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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칼럼

단원고 탁구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팠던 우승

by 스포토리 2014.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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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할 정도로 서글픈 참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답답하게 다가옵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단체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난 길에 벌어진 이 처참한 사고는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273명의 실종자 중 대부분이 학생들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 단원고 탁구부 학생들이 전국대회 우승을 하고나서 서글프게 우는 장면은 모두를 슬프게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슬펐던 단원고 탁구부 우승

 

 

 

 

결승 경기를 앞두고도 침몰 사고를 중계하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단원고 여자 탁구부 선수들의 모습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출전 자체를 포기할까도 했던 그들은 경기에 집중했고, 그리고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값진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우승을 하고도 환하게 웃지도 않고 서글프게 우는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에게는 우승에 대한 기쁨보다는 친구들이 당한 황당한 사고에 대한 아픔이 더욱 크기만 했습니다.

 


충남 당진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0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단원고 탁구부는 승승장구하며 16일 준결승전과 결승만 앞두고 있었습니다. 선수들 중에는 이번 대회로 인해 수학여행을 함께 떠나지 못한 2학년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집중해서 경기에 나서야 했던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제주로 향하던 단원고 학생들을 실은 배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과 함께 하던 친구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힘든 일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준결승전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는 그들은 하지만 경기에 나섰고, 끝내 우승까지 해냈습니다. 지독한 아픔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친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단원고 여자 탁구부원들의 우승은 그래서 값지면서도 아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준결승이 열리기 전에는 전원이 구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양여고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3-2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친구들도 구조되고, 자신들도 결승에 올라섰으니 이보다 기쁜 일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승을 앞두고 전원구출이라는 소식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300명 가까운 친구들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같은 2학년 학생들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힘겨워하던 학생들은 결승전에 나서야 했고 그 경기에서 결승에 올라온 울산 대송고와 경기에서 3-1로 승리를 거두며 대회 2연패라는 값진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사고 소식을 들은 대송고 응원단 역시 착잡한 마음에 적극적인 응원을 하지 않은 채 경기만 지켜봤다고 합니다.

 

지난 대회 우승에 이어 올 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둔 안산 다원고이지만 우승 자리에 올라선 그녀들의 표정은 슬픔만 가득했습니다. 대회 2연패로 인한 기쁜 슬픔이 아니라, 바다 속에 갇힌 채 구출을 기다리는 수많은 친구들을 생각하며 아파하는 이 어린 학생들의 모습은 슬픔과 불안만이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선수로서는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우승을 하고도 서럽게 마음껏 울지도 못한 채 힘겨워하던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의 모습은 그래서 보는 이들을 더욱 아프게만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팠던 그녀들의 우승은 실종된 친구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서기를 원했을 겁니다. 하지만 정부 구조 시스템의 붕괴와 엉망이 되어버린 현장에서 그런 희망은 사치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배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와 아픔은 그녀들의 슬프고 아픈 우승도 큰 도움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구조된 단원고 교감은 아이들이 구조되지 않은 채 홀로 구조되었다는 사실을 자책해오던 그는 실종자 가족들이 있던 체육관 근처 야산에서 스스로 자살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 남겨진 유서에는 모든 잘못은 자신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살아났다는 것이 슬프고 아플 수밖에 없었던 교감의 죽음은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올 뿐입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학생들 수백명이 여전히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 상황에서 우승을 하고도 마음껏 그 기쁨을 나누지 못하고 서글프게 울던 단원고 여자 탁구부 선수들의 아픔은 많은 이들에게 지독한 슬픔으로 남겨질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세상에서 이보다 아프고 슬픈 우승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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