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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삼성 고든 영입은 탈보트 보험용인가?

by 스포토리 2012.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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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하나 남은 외국인 선수로 SK에서 뛰었던 고든을 영입했습니다. 2011 시즌 후반기 입단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매티스와 저마노라는 걸출한 투수들이 모두 삼성을 떠난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은 어쩌면 최선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고든, 탈보트 보험용 혹은 전반기용 일수도 있다




SK에서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였던 고든의 문제는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최대 5이닝 투구가 전부인 고든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선발로 활용하겠다는 발언은 그래서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맞대결을 한 만큼 고든에 대한 평가는 자체적으로 완료된 상황에서 류 감독의 이 발언은 탈보트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여전히 다른 팀과 비교해 좋은 투수진을 구축하고 있는 팀입니다. 외국인 선수가 없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차우찬-윤성환-장원삼-배영수-정인욱'으로 5인 선발을 세워도 웬만한 팀 선발과 비교해도 당당할 정도로 좋은 투수들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탈보트와 고든이 가세한다는 것은 선발과 불펜 강화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삼성의 투수진은 더욱 강력해진 느낌입니다.

작년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저마노와 매티스를 탈보트와 고든이 능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두 선수는 후반기 등판만 했지만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선수이지만 탈보트의 경우 시즌이 개막되어봐야 그 선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메이저에서 10승을 올렸던 투수이기는 하지만 꾸준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선수라는 점에서 메이저 10승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메이저 한 해 21승을 올리기도 했던 리마도 국내 리그에서는 그렇고 그런 외국인 투수였다는 점에서 한국 리그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인데 그 부분은 실전 투입이전에는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저마노 잡기에 나섰던 삼성이 급하게 선회해 SK가 버린 고든을 선택한 이유가 중요할 것입니다.

후반기 14경기에 나와 6승 4패, 3.81 방어율을 기록한 고든은 우선 어느 정도 한국 리그를 알고 있는 투수이고 낙차 큰 커브를 주무기로 삼고 있어 여러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류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을 듯합니다. 비록 긴 이닝을 소화하는 형태의 투수는 아니지만 5이닝 정도는 확실하게 막아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판단은 막강한 불펜을 지닌 삼성으로서는 괜찮은 옵션이었을 것입니다.

'안지만-정현욱-정인욱-권혁-권오준-오승환'이 버티고 있는 불펜은 여전히 최강입니다. 모두가 필승조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막강한 파괴력을 갖춘 불펜의 힘은 5이닝이란 짧은 이닝이라도 완벽하게 막아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경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듯합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모두 선발로 사용한 다면 '탈보트-차우찬-윤성환-장원삼-고든' 정도로 로테이션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발 라인업에서 밀려난 배영수 역시 롱 릴리프로 활용되거나 6선발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투수 자원은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선발 자원이 남는 상황에서 고든의 영입은 여러 측면에서 다용도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우선 탈보트가 과연 예상만큼 실력을 보여주느냐는 것이 관건입니다. 삼성 측에서 원하는 대로 뛰어난 투구로 최소 10승 이상을 책임져 준다면 문제없겠지만 작년에도 홍역을 치렀듯 국내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면 탈보트를 대체할 선수로 고든이 중요한 존재로 떠오를 수밖에는 없습니다.

고든이 80개 정도의 투구까지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활약은 그 이상의 투구를 넘어가면 위기를 맞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온전한 선발 투수로서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그를 붙잡은 삼성으로서는 탈보트에 대한 보험이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후반기 새로운 투수를 데려오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의 2012년은 우승이 목표입니다. 2011년 우승에 이어 연속 우승을 통해 명실상부한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삼성에게는 2012년은 중요합니다. 이승엽도 돌아와 타선의 무게감이 더욱 강력해진 상황에서 오승환이 버티고 있는 삼성 뒷문은 여전히 단단하기만 합니다. 여기에 선발만 제 실력을 보여준다면 삼성의 우승 전략에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저마노를 보스턴에 빼앗긴 상황에서 고든의 영입은 팬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쉽습니다. 고든이 저마노를 능가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류 감독이 영입 후 선발로 기용할 것이라고 천명하고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입니다. 리그 시작과 함께 고든의 보직은 충분히 변화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자원들을 봤을 때 고든은 전천후 선수로 활용될 가능성도 보입니다. 배영수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느냐에 따라 서로의 보직을 변경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선발 라인업에서 고든의 합세로 인해 배영수가 불펜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 역할은 서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왕년의 에이스 배영수가 다시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온다면 삼성이 굳이 배영수를 볼펜으로 돌리고 5이닝 투수 고든을 선발로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차우찬이 다시 한 번 에이스 복귀를 노리고 윤성환의 성장과 장원삼의 폭주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미래의 에이스인 정인욱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삼성의 마운드는 역대 최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든 영입은 철저하게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험용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고든을 우선순위에 두고 팀 운영을 개편하는 것이 아니라 팀 상황에 따라 고든의 보직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든 카드는 무척이나 유용해 보입니다. 우선 한국 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된 선수라는 점과 비록 이닝이터는 아니지만 충분히 타자를 공략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어느 보직에 그를 기용하더라도 충분히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고든이 SK 시절 선발만이 아니라 불펜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런 추측 역시 가능해 보입니다.

선발 라인업 꾸리기도 힘겨워하는 팀들과 비교해보면 삼성은 남아도는 전력에 누구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강력한 선발과 불펜, 절대 무적인 마무리까지 완벽한 틀을 갖춘 삼성에게 고든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가장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고든까지 합세한 삼성이 과연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12 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막강한 전력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겨울 프리시즌 동안 얼마나 효과적인 훈련을 해내느냐(다른 모든 팀들 역시 동일하겠지요)가 팀 우승의 관건이 되겠지요. 2012 시즌 그 치열한 경쟁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사진은 SK 와이번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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