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1 08:17

기아 두산에 13-3 대승, 다섯 개의 홈런보다 값졌던 홍건희 첫 선발승

기아가 선두 두산을 상대로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원정 경기를 위닝 시리즈로 만들었다. 전날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며 연패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되었지만, 이를 막은 것은 선발로 나선 홍건희였다.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려는 두산과 이를 막아야만 하는 기아의 대결 구도는 초반부터 이어졌다.

 

잠실 수놓은 다섯 개의 홈런보다 값지게 다가왔던 홍건희의 첫 선발승

 

 

넥센에게 3연패를 당하며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인 기아는 잠실로 떠나면서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니 팬들이 느끼는 부담이 컸을 수도 있다. 두산과의 상대 전적도 기아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 주말 3연전의 첫 상대 투수가 올 시즌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보우덴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담이었다.

금요일 경기에서 지크가 호투로 선발 마운드를 잘 지켜주고 필이 연타석 홈런으로 두산을 흔들며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는 다시 좋아졌다. 비록 토요일 경기에서 허무하게 실책으로 경기를 내주기는 했지만 쉽게 상대에게 제압당하지 않는 기아의 힘은 달랐다.

 

일요일 경기는 양 팀에게 모두 중요했다. 서로 한 경기씩을 나눈 상황에서 두산은 전날의 기분 좋은 승리를 이어가려했고, 기아는 아쉬운 패배를 설욕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대결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만약 두산이 1회 기회를 잘 살렸다면 의외로 손쉽게 경기를 지배했을 수도 있었다.

 

홍건희는 1회 흔들렸다.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안타를 내준 무사 1루 상황에서 오재원의 타구 역시 잘 맞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1루수 필이 큰 키를 이용한 수비로 병살 처리를 해준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만약 이 타구가 빠졌다면 단숨에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홍건희가 초반 위기를 벗어나며 호투를 이어간 것과 달리, 두산의 선발 허준혁은 안정된 피칭으로 기아 타선을 막아냈다. 하지만 3회 백용환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두산과의 잠실 경기에서 매번 홈런을 만들어내고 있는 기아는 백용환을 시작으로 팀 기록을 세우는 하루가 되었다.

 

5회 필의 홈런, 7회 김호령, 이범호, 서동욱이 모두 홈런을 쳐내며 한 경기 다섯 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기아로서는 한 경기 다섯 개의 홈런이 올 시즌 팀 최다였다는 점과 최근 이런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기아의 타선은 분명 큰 변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아는 초반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상황들이 있었다. 3회에도 만루 상황에서 김주찬의 내야 땅볼이 이어지며 아쉽게 1득점을 추가하는 것에 만족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쉬웠다. 적시타가 터졌다면 보다 손쉽게 경기를 지배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4회 득점을 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서동욱의 주루 센스가 돋보였다. KT와의 경기에서 김상현을 농락했던 홈 승부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서동욱은 다시 한 번 상대를 위협하는 주루 센스로 추가점을 만들어냈다. 사구로 나간 후 나지완의 2루타로 3루까지 진루한 서동욱은 양의지가 공을 놓치자 빠른 판단으로 홈까지 치고 들어왔다.

 

공이 멀리 빠진 게 아니라 홈으로 들어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서동욱은 양의지가 순간적으로 공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그대로 홈으로 질주했다. 이 득점이 중요했던 이유는 두산을 충분히 흔들 수 있는 주루였기 때문이다. 이후 강한울의 2루 땅볼을 오재원이 악송구를 하며 추가 득점에 성공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났다.

 

강한울의 타구가 코스가 좋았고 빠른 발을 가진 그를 잡기 위해 서둘다 나온 결과이기는 하지만 서동욱의 센스 넘치는 주루 후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기아로서는 무척이나 특별했던 추가점이 되었다. 4-1로 앞선 기아가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것은 5회 주자를 앞세운 필의 투런 홈런이었다.

 

금요일 경기 연타석 홈런을 쳐낸 필은 오늘 경기에서도 단숨에 점수 차를 5점으로 늘리는 투런 홈런으로 팀 승리에 혁혁한 공헌을 해주었다. 팀이 필요할 때 점수를 내주자 홍건희는 6회까지 책임지며 호투를 이어갔다. 홍건희는 6이닝 동안 90개의 투구 수로 4피안타, 1탈삼진, 2사사구, 1실점을 하며 시즌 2승이자 첫 선발승을 올렸다.

 

전날 여섯 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에서 홍건희가 빨리 무너졌다면 기아로서는 답을 찾기가 어려운 경기였다. 하지만 홍건희가 6이닝을 막아주며 마운드에 숨통을 트게 해주었고, 타선 역시 폭발하며 두산을 압도할 수 있었다. 홍건희가 6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주자 7회 기아 타자들은 그의 시즌 첫 선발승을 위한 축포를 터트렸다.

 

전날 경기에서도 극적인 홈런을 쳐냈던 김호령은 2B1S 상황에서 이현호의 몸 쪽 낮은 공을 완벽하게 쳐 올려 좌측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쳐내는 장면은 대단했다. 쉽게 쳐낼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했고, 매번 호수비를 펼치며 기아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김호령이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흥분으로 다가온다.

 

신종길의 2루타 후 바뀐 투수 안규영을 상대로 시즌 19호이자 투런 홈런을 쳐낸 이범호의 한 방은 결정적이었다. 가운데 높게 제구 된 실투에 가까운 공을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만들어낸 이범호는 확실하게 과거 '꽃범호'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한 이닝에 두 명의 투수에게 두 개의 홈런을 친 기아는 그것도 부족했다. 서동욱은 다시 한 번 안규영을 상대로 맞는 순간 홈런을 확신하게 하는 거대한 축포를 만들어내며 한 이닝 3개의 홈런으로 두산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올 시즌 넥센에서 무상으로 기아에 트레이드되었던 서동욱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가 되었다. 기아는 꾸준하게 서동욱에게 기회를 주었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통산 성적을 비웃는 서동욱의 비상은 최근 기아의 화려한 타선의 화룡점정이 되고 있다.

 

기아는 큰 점수 차에서 팀의 미래를 책임져야만 하는 투수들인 정동현과 김윤동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 투수들이 미래 기아의 기둥이라는 점에서 꾸준하게 선발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기를 기대하게 한다. 워낙 좋은 자지를 타고난 두 투수들이 올 시즌보다는 내년 시즌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아의 세대교체는 조금 더디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한다.

 

미완의 대기처럼 항상 터질 듯하면서도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홍건희의 호투는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다섯 개의 홈런은 그를 위한 축포였다. 홍건희가 만약 오늘 경기 승리를 발판으로 하반기 경기에서도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면 기아로서는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뜨겁게 달아오른 타선이 아쉽게도 장마와 올스타 휴식기로 인해 식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상하위 타선이 골고루 단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기아로서는 선발 투수들만 안정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준다면 언제든지 승리할 수 있음을 최근 경기에서 잘 보여주었다. 과연 기아가 가을 야구에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가 점점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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