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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박태환 동메달 누가 감히 그에게 돌을 던지나?

by 스포토리 201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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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이 자신의 이름이 걸린 경기장에서 아시안게임 수영에 나섰지만 동메달 3개를 기록했습니다. 모두가 그에게 금메달을 기대했겠지만, 그는 아쉽게 동메달 3개를 따는데 그쳤습니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에서 박태환에게는 금메달이 당연함으로 연결되지만 그건 그저 피상적인 기대일 뿐입니다.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에 원하는 것만 늘어가는 현실

 

 

 

 

인천 아시안게임이 개막되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그리 높지가 않습니다. 천문학적인 빚을 안고 있는 인천 아시안게임은 티켓 판매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진행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며 최악의 아시안게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까지 아시안게임의 화두는 펜싱입니다. 과거 올림픽에서 극적인 승부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펜싱은 이번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새로운 히트 상품처럼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황영조와 이봉주라는 걸출한 마라톤 선수는 대한민국에 희망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손기정 옹의 마라톤 제패에 이어 황영조는 올림픽을 이봉주는 아시안게임 2연패라는 걸출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세계적인 선수의 등장으로 기초종목인 육상에서도 대한민국의 성장이 기대되었지만, 이들의 뒤를 이어줄 선수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런 사례는 마라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거의 모든 종목에서 걸쳐 등장하는 고질적인 한계이자 병폐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체육 육성 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박태환의 경우도 황영조와 이봉주와 비슷한 사례일 것입니다. 볼모지에서 갑자기 등장한 세계적인 스타 선수. 박태환은 전대미문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영 스타입니다. 조오련이 과거 아시아의 물개라는 칭호를 받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선수는 박태환이 처음이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수영 볼모지인 대한민국에서 나올 수 없는 천재와 같았습니다. 김연아가 대한민국 피겨 역사를 새롭게 썼듯, 박태환은 대한민국 수영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존재입니다.

 

박태환의 대단함은 그가 따낸 메달만 봐도 충분할 것입니다. 스포츠맨에게 메달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과정에 이어 성과까지 좋다면 당연히 금상첨화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박태환은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 첫 출전했습니다. 어린 선수였던 그는 신호를 착각해 실격당하며 첫 올림픽에서 쓴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이후 경기고 재학시절 참가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박태환은 당시 대회 최우수상까지 거머쥘 정도로 최고였습니다. 

 

고교생의 질주는 대한민국 수영 역사를 새롭게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안 게임 3관왕에 이어 박태환은 2007 호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호주 수영 영웅이었더 해켓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박태환은 그저 아시아의 물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물개임을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 해켓 마저 물리친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영웅이었습니다.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자유형 200m에서는 당대 최고의 선수라 불리던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을 따는 등 2개의 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승승장구하던 박태환에게도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올림픽 후 출전했던 2009 로마 세계선수권에서는 출전 모든 중목에서 결선진출에 실패하며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메달 후 박태환이 연습에 소홀했다는 발언들과 함께 이제 박태환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들까지 나돌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 박태환은 세계적인 수영지도자인 호주 출신의 마이클 볼 코치를 맞았고, 그는 다시 한 번 화려한 부활을 했습니다.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과 은메달 하나를 추가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이어 2011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도 400m 1위에 오르며 최고의 자리를 다시 탈환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은메달 두 개를 따낸 박태환은 진정한 스타였습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운 박태환은 다시 한 번 아시안게임에 도전했습니다.

 

스포츠 선수에게는 그에 걸 맞는 훈련 환경이 필요합니다. 김연아 선수도 그렇지만 박태환 선수에게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후원사와의 재계약도 끊긴 상황에서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박태환은 실력이 아니라 훈련을 할 수 없어 은퇴를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개인 후원을 받으며 전지훈련을 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후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에만 매진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그렇게 방치된 박태환은 다시 아시안게임이 되자 금메달을 당연히 따야만 하는 선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훈련 지원도 하지 않은 채 그가 얻은 상금까지 가져가는 한심한 협회의 횡포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환경 속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박태환은 이번에도 3관왕에 올랐습니다. 물론 그 색깔이 금이 아닌 동메달이라는 것이 다르기는 했지만, 수영 불모지 대한민국을 대표한 박태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대로 된 후원사도 없고, 훈련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태환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아시안 게임에서만 금메달 6개를 따냈고,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를 따낼 정도로 엄청난 성취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3개나 따낸 박태환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을 이미 얻어낸 선수입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한 박태환. 그런 그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힘이 많이 부치는 것 같다. 많은 관중이 경기 뒤 잘했다고 격려를 보냈는데 얘기를 들을수록 마음이 무거웠다"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도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만 하는 박태환. 관중들의 격려가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했다는 그의 인터뷰는 그래서 더욱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마음의 짐을 덜어내지 못하는 마린보이 박태환의 모습은 우리 시대 엘리트 체육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듯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박태환의 경우 그런 엘리트 체육의 구조적 문제만이 아니라, 지원은 없이 결과만 요구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제대로 된 훈련장도 훈련할 수 있는 비용도 없어 훈련을 하지 못하고, 힘겹게 돈을 마련해 훈련을 해야만 했던 박태환.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7번의 애국가를 들려준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그런 선수에게 제대로 된 지원은 못할망정 그에게 돌아간 상금마저 빼돌리는 한심한 현실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박태환은 박수를 받을 만 했습니다.

 

박태환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21개의 메달을 따냈습니다.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8개 웬만한 국가의 메달 전부를 합한 것보다 많은 메달을 따낸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홀대를 받는다면 이는 황당할 것입니다. 겨우 동메달이 아니라 여전히 메달을 따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니 말입니다.

 

스포츠에서도 결과는 중요합니다. 모두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선수가 경기를 위해 얼마나 충실하게 훈련하고 임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태환은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새로운 선수들이 수없이 도전하는 상황에서도 박태환은 다시 한 번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3관왕이라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우리가 이제는 그에게 미안해해야 할 겁니다. 도와주지 못해서 그가 얼마나 힘겹게 그 자리에 섰고, 성과를 얻어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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