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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최희섭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

by 스포토리 201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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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이 복귀를 결정하며 모든 논란이 사라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겨져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는 합니다. 과거 자신을 돌봐주었던 에이전트 이치훈과 만나 내놓은 결과라는 점에서 최희섭이 기아에서 완벽하게 뿌리를 내릴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적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력만이 전부다




최희섭은 팬들과의 불화가 주 원인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부상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 자신에게 악플을 달고 야구장에서 비난을 하던 팬들과의 불화가 기아를 떠나고 싶게 만든 원인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는 없습니다. 어제 그토록 자신을 위해 응원을 보내던 이들이 다음 날 자신을 비난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 말입니다.

문제는 왜 그들이 자신에게 비난을 하는 지에 대한 고찰이 먼저 이뤄져야만 합니다.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이 최희섭이 어느 날 갑자기 미워져 비난을 하는 것일까요? 미치지 않는 한 그럴 수가 없습니다. 미친 사람들 역시 환각이든 무엇이든 동기가 있기에 미친짓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희섭이 쉽게 팬들과의 불화를 입에 담기 전에 자신의 무엇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는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을 했다면 지금과는 조금 달랐을 것입니다.

야구팬들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에게는 찬사를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에게 비난을 하는 단순함으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아니 철저하게 경기에 집중하고 팀을 위해 얼마나 효과적인 활약을 보였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는 점에서 그들이 팬들의 찬사를 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최희섭이 부진을 씻고 2009년 팀 우승을 이끌며 최고의 활약을 보이던 시대 많은 이들에게 그는 영웅이었습니다. 대중의 영웅이란 허망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영웅은 언제든 대중들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법인데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명확했듯 바닥으로 떨어지는 이유 역시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시카고 컵스 시절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뇌진탕을 당하는 순간까지 볼에 집중하고 글러브에서 공을 놓지 않은 상황에서 앰블런스를 타고 그라운드를 떠나던 최희섭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을 보이던 그를 위해 미국 현지 팬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그가 치료를 받은 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던 날 그를 위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던 모습 그것이 야구였습니다.

야구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던 선수에 대한 찬사와 감동. 그런 그가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팬들의 마음이 바로 야구입니다. 그와 달리 야구에 전념하지 못하고 프로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이들은 당연히 야유 속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역시 야구입니다.

기아 팬들이 바라는 최희섭의 모습은 바로 컵스의 일원이 되어 모든 것을 걸었던 첫 메이저리거의 모습입니다. 33살이 된 그에게 젊은 시절의 실력을 그대로 재현하라는 것은 불편한 요구 일 것입니다. 그 때와 같은 파괴력은 아니더라도 노련함으로 팀의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기아 팬들의 바람입니다. 

현 시점 최희섭의 상황은 여전히 최악입니다. 18일 부터 팀 훈련 합류(몸 상태 문제로 복귀 시점이 무기한 연기 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애리조나 전훈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점까지 그가 얼마나 완성된 몸과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느냐가 다시 고비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시점까지 그가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의 2012 시즌 출전은 거의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잘해야 후반기 출전이 될 정도로 그에게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본 전훈에도 그가 함께 하지 못한다면 선동열 감독은 자연스럽게 최희섭 없는 기아에 맞는 훈련을 해야만 하고 그렇게 된다면 최희섭이 다시 기회를 잡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논란은 부각되고 최희섭 파문은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희섭이 잘못한 것은 팬들과의 불화를 이유로 내건 것도 문제이지만 트레이드를 요청한 선수가 자신의 몸을 정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 역시 큰 문제였습니다. 자신이 진정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면 다른 팀들이 자신을 원할 수준의 몸 상태를 갖춰야만 하는데 트레이드를 요청한 후 비대해진 몸으로 개인 훈련도 팀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은 최희섭에게 정당한 트레이드는 불가능했습니다. 

넥센과의 협상에서 처음 제시되었던 카드들이 점점 달라진 것 역시 최희섭의 태업이 만들어낸 황당함이었습니다. 스스로 트레이드를 요청하고서도 구단을 당혹하게 만든 이런 태업은 비난받아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기아에 마음이 떠나 있다고 해도 자신이 다른 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프로는 실력으로 모든 것이 증명되니 말입니다.

야구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들이나 트레이드 요구 등 그동안 최희섭이 보여준 행동들은 여전히 팬들이 그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들입니다. 그가 진정 기아에서 야구를 하기 위한 행동인지 트레이드를 위한 시간 벌기인지는 최희섭 본인만이 아는 것이지만 팬들 역시 그가 그동안 보여왔던 행동들로 인해 '양치기 소년'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모든 불식을 제거하고 진정한 야구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프로야구 선수의 진정성은 그의 실력에서 나옵니다.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에 대한 결과 역시 실전의 결과로 드러납니다. 그가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바로 그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그저 섬세한 선수라는 옹호로 그의 이런 행동들이 감싸져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야생에 나와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최희섭 혼자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가꿔져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가 진정 프로선수로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길은 지금부터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가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아냥을 피하는 것 역시 지금부터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외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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