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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양현종 완벽투, 기아 승리방정식을 찾았다

by 스포토리 2011.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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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과 글로버의 맞대결은 누가 이길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었습니다. 분위기상 독주 페이스를 갖춘 SK의 상승세였고 이를 양현종이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올 시즌 들어 패배를 몰랐던 글로버와 불안한 기아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등판한 양현종의 대결은 한 가지 차이가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기아, 9회 득점이 중요했던 이유



그동안 기아에서 사라졌던 집중력과 독기가 살아난 그들은 강했습니다. 비록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었지만, 그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5연승을 하면서 독보적인 질주를 하던 SK에 맞서 완승을 하는 것은 쉽지는 않습니다.

이기는 방법과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을 상대로 완벽하게 제압하며 승리를 따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더욱 상대가 투타의 불균형과 지독한 타격 저조를 보이는 기아라는 점에서 관리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을 압도하기는 쉽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기아가 SK 공포증에서 벗어나며 확실한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달라진 정신 자세 때문이었습니다. 전날까지 패배주의에 빠져 왜 야구를 하는지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을 보였던 기아가 오늘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과거 우리가 기억하고 있던 타이거즈의 끈끈한 승부욕과 패기로 중무장한 그들은 강했습니다.

오늘 경기의 일등공신은 역시 선발투수였던 양현종이었습니다. 4월 무기력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던 양현종이 지난 경기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확실한 선발로서의 능력을 보여줌으로서 기아의 선발이 완성되는 느낌을 전해주었습니다.

7이닝을 던지며 올 시즌 가장 많은 투구 수인 108개를 기록한 양현종은 3안타, 2사구, 5삼진 무실점으로 SK 강타선을 꽁꽁 묶으며 시즌 3승을 올렸습니다. 시즌 초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방어율도 4.88까지 낮추며 기아의 강력한 왼손 선발의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경쾌하게 시작한 양현종에게 오늘 경기에서 분수령이 되었던 것은 3회 말이었습니다. 1사 3루의 상황에서 자칫하면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조동화와 임훈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장면은 양현종의 완벽 부활을 알리는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굴욕을 당해야만 했던 이범호가 1회 2사에서 통쾌한 홈런으로 글로버를 위기에 몰아넣더니 3회 초 김원섭의 적시타로 2-0까지 달아난 상황에서 3회 말 SK 공격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1사 3루 찬스에서 1득점이라도 했다면 오늘 경기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지요.

이후 8회 말 손영민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양현종은 SK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기아가 승리할 수밖에 없는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강력한 선발투수의 위력과 타선에서 적시에 득점을 뽑아주는 경기력은 당연한 승리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SK와의 7일 경기가 11경기 만에 첫 선취득점으로 기록될 정도로 기아의 공격력은 무기력했습니다. 공격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오자 아무리 선발투수가 잘 던져도 위기는 찾아올 수밖에 없고 그런 위기는 곧 상대에게는 기회로 작용해 기아의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트레비스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주었습니다.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패전투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기아의 무기력한 타격 때문이었지요. 그런 기아가 오늘 보여준 패기는 승리하는 기아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중심타선이 여전히 문제를 노출하고 있었지만 하위 타선과 상위 타선들이 독기를 품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보기 좋았습니다. 양현종이 오늘의 수훈선수이기는 하지만 타선에서 알토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김원섭은 숨겨진 수훈선수였습니다.

이범호가 1회 홈런으로 기선 제압을 하기는 했지만 어제에 이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며 연속 삼진으로 물러난 것과는 달리, 이용규의 부상으로 붙박이 1번 타자로 등장하고 있는 김원섭은 기아의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타격으로 팀을 든든하게 만들었습니다.

3회 초 추가점을 올리는 안타에 이어 5회에는 그의 시즌 첫 홈런으로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3할 5푼의 타격에 4할 1푼 8리의 출루율로 무너진 기아 타선을 지탱해준 김원섭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기아를 지탱하고 이끄는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2군 리그에서 활발한 타격으로 1군 진입을 코앞에 둔 이용규가 다음 주 정상적으로 팀에 복귀하게 된다면 의외로 탄탄한 타선을 구축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용규와 김원섭이 테이블 세터를 맡고 김선빈이 6, 7번 타순에 들어서게 되면 나름 짜임새 있는 구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김상현이 부활을 하느냐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꾸준한 능력을 보이는 선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다행입니다.

비난의 중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조범현 감독도 오늘 보여준 투수 교체는 그의 의지를 보는 듯해서 흐뭇했습니다. 믿었던 손영민이 2사를 잡고 난 후 흔들리자 지체 없이 곽정철로 투수를 교체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투수 교체 타이밍도 문제가 많았던 그로서는 승리를 위해서 과감하게 결정을 하고 흔들리던 곽정철을 적극적으로 보듬으며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은 많은 기아 팬들이 바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했던 것은 기아가 9회에도 점수를 뽑았다는 사실입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완벽한 승리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동안 기아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아 팬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던 모습 역시 이런 적극적이고 끈끈한 승부욕이었습니다.

비록 SK에게 9회 말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다른 경기와 달리, 승리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모습이었습니다. 21타석 무안타로 원성이 자자했던 김주형이 9회 추가점을 내는 안타를 치고, 수비에서도 환상적인 1루 수비를 보인 점은 일요일 경기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SK가 볼펜 진들을 과도하게 사용해 활용할 수 있는 투수진들이 고갈된 상황에서 글로버마저 일찍 무너지며 어쩔 수 없이 필승조로 나서지 못한 점도 기아의 압승을 돕는 요인이 되기는 했습니다. 2승 1패를 생각한 김성근 감독이 노련하게 선수들을 운용하며 버리는 카드로 사용한 경기에서 압승했다는 것으로 막연하게 기아가 달라졌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보여준 기아의 모습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근성 있는 야구였습니다. 선발 투수가 최선을 다해 상대 타자들을 막아주고 타자들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승리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팬들은 패배를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력하게 지는 그들을 질책해왔습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패배는 할 수 있습니다. 

 

그 패배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졌느냐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비록 완벽하게 살아난 기아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토요일 보여준 기아와 SK전 모습은 오랜 만에 타이거즈를 보는 듯해서 즐거웠습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다울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로페즈와 전병두가 맞붙는 일요일 경기는 기아가 완벽하게 부활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경기입니다. 팀의 에이스라 부를 수 있는 이 두 투수들의 맞대결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정 부진을 씻고 새로운 기아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초반 독주를 이어가 2011 시즌도 SK의 독무대로 만들 것이냐(토요일 경기와 달리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기에)를 결정할 수도 있는 일요일 경기는 양팀 모두에게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일요일 경기에서도 기아가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근성 있는 야구를 보여준다면 패배를 하더라도 다음 주 두산, 롯데와 벌이는 원정 6연전에 기대를 걸 수 있을 겁니다. 무기력함을 버리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이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아가 잊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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