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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FA 철수한 김기태의 야심이 단단하고 반가운 이유

by 스포토리 2015.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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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타이거즈가 올 시즌 FA에서 완전하게 물러난 후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충분한 자본을 갖춘 기아라는 점에서 올 시즌 FA에서 큰 손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농후했다. 더욱 타선 약화로 인해 보강이 절실한 팀 사정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돈을 쓸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의 기아 내부 육성을 통해 타이거즈의 전통을 살린다

 

 

 

올 시즌 FA 역시 과도한 돈 잔치로 마무리되었다. 국내 여건을 생각해보면 너무 과한 FA 금액은 결국 모두를 붕괴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아와 삼성 등 자본을 갖춘 구단들이 FA에서 빠진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점을 넘어선 과열은 공멸을 불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와 삼성의 선택은 내부 육성이다. 이미 삼성은 탄탄한 내부 육성 정책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팀이다. 물론 삼성이 프로야구 태동기부터 엄청난 돈을 퍼부으며 유명 선수들을 싹쓸이 해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삼성으로 인해 지금의 FA 과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죄를 물을 수도 있다.

 

외부 수혈을 통한 팀 전력 극대화와 함께 삼성이 심혈을 기울인 것은 육성이다. 그리고 그 육성의 힘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박석민이라는 삼성의 핵심 전략을 그들은 막지 못했다. 삼성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도 있는 선수였지만 지역 라이벌이 된 NC에게 빼앗겼다. 그럼에도 삼성이 여유 있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화수분 야구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모기업의 변화로 인해 더는 큰돈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도 삼성의 변화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돈으로 야구를 하던 시대를 이끌던 삼성이 과감하게 과열 구도에서 나온 것은 모기업의 조직 개편과 함께 내부 육성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에 이어져왔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팀 운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린 꿈나무부터 발굴 육성해 선수로 키워내는 팜 시스템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기아의 선택도 주목받고 있다. 기아는 해태 시절 영광을 아직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호랑이들이지만 과거와 다른 현실 속에서 기아 팬들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구장에서 시즌들을 이끌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모습이 없다. 선동렬 감독이 물러난 후 김기태 감독이 선임되었지만 가을 야구에 나서지는 못했다. 그나마 선 감독 시절보다는 높은 순위에 올라섰고 마지막까지 가을 야구의 끈을 놓지 않고 대결을 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올 시즌 기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기존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희섭은 개막 후 한 달 반짝 후 사라졌다. 그는 은퇴를 선택했고 이제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다. 그렇게 기아의 핵심 선수였던 최희섭은 팀에서 사라졌다.

 

거포였던 나지완은 군 문제 해결 후 끝도 없는 추락을 했다.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타격감과 비난 여론 속에서 마음을 다잡지 못한 나지완은 무용지물이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항상 부상을 달고 사는 김주찬은 여전히 아쉬움만 전해주었다. 그나마 기아를 살린 것은 외국인 선수 필이었다. 어쩔 수 없는 팀 사정으로 인해 경기를 쉰 것을 제외하고 전 경기에 출전한 필은 기아 타선의 모든 것이었다.

 

이범호가 FA로이드로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2할7푼대 타율과 28 홈런, 79 타점은 아쉬울 뿐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필의 3할2푼5리 타율과 22홈런, 101타점은 더욱 커 보이기만 하다. 물론 다른 팀의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아쉬운 기록들이기는 하지만 받쳐주는 선수 없는 기아에서 필은 모든 투수들의 경계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결코 필의 기록을 폄하할 수 없다.  

 

기아는 올 가을 FA가 된 이범호와 계약을 한 것이 전부다. 이후 FA 시장에서 마무리 투수 영입을 하기 위해 움직이기는 했지만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올라간 FA 전쟁 속에서 포기했다. 마무리 투수를 데려오기 위해 100억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유망주까지 내줘야 하는 상황은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가 들어와 팀에 도움이 되면 감독 입장에서야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한 명이 들어오면, 가능성 있는 선수 서너 명이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팀을 지휘하는 입장에서는 이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야구, 1~2년만 하고 말 게 아니지 않는가"

 

김기태 감독이 FA 철수와 함께 했던 말은 기아 타이거즈의 앞으로 행보를 예상하게 한다. 외부 선수 영입으로 내부 선수 여러 명이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상황에 따라 FA 영입은 팀 운영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막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기아의 올 시즌 F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은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그만큼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너무 과열된 탓이기도 하다. 내년 시즌 당장 팀의 에이스인 양현종이 FA가 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금액을 쓸 이유도 없기도 하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구책으로 나온 발언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김기태 감독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김기태 감독과 계약한 기아는 계약 기간 동안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원하는 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올 시즌부터 새로운 시도들을 해왔다. 어쩔 수 없는 팀 사정이 만든 결과이기도 했지만 많은 신인 선수들이 대거 1군 무대에 서면서 경험을 축적했다.

