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5. 16:27

한국 피지 8-0 완승,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피지를 상대로 8-0 완승을 이끌었다. 올림픽 첫 무대를 밟은 피지로서는 최악의 결과가 되었지만 이미 예고된 경기였다는 점에서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같은 조의 독일과 멕시코와 상대해야만 하는 한국으로서는 피지에게 대승을 거두지 않는 한 8강 진출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류승우 해트트릭과 손흥민 석현준의 존재감 확인으로 충분했던 경기

 

 

피지와의 브라질 올림픽 첫 경기는 초반부터 한국 대표팀의 완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최다 골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이상할 것도 없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피지와의 초반 경기에서 승기를 잡아가지는 못했다.

 

흐름은 끊기고 수비는 불안한 상황에서 골대를 위협하는 공격 역시 날카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열세라고 보였던 피지는 의외로 선전을 했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 충분히 초반부터 압도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전반 30분 동안 한국 대표팀의 장점은 무엇인지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린 선수들이 초반 흐름을 잡아가지 못하면 의외의 부진으로 쏟아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절대적인 우위를 선점하고 대승을 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골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그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양 측 날개를 활용한 공격 루트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골문으로 넘어가는 공이 슛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피지 수비수들이 대거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무너트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첫 골은 많은 기대를 받았던 류승우였다.

전반 32분 권창훈의 크로스를 류승우가 가슴 트래핑 후 왼발 슛으로 마무리하며 첫 골을 만들어냈다. 조바심이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뒤늦게 터진 류승우의 골은 대승의 시작이었다. 물론 전반 38분 류승우가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문창진이 키커로 나섰지만 좌측 골대를 맞고 나오며 추가골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한국 대표팀은 아쉬움이 컸다. 월등한 실력 차인 경기에서 전반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하면 의외로 역공을 당해 무너지는 경우들이 많은 것은 스포츠다. 더욱 올림픽에 출전한 팀은 최소한의 경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약체라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16분부터 이어진 3분 동안의 골 릴레이였다. 후반16분 문창진의 패스를 받은 권창진이 박스 안에서 왼발 슛으로 골을 넣으며 마법과 같은 시간은 시작되었다. 1분 뒤 류승우의 크로스와 권창훈이 골로 연결하더니, 다시 1분 뒤에는 류승우가 골을 결정지으며 단숨에 4-0까지 경기를 벌려놓았다.

 

4-0까지 경기차가 커지자 한국 대표팀은 손흥민과 석현준을 교체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한 출전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둘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는 완벽하게 한국 대표팀의 일방적인 경기로 흘렀다.

 

이미 4골이나 잃은 후 체력 안배까지 실패한 피지는 한국 대표팀의 파상 공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전반 최선을 다해 한국 대표팀을 막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골 릴레이로 인해 피지로서는 전의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교체된 손흥민은 페널티킥을 안정적으로 넣으며 골 맛을 봤다.

 

석현준은 필드 골 두 개를 넣으며 부상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골키퍼를 맞고 나온 공을 차분하게 골문에 넣은 첫 골에 이어 두 번째 골은 크로스 된 공을 골키퍼와 다투는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골 감각이 완전히 살아났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국 대표팀의 완결 편은 류승우였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해트트릭을 완성한 류승우로 인해 한국 대표팀은 피지에 8-0 완승을 이끌었다. 같은 조의 독일과 멕시코가 첫 대결에서 2-2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한국의 피지 대승은 그만큼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전통적인 강팀인 독일과 런던 올림픽 축구 우승팀인 멕시코와 한 조인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두 팀과 비기고 피지를 완승으로 이끌어 8강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렇다는 점에서 한국의 첫 번째 과제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축포를 쏘아 올릴 수는 없다.

 

8일 예정된 독일과의 승부에서 만약 지게 된다면 모든 것은 뒤틀리게 된다. 물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손흥민과 석현준이 풍부한 유럽 리그 경험과 피지 경기에서 골맛을 봤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할 수 있다. 성인 대표팀들과 달리, 단기전에서 승부는 결국 얼마나 초반 분위기를 좋게 잡아가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피지에 대승을 하기는 했지만 한국 대표팀은 여전히 불안한 부분들이 많았다. 수비 조직력이 예상 외로 불안하며 역습을 허용하는 경우들도 있었다는 점은 문제다. 손흥민과 석현준이 빠진 공격라인에서 류승우의 존재감은 크게 다가왔지만 상대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피지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나온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모든 것을 걸고 승리한다면 한국 대표팀의 8강은 확정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축배는 독일과의 경기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최소한 비기기만 한다면 멕시코와의 대결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독일 리그를 충분하게 경험한 손흥민과 해트트릭을 기록한 류승우가 전차군단을 무너트릴 핵심 병기가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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