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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박인비 리우 올림픽 골프 금메달, 골든 그랜드슬램이 더욱 위대한 이유

by 스포토리 2016.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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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철저하게 개인 경기다. 프로 골프의 경우 엄청난 상금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치열하다. 이런 그들이 팀을 이뤄 국가 대항전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더욱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국가를 대표해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것은 골프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상마저 이겨낸 박인비의 올림픽 금메달, 도전 그 자체가 빛나는 골프 여제의 힘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었다. 최연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등 그동안의 성과는 박세리 이후 최고였지만 최근의 경기 결과는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경기력마저 하락한 박인비가 골프 대표 선수로 나서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계적으로 뛰어난 여자 골퍼들이 즐비한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고민이었다. 세계 랭킹 15위까지 대표 선발 자격이 주어질 정도로 대한민국 여자 골프의 실력을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교포 골퍼들까지 한국 대표를 자처했다면 출전이 불가능한 상위 랭커들이 즐비할 정도로 현재 여자 골프에 한국의 힘은 거대하다.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벌이는 것은 여성들의 몫이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경우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은 것을 보면 한국 여성들의 힘은 여전히 대단하기만 하다. 그런 여풍의 힘은 이번 리우에서도 특별하게 다르지는 않았다. 국제 경기에서 언제나 큰 낭보들은 여성들의 몫이었음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특별하게 다가오지도 않다.

 

박인비는 어린 나이에 골프 유학을 떠났다. 그렇게 미국에서 골프를 배운 박인비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천재에 가까운 존재였다. 청소년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박인비는 2007년 LPGA에 입성하고 1년이 지난 2008년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에서 우승하며 찬사를 받았다.


프로 데뷔 첫 우승이 최고의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US 오픈이었던 것은 오히려 박인비에게는 위기였다. 우승 후 슬럼프를 경험하며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2013년 화려하게 우승컵을 들며 복귀했다. 2013년 나비스코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과 LPGA 챔피언십, US오픈 등을 석권했다.

 

박인비는 2014년 LPGA 챔피언십(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2015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 이어 2015년 브리티시오픈 우승까지 하며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박인비가 기록한 커리어그랜드슬램이 얼마나 위대한지는 이 기록을 세운 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여자골프선수는 박인비, 루이스 서그스, 미키 라이트, 팻 브래들리, 줄리 잉크스터, 캐리 웹, 애니카 소렌스탐 등 7명이다. 남자의 경우는 더욱 적다. 진 사라센, 벤 호건, 개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 5명이 커리어그랜드슬램을 기록한 선수다.

 

골프 역사의 큰 획을 그었던 최고의 스타들 중에서도 남녀 통털어 12명에 불과한 커리어그랜드슬램을 기록한 것만으로도 박인비는 골프 역사상 가장 위해단 선수 중 하나다. 그 위대한 개척자인 박세리도 이루지 못한 기록을 넘어선 그녀의 시작은 바로 그 유명한 1998년 US 오픈 때문이다.

 

물에 빠지기 직전의 공을 위해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멋지게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의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것이 바로 박인비다. 박세리 키즈들이 이후 엄청나게 쏟아졌고 그중 하나가 바로 박인비였고,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우상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대회에서만 7승을 거둔 박인비는 박세리에 이어 한국인 역대 두 번째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선수다.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이룬 박인비에게는 어쩌면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하는 올림픽은 큰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다. 더욱 부상과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자칫 자신의 커리어 전부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판단이었다.

 

지카 바이러스와 불안한 치안 등을 이유로 세계 톱랭커들의 남자 스타 선수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하며 올림픽 종목이 된 골프는 위기를 맞았다. 올림픽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고 엄청난 상금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프로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그리 매력적인 대회가 아니었다.

 

프로 골퍼들은 우승 한 번을 하면 상금으로만 많게는 수십억을 받는다. 세계 최고 선수들은 경기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출전료를 받기도 한다. 한 해 치러지는 경기를 꾸준하게 치르면 연봉은 수십억으로 넘어 수백억을 벌기도 한다. 여기에 광고까지 함께 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입이 보장된 것이 바로 프로 골퍼다.

 

그들에게는 조국의 명예보다는 엄청난 수익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프로골퍼들은 그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국가를 위해 나섰다. '국뽕'이라고 명명된 애국주의 장사를 위함이 아닌 순수한 스포츠 정신으로 무장된 이 아름다운 선수들의 도전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골프만이 아닌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은 그런 순수함이 더 강한 선수들이다.

 

부상과 부진. 여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다 이룬 최고의 선수가 과연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할까? 하는 의문은 말 그대로 한심한 생각일 뿐이었다. 첫 라운드부터 박인비는 그저 박인비였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길만 걷는 그녀는 표정에서 그 어떤 것도 잃어낼 수 없을 정도였다.

 

초반 의외의 변수들로 선두권이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흔들릴 법도 한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었지만, 당연하다는 듯 박인비는 자신의 골프를 쳤고 그렇게 선두로 치고 나갔다. 현 세계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고 고라는 강력한 상대와 함께 마지막 라운드를 하는 과정에서도 오히려 상대를 기죽게 하는 강력함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중간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멋진 퍼팅을 앞세워 경쟁자들을 멀찍이 떨어트린 박인비는 18 홀 마지막 퍼팅을 성공시키고 두 손을 올리고 환하게 웃었다. 경기 내내 그 어떤 감정 표현도 하지 않은 채 오직 골프에만 집중하던 그녀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는 달랐다.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박인비는 그렇게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 커리어그랜드슬램을 기록한 선수들이 총 12명이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올림픽 금메달까지 딴 이는 없었다. 박인비가 최초였고 어쩌면 그녀가 영원한 기록 보유자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태극마크는 무한적인 힘을 내게 하는 에너지다. 초인적인 힘을 준다"

 

지독한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인해 올림픽 출전에 대해 고민을 하던 박인비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박세리의 든든함도 있었고, 남편의 내조도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이대로 멈춰 서 있으면 최소한 비난을 받을 일은 없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녀는 도전을 선택했다. 비난을 받더라도 도전하고 싶게 만든 것은 바로 태극 마크가 주는 위대한 힘이었다.

 

어설픈 애국주의를 앞세워 사리사욕에 정신이 없는 위정자들의 입에 바른 애국이 아니라 그저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실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국가대표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열정이 박인비에게는 존재했다. 그렇게 그녀는 골프 역사상 116년 만에 올림픽 우승자가 되었다.

박인비는 이제 두 개의 목표가 남았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하면 박인비는 말 그대로 5대 메이저 대회까지 석권하며 슈퍼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 기록은 자연스럽게 세계 명예의 전당 가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 기록을 위해 골프를 이어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녀는 이제 28살이다. 그 위대한 기록들을 다 세운 그녀는 아직 28살이고 그녀는 일부 언론의 은퇴 가능에 은퇴는 없음을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자 위대한 업적이다. 하지만 메달을 따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한 그들에게는 그 도전만으로도 위대하기 때문이다. 그 위대한 여정을 이루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박인비가 과연 얼마나 더 강력해질지 지금은 상상도 못할 정도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외치는 순간 그녀는 누구도 하지 못한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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