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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SK 1-0 연장승, 고영우의 1mm가 승부를 갈랐다

by 스포토리 2015.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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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대결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와 SK의 대결은 흥미로웠다. 기아가 이기면 5위를 굳히고 4위 넥센을 따라잡게 되고, SK가 이기면 5위 싸움에 다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경기였다. 우천으로 모든 경기가 취소된 상황에서 인천에서 펼쳐진 기아와 SK 경기는 연장까지 이어졌다. 

 

백용환의 희생플라이 고영우의 결승 득점, 기아 승리 이끌다

 

 

 

 

임준혁과 박희수의 선발 대결은 임준혁의 완승이었다. 박희수는 1과 1/3이닝 동안 3탈삼진, 1사사구를 내주며 임시 선발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 김광현이 선발 예정이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급하게 선발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의 호투에 이어 SK는 채병용이 빛나는 투구를 보였다. 

 

 

전국에 비가 내리던 상황에서 인천 역시 경기 중 비가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그만큼 투수에게는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의미다. 습한 날씨가 투수들에게는 최고의 날이라는 사실을 오늘 경기에서도 잘 보여주었다. 습한 날씨는 공이 멀리 가기 어렵게 만들었고, 투수들의 손가락에 공이 완벽하게 감기며 오늘 경기는 투수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기아가 완벽하게 제압을 당한 것과 달리, SK는 홈에서 1회부터 꾸준하게 안타를 치며 분위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SK는 7회까지 매 회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기아 타자들이 초반 완벽하게 SK 투수들에게 막힌 것과는 크게 달랐다.

 

기아는 6회까지 2안타에 9개의 삼진을 당할 정도로 오늘 등판한 박희수와 채병용에게 완벽하게 밀리는 경기를 했다. 좀처럼 터지지 않는 경기에 안타 만들기도 어려워하는 기아 타선을 보면 완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하지만 타선이 침묵하는 동안 선발인 임준혁은 타자들에게 첫 투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내며 호투를 이어갔다.

 

1회부터 안타와 볼넷 등으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기는 했지만 실점을 하지 않는 투구를 보여주었다. 위기관리 능력은 투수들에게는 절실하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고 해도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고,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벗어나느냐는 최고 투수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가 된다.

 

시즌 초반 들쑥날쑥하던 투구는 최근 들어 안정감을 찾고 있다. 8월 8일 NC전을 제외하고는 선발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임준혁은 그런 흐름을 오늘 경기에서도 꾸준하게 이어갔다. 임준혁에게 가장 큰 위기는 6회였다.

 

선두타자인 박정권에게 2루타를 맞고 이명기에게 안타까지 내주며 무사 1, 3루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점수를 못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SK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다. 앞선 이명기 안타에 박정권이 홈까지 못 들어 온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더 기막힌 상황은 정의윤의 3루 땅볼에서 나왔다.

 

팽팽하게 이어진 투수전에서 병살이 아닌 홈으로 들어오는 박정권을 선택한 이범호가 던진 공이 주자의 손에 맞고 튀어 오르며 승부는 SK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박정권의 손에 맞고 날아간 공이 홈으로 들어오던 임준혁에게 잡히며 아웃을 당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볼이 그대로 빠졌다면 SK가 득점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무사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후 대량 득점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 상황은 기아에게는 천운이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이 끝난 후 안정을 찾은 임준혁은 최정을 1루 파울 플라이로 이재원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임준혁은 7이닝 동안 102개의 투구 수로 6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기아에게는 7회가 기회였다. 선두타자인 김민우가 볼넷을 얻어나가고 필이 안타를 치며 6회 SK와 유사한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믿었던 이범호가 유격수 뜬공을 치며 점수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나지완마저 볼넷을 얻어나가자 기아 벤치는 대주자를 내세워 승부를 걸었다.

 

1사 만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황대인을 믿었지만 신인에게 이런 상황들이 쉽지는 않았다. 노련한 윤길현에게 황대인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인구인 초구에 방망이가 나가는 순간 황대인은 윤길현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첫 구를 통해 황대인을 유인하고 이를 이용해 삼진으로 몰아가는 과정은 노련한 투수의 능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대타로 출전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황대인이지만 선발로 나선 오늘 경기에서 신인의 한계와 가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황대인은 오늘 경기에서 4타석에 들어섰지만 3번은 삼진을 당했고, 한 번은 병살로 물러났다. 아직 프로의 능숙한 투수들을 상대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하지만 움츠린 타격이 아닌 시원하게 자기 스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는 곧 어느 시점이 되면 황대인의 타격이 다시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어진 만루 상황에서 이홍구의 타구는 외야로 뜨고 말았다. 1사 만루 상황에서 신인들이 상황을 이겨내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 6, 7회 한 번씩 기회를 잡고도 놓쳤던 양 팀의 승부는 연장까지 이어졌다. 10회 1사 후 이홍구의 한 방이 경기를 갈랐다.  

1사 후 타석에 나선 이홍구는 잘 던지던 박정배를 상대로 귀중한 3루타를 만들어냈다. 오늘 경기를 끝낼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점에서 기아 벤치는 바쁘게 움직였다. 3루타를 친 이홍구를 빼고 고영우를 대주자로 내보내고, 백용환을 대타로 선택했다.

 

포수 자원이기도 하고 장타력을 갖춘 백용환을 통해 낮은 플라이라도 만들어 쥐어짜기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벤치의 바람처럼 백용환은 외야 플라이를 쳐냈고, 고영우의 빠른 발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기막힌 상황은 벌어졌다.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지만 고영우와 기아 벤치는 합의 판정을 요구했다.

 

합의 결과 판정은 번복되었다. 상황은 분명한 아웃이었지만 포수인 이재원이 태그를 하는 과정이 늦었다. 간발의 차이이기는 하지만 고영우의 다리는 홈 플레이트를 찍었고 뒤늦게 이어진 포구는 아웃이 아닌 세이프였다. 1mm의 차이가 만든 결과는 곧 가을 야구에 대한 두 팀의 기대를 상반되게 만들었다. 마무리로 나선 윤석민은 2개의 삼진을 통해 25세이브를 올렸다.

 

기아의 오늘 승리로 6위인 한화와는 2경기 차이로 벌렸고, 4위인 넥센과는 2.5 경기차가 되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아가 4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도 있게 되었다. 1, 2위가 거의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가 과연 넥센까지 잡아내며 가을 야구에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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