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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어글리 올림픽을 빛낸 여자 유도 78kg급 결승, 이게 스포츠의 힘이다

by 스포토리 201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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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배가 극적으로 금메달을 딴 시간 엑셀 런던 아레나에서는 여자 유도 78kg급 결승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해리슨과 영국의 기븐스의 결승전은 스포츠의 힘이란 무엇인지 잘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부모를 모두 잃은 세계 100위 기븐스와 성 학대를 이겨내고 금메달을 딴 해리슨의 사연은 그 자체가 감동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올림픽에 감동을 선사해준 해리슨과 기븐스

 




억울한 오심으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은 배드민턴에서 벌어진 승부조작으로 최악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메달이 쏟아지던 날 조 편성을 좋게 하기 위한 중국 팀의 져주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한국 여자 배드민턴은 스포츠 정신을 완벽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도 없는 최악의 스포츠 경기였습니다.

 

어글리 올림픽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사연들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더욱 어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여자 양궁 기보배의 결승전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한국 양궁 독주를 막기 위해 매번 경기 룰을 바꾸는 상황에서도 7번 연속 여자 단체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양궁. 그들은 역시 최고의 궁사들이었습니다. 올림픽에 여자 양궁 단체전이 시작된 이래 금메달은 한국의 몫이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양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한국 양궁이 위기를 맞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지도자들이 전 세계에 나가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한국식 지도를 그대로 받은 각국의 궁사들은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일본 양궁 역사상 최초로 메달을 따게 해준 존재도 일본인으로 국적을 옮긴 한국 양궁 선수라는 사실은 대한미국 양궁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었습니다.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막강한 파워를 보였던 멕시코 역시 한국 코치가 오랜 시간 공들여 키워서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이미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기보배가 멕시코 아이다 로만과 벌인 결승전은 새롭게 바뀐 양궁 룰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습니다.

 

만점까지 쏘던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3발씩 나눠 승점을 부여해 경기를 치르게 하는 이번 방식은 생경함으로 인해 한국 양궁 견제에 어느 정도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금은동을 싹쓸이 하던 시절과는 달리, 기보배 혼자 결승에 올라섰으니 말입니다. 동점 상황에서 금과 은을 가르는 마지막 한 발인 슛오프에서 먼저 화살을 쏜 기보배가 8점을 쏘며 금메달이 힘들어 보였지만 로만 역시 8점을 쏘며 중심에 좀 더 가까웠던 기보배가 금메달을 따는 상황은 대단한 재미였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나오지 않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여자 78kg급 결승은 감동vs감동의 대결이었습니다. 세계 100위였던 영국의 유도 선수 제마 기븐스는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며 결승에 올라서며 영국 현지에서는 2일 경기의 최고 이슈가 되었습니다.


자국 선수의 맹활약이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의 맹활약은 감동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100위라는 순위로 상위권으로 올라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영국 내에서는 주목을 받는 선수였는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기적 같은 성적을 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준결승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세계 랭킹 1위 프랑스의 오드리 츄미오를 상대로 연장에서 한 판으로 이기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스포츠가 아니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이 감동은 대단했으니 말입니다. 세계 100위 선수가 세계 1위 선수를 한 판으로 물리치는 장면은 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적이었습니다.

 

이런 기븐스가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미국 유망주 카일라 해리슨이었습니다. 2010년 미국 유도 26년 만에 세계선수권 대회78kg급에 정상에 올랐던 그녀는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 남녀 통틀어 유도에서 첫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되었습니다.

 

화제의 인물이었던 기븐스를 상대로 유효 2개를 따내 금메달을 따낸 해리슨은 기븐스 못지않게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17살의 나이에 코치에게 6년 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던 그녀는 이 사건으로 3년간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 시도까지 했던 그녀가 다시 유도복을 입고 정상에 올라섰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기적과도 같기에 감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국의 기븐스 역시 싱글맘이었던 엄마에 의해 유도에 입문하고 엄마를 위해 유도 선수 생활을 지속해왔던 그녀는 19 나이에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숨진 사연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굴곡진 삶 속에서 유도 하나만을 보고 살아왔던 기븐스가 일궈낸 성취는 스포츠가 아니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감동이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국 유도에게 12년 만에 은메달을 다시 선사한 기븐스의 모습은 어글리 올림픽을 조금이나 밝혀주는 사연이었습니다.

 

결승에서 비록 금과 은으로 갈리기는 했지만 해리슨과 기븐스가 보여준 감동의 이야기들은 오심으로 얼룩진 런던 올림픽을 화려하게 밝혀준 성화와 같았습니다. 스포츠 본연의 모습에서 드러난 이 감동. 그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일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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