 

강한울, 김호령, 박찬호, 백용환, 최용규, 이홍구, 고영우, 이호신, 황대인 등 기존에 1군 무대에서 잘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한 시즌 다양한 경험들을 했다. 그리고 기아는 가장 중요한 포수 자원 둘을 얻었다. 이홍구와 백용환은 향후 기아의 안방마님을 책임질 수 있는 핵심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아가 차일목을 잡지 않아도 될 정도로 두 선수의 힘은 2015시즌 기아에게는 희망이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두 자리 수 홈런을 쳐냈고, 어깨가 강하다는 점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안방이 단단해지면 당연하게도 마운드와 팀 전체가 안정적인 모습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백용환과 이홍구는 중요한 자원이다.

 

2016 시즌에도 센터 라인은 불안전하다. 강한울과 박찬호가 유격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즌에도 두 선수가 자주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2루수 역시 초반 맹활약을 했던 최용규가 겨울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우와 함께 최용규가 2루를 책임질 가능성이 높은 점에서 결국 다시 문제는 타격이다.

 

센터 라인 중 내야를 책임지는 2루수와 유격수 문제는 동반 입대한 김선빈과 안치홍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고 깊다. 수비 실력만이 아니라 타격 능력 역시 뛰어난 두 선수가 한꺼번에 빠지며 기아의 타선은 더욱 빈약해졌다. 중심 타선을 이룬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하위 타선마저 신인들로 채워진 기아 타선은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

 

나지완이 욕을 그렇게 먹는 이유 역시 당연한 국가대표였던 안치홍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팀 안배를 이유로 안치홍이 아닌 군 입대의 데드라인에 걸린 나지완이 선택된 후 안치홍의 입대는 선 감독과의 불화설로 이어지며 감독마저 바뀌는 이유가 되었다. 막연하게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없는 안치홍의 입대는 당연한 것이었다. 남겨진 나지완이 부상을 털고 시즌에서라도 자신의 몫을 해줬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것은 그렇게 결과론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2016년 9월이면 김선빈과 안치홍이 돌아온다. 그런 만큼 기아가 새로운 외부 자원을 무리하게 데려올 이유가 전혀 없다. 그들이 복귀하면 기아의 센터라인은 그들과 함께 공백 기간 동안 1군 경험을 풍부하게 한 신인 선수들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기태의 야심은 단단하게 반갑게 다가온다.

 

2016 시즌 기아는 여전히 우승 후보와 멀리 있다. 특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선발 라인업을 강화시킨 것은 호재가 될 수밖에 없지만 여전히 답이 없는 마무리가 불안 요소다. 여기에 올 시즌 최악의 타격 빈곤을 보인 타선이 화려하게 살아날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많다.

 

기아 타이거즈의 실험은 2016년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다양한 실험을 했던 기아는 다시 한기주 등 올 시즌까지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다시 돌아온다. 여기에 19살 황대인이 입대에 실패하며 내년 시즌 다시 그라운드에 나선다. 아직 거칠지만 기아의 미래 4번 타자인 황대인의 성장을 함께 보는 것도 행복할 듯하다.  

 

타격은 아쉬움을 줬지만 뛰어난 가능성을 보였던, 강한울, 박찬호, 김호령, 박준태 등의 야수 신인들의 성장도 기대된다. 완숙한 맛보다는 매 경기가 성장의 지표가 되는 어린 선수들이 내년 시즌에도 기아에서 자주 등장할 것이다. 부상과 부진에 빠졌던 핵심선수들이 각성하고 다시 돌아와 자신의 이름값을 해준다면 기아의 타선 역시 올 시즌보다는 훨씬 좋은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변한 FA 영입보다는 내부 선수 육성을 하겠다는 김기태 감독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당장의 순위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아 타이거즈가 다시 전설의 팀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다림과 노력의 시간들이 필요하니 말이다.

 

재활센터와 3군 전용구장 조성까지 다양한 형태의 인프라 구축을 하는 기아는 본격적으로 내부 육성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은 당장 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그들의 성장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신구의 조화를 이끌며 보다 강력한 기아 타이거즈로 체질 개선을 하게 될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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