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31. 12:20

안산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보다 더 위대했던 평정심

스무 살 안산 선수가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이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다. 하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은 최악의 상황들과 마주하고 싸워야 했던 경기이기도 했다. 열려서는 안 되는 올림픽이 IOC의 돈벌이 때문에 강행되면서 파국은 예고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준비한 선수들의 노력까지 폄하될 수는 없었다. 돈놀이에 급급한 IOC라는 실체를 전 세계인들이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과대 포장된 국가였는지 확인하는 순간들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올림픽 시작과 함께 가장 어린 선수들이 나선 양궁 복식에서 첫 금메달을 따는 장면에 환호했다. 17살과 20살 선수가 나서 금메달을 따는 그 과정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양궁이 위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드러났다.

 

17살 김재덕과 20살 안산은 남녀 대표팀의 막내들이다. 이는 선배들이 존재하고 베테랑이라 불릴 수 있는 선수들로 양궁 복식조를 편성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양궁 대표팀의 원칙은 단 하나다. 선발 과정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내는 선수들이 선택을 받는다.

 

이미 양궁 대표선발전에서도 리우 올림픽 2관왕이었던 선수들이나, 금메달 리스트들이 탈락했다. 다른 종목 같으면 과거 금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선발되는 경우들도 존재했었다. 가장 큰 국제대회라는 점에서 경험치를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이와 과거 성적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그 원칙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는 대한민국 양궁은 그렇게 여자 단체전 올림픽 9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과거의 영광이 아닌 현재에 충실하고, 그렇게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 자체가 주는 힘은 위대하다.

 

올림픽 양궁 처음으로 만들어진 혼성 복식조에 쟁쟁한 베테랑 궁사가 아닌 이번에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막내들을 선택한 코치들의 용기도 대단하다.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는 선택에서 원칙을 고수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막내들로 꾸린 대한민국 양궁은 역사를 썼다. 

 

사실 두 선수 모두 양궁 신동으로 꾸준하게 실력을 입증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올림픽 대표에 뽑힐 정도라면 엄청난 실력자라는 의미다. 미국의 남자 양궁 세계 1위 브래디 엘리슨은 대한민국에는 올림픽 등 국제 경기에 나와 경쟁할 대표선수들이 50명 정도는 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한민국 양궁의 인력풀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였다. 여기에 한국 양궁만이 유일하게 미국의 NFL이나 MLB와 같은 체계적인 리그가 존재한다고 했다. 한국 양궁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세계 양궁 남자부 세계 1위를 오랜 시간 독점하고 있는 브래디 엘리슨의 평가였다. 

 

이런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움을 준 현대의 지원도 빼놓지 않고 있다. 실제 양궁 경기가 열리는 곳에 현대차 그룹 정의선 회장이 현장으로 달려갈 정도였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바로 일본으로 향해 양궁장에서 응원하는 현대의 지원은 무려 37년이다.

꾸준하게 지원해 한국 양궁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한 현대의 지원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선수들의 노력과 기업의 지원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결과를 맺은 것이 바로 양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세를 몰아 김재덕은 형들과 함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선수단 큰형인 40대 오진혁이 마지막 발을 쏘며 내뱉은 "끝"이란 말은 전설이 되었다. 쏘는 순간 우승을 직감했고, 그렇게 단체전 승리를 이야기하는 오진혁의 이 발언은 현재까지도 화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였던 오진혁은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으로 대표팀에 다시 승선했다.

 

17살 막내와 40살 큰형까지 통상적인 스포츠라면 절대 대표팀에 함께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국 양궁의 넓은 인력풀과 공정한 경쟁을 잘 보여준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생긴 후 금메달은 모두 한국의 것이었다.

 

선수는 바뀌어도 금메달은 언제나 한국 대표팀의 것이었다. 9연패라는 위대한 업적을 쌓은 여자양궁 대표팀은 상대가 없다고 할 정도로 위대하다. 그리고 막내 안산은 그 안에서도 존재함을 보여주고 2관왕이 되었다. 김재덕과 함께 2관왕에 오른 이들은 개인전까지 출전하며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2명의 3관왕을 꿈꿨지만, 17살 김재덕은 아쉽게 탈락했다. 아직 어린 김재덕으로서는 홀로 사대에 서서 경쟁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 첫 올림픽에서 2관왕이 된 막내가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었을 것이다.

 

김재덕과 달리, 안산은 달랐다. 분명 단체전과 달리, 개인전은 보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양궁으로서는 여자라고 해도 쉽지 않다. 다른 선배들이 탈락하는 와중에도 안산은 결승을 향해 나아갔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 모두 슛오프로 마무리지었다.

 

누구라도 잠시 흔들릴 수 있는 상황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안산이 결승에서 러시아 선수와 대결을 하며 8점을 쏘는 모습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부담감이 컸다는 의미다. 마음 같아서는 올 텐으로 금메달을 걸고 싶은 마음들을 하겠지만 결코 쉬운 경쟁이 아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10점으로 동점을 만들고 그렇게 슛오프에 들어선 안산은 오히려 담담했다. 심박수까지 공개되는 상황은 잔인하다. 이런 상황에서 110의 안정된 심박수를 보인 안산은 10점을 쐈다. 하지만 러시아 선수가 보다 안쪽을 쏘면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160이 넘는 심박수는 당연히 흔들리게 만들었고, 그렇게 안산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러시아 선수를 물리치고, 한국 하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단일 대회 첫 3관왕에 올라섰다. 한꺼번에 금메달을 세 개나 딴 안산은 경기가 완전히 끝난 후에야 눈물을 보였다.

 

경기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던 선수. 그런 선수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며 웃게 만드는 감독의 모습도 좋았다. 그렇게 홀로 상대와 경쟁해야 하는 안산을 위해 막내 김재덕이 경기장을 울리는 강력한 응원까지 그렇게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역사를 만들어냈다.

 

안산의 3관왕이 대단한 이유는 다른 것도 아닌 일부의 황당한 주장 때문이었다. 안산은 현재 여대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짧은 머리를 했다는 이유로 안산은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며 일부 한심한 자들의 공격이 있었다. 금메달을 딴 후 벌어진 이 말도 안 되는 공격은 안산의 SNS에 집중되었고, 이는 심리적인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3관왕이 된 후 이 문제에 대해 짧게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부담을 가지고 경기를 했을 가능성도 높다. 심리적 요인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이를 흔드는 한심한 자들의 작태는 비난을 받아 마땅했다. 외신까지 나서 일부 일베들이 페미니즘 공격을 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야당 대표라는 자가 악의적으로 남녀 편가르기를 하는 이 한심한 상황에서 국제적 망신까지 당하게 된 셈이다. 안산이 남성 혐오주의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다.

 

안산이 이 한심한 자들의 공격을 받은 이유는 여대를 다니고,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없다. 그게 안산이 패미니스트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논리다. 한심한 자들의 졸렬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자들이 여전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함께 숨 쉬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할 정도다.

 

온갖 황당한 공격까지 이겨내며 안산은 역사를 새롭게 써냈다. 대기록을 완성하고 감독과 포옹하는 안산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함께 느꼈을 것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사회적 적폐들과 이를 부추기는 한심한 정치권의 농단으로 국가를 대표해 나간 선수를 괴롭히는 희대의 사건 속에서도 금메달을 딴 안산에 대한 감사와 위대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 한심한 족속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보다 더 남녀평등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극과 극은 서로를 헐뜯지만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남녀평등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오히려 남녀 갈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안산 선수로 인해 대한민국은 보다 남녀평등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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