틀어져버릴 수밖에는 없고 이런 상황에서 과부하가 걸리는 기아의 투수들은 패배의 원흉으로 낙인찍히기만 합니다. 물론 어느 상황에서건 완벽하게 틀어막아 주면 좋겠지만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선은 마운드마저 축축하게 만들 뿐입니다.

지쳐서 제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하고 있는 이용규를 계속 투입해야만 하는 팀 사정은 이해하겠지만 다음 주 중요한 6연전을 위해서라도 넥센전에서 그를 쉬게 하는 것은 필요했습니다.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그가 원했던 안타라기보다는 운이 따른 안타였다는 것만 봐도 이용규에게 절실한 것은 휴식이었습니다.

뜨거운 여름 쉬지도 못하고 1번 타자와 중견수로서 활약했던 이용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계속 강행군을 해야만 할 정도로 기아의 타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선두 타자인 이용규가 흔들리고 중심타선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니 기아가 정상적인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6연패를 당하는 동안 그들이 뽑은 최다 점수가 4점 한 번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공격력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 수 있습니다.

문성현이 1, 2회 제구가 흔들리며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성급하게 공격에 나선 테이블 세터. 김원섭이 볼넷을 얻고 최희섭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지만 나지완의 무기력한 우익수 플라이는 기아의 현주소입니다. 2회에는 안치홍이 선두 타자로 안타를 치며 기회를 만들었지만 신종길이 유격수 팜볼로 아웃되고 차일목이 병살타를 치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문성현에게 제구력을 잡도록 만드는 과정은 아쉽기만 합니다.

기아가 정상적으로 공격을 풀어가지 못하는 것과 달리, 넥센은 2회 송지만의 우중간 타구를 신종길의 어설픈 수비로 2루타로 만들어준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여기에 폭투로 1사 3루를 만든 상황에서 허도환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첫 득점을 빼앗기는 장면은 이런 실수가 결과적으로 득점과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다가오지요.

넥센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철저하게 살려 득점에 연결시킨 집요함과 집중력이 대단했지만 기아로서는 안줘도 되는 점수를 주었기에 두 팀의 최근 경기력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기아가 문성현의 페이스에 말려 좀처럼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과 달리, 넥센은 4회 1사 후 8번 타자인 허도환이 2루타를 치며 공격 물꼬를 열고 1번 장기영이 적시타를 치며 점수를 뽑아내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효과적으로 점수로 이어갔습니다.

넥센이 꼬박꼬박 점수를 뽑아가는 것과 달리, 기아는 5회 1사 후 연속으로 볼넷 두 개를 얻으며 기회를 잡았지만 1, 2번 타자들이 무기력하게 외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5회 트레비스는 유한준의 타구에 무릎이 맞아 조태수로 교체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큰 부상이 아닌 단순한 타박상으로 판명이 나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유독 부상 선수가 많은 기아에게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부상 상황에서도 다시 던지겠다며 나선 트레비스의 투혼은 대단했지만 기아는 이런 투혼을 그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전 경기에서도 의도적으로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기아는 침묵하고 롯데가 폭발하며 역효과를 냈듯 오늘 부상 투혼 역시 기아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기아로서는 어떤 화이팅도 먹히지 않은 최악의 상황임을 보여주는 대목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런 기아에게도 기회는 찾아왔습니다. 7회 1사 후 신종길이 안타를 치고 도루까지 한 상황에서 차일목의 안타로 1사 1, 3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기아는 주저 없이 이종범을 대타로 내보냈고, 이종범은 이정훈 투수의 변화구를 노리고 큼지막한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는데 성공했습니다. 후속타자인 이용규가 기회를 이어가기를 바랐지만 그 역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런 기아의 기회는 8회 다시 찾아왔습니다. 김선빈이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치고 김원섭의 번트를 바뀐 오재영이 1루 송구 실책으로 무사 2, 3루를 만들어 주며 역전 기회를 주게 되었습니다. 무사 2, 3루에 4번부터 시작되는 기아의 공격. 누가 생각해도 최소 동점에 역전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기아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중심 타자들은 이런 모두의 기대를 비웃고 말았습니다.

아직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김선빈으로서는 최희섭의 2루 땅볼에 홈으로 파고들 수가 없었습니다. 4번 타자로서 큼지막한 외야 플라이라도 하나 때려주길 바랐던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이 났습니다. 나지완을 막기 위해 넥센은 박준수로 투수를 교체했고 효과적인 투구로 3루 땅볼을 잡았지만 송구가 높게 되며 김선빈과의 홈 승부는 동점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높은 송구와 포수를 피해 슬라이딩하는 김선빈의 모습에서 아웃과 세이프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였습니다. 슬로우 비디오를 통해 여러 각도에서 잡았을 때 포수의 미트가 김선빈의 손보다 먼저 닿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판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웃을 판정해도 무방할 정도로 박빙의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2-2 동점 상황이었습니다.  

추가 득점을 통한 역전까지도 가능한 상황에서 기아는 안치홍이 2루 뜬공, 신종길이 2루 땅볼로 물러나며 더 이상의 득점은 없었습니다. 무사 2, 3루 상황에서 4번 부터 타격에 나선 기아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김선빈의 득점을 제외하고는 점수를 뽑지 못했다는 것이 기아의 문제입니다.

9회 기아는 1사 후 이현곤과 이용규가 안타를 치며 1사 1, 3루의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김선빈의 병살로 마지막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1사 1, 3루 찬스에서 이용규가 도루를 하고 병살 기회를 막은 후 점수를 뽑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이미 도루마저 힘겨워진 이용규로서는 병살을 막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더욱 기아의 현재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본 헤드 플레이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3루 땅볼에 홈 아웃이 두려워 3루로 돌아간 이현곤은 홈으로 들어서야만 했습니다. 병살이 되면 더 이상 기회가 안 생기는 상황에서 병살을 바라보며 3루에서 어정쩡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야구를 하나 의아해질 정도였습니다.

10회 3, 4, 5번이 등장해 중견수 플라이, 1루 땅볼, 1루 파울 플라이로 물러난 기아의 공격력은 있으나 마나한 중심 타선으로 전락했고 9회 1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 잘 벗어났던 유동훈은 10회 선두 타자인 박병호에게 바깥쪽 승부가 아닌, 몸 쪽 높은 공으로 승부구를 던져 끝내기 홈런을 맞는 장면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야구만 놓고 보면 극적인 홈런이라 멋지기는 했지만 바깥 공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던 박병호에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몸쪽 공을 던졌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차일목의 리드였지만 유동훈의 실투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실투 하나로 기아는 6연패에 빠졌고 최악의 상황 다음 주까지 연패의 사슬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습니다.

무늬만 중심타선인 기아로서는 선발 투수가 무실점 완투를 하지 않는 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윤석민이 등판하는 일요일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그가 9회까지 무실점 완투를 하고 어떤 식으로든 점수를 짜내지 않으면 승리할 수가 없다는 것이 기아의 문제입니다.

이범호가 부상으로 빠져나간 후 구심점을 잃고 득점을 올리는데 힘겨워하는 기아의 타선은 역설적으로 이범호 혼자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부상에서 최희섭이 돌아왔지만 4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고 힘만 넘치는 나지완 역시 팀이 바라는 영웅은 아니었습니다.

선수들 개개인이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한 각성을 하고 경기에 좀 더 집중력을 가져야만 합니다. 배트 중심에 맞추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타격감으로 상대 팀을 압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찾지 않는다면 지독한 연패의 추억은 가장 중요한 시즌 막판 기아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주범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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