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두 경기 연속 1점차 승리를 얻었다. 그것도 40대 마무리 임창용이 터프 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 안정을 찾았다는 것은 다행이다. 양현종은 타이트한 경기에서 승자가 되었고, LG에서 방출되어 고향 팀 기아로 돌아온 정성훈은 9회 극적인 결승 적시타로 존재 가치를 보였다.
불안하지만 두 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한 임창용, 양현종 6승 완성하다
양현종과 브리검은 흥미로운 투수전을 펼쳤다. 브리검이 왜 1승 밖에 올리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오늘 경기를 지배했다. 비록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투구로 양현종과 투수전의 묘미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다. 양현종은 노련한 투구로 1실점 하며 시즌 6승 투수가 되었다.
기아와 넥센 경기는 집중력의 문제였다. 기아는 4안타로 2득점을 했고, 넥센은 7안타로 1득점을 하고 패했다. 야구는 안타수가 아니라 득점력이 중요함을 잘 보여준 셈이다. 양현종은 시작과 함께 위기를 자초했다. 3년 가까이 사구가 없었던 양현종은 1회 선두타자 김규민에게 몸 쪽 바짝 붙은 공을 던지다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사구를 내주기는 했지만 2번 타자인 임병욱을 2루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 처리했다. 안치홍에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선발 유격수로 나선 황윤호는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비록 타선에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수비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라는 사실을 오늘 경기로 다시 증명했다.
양현종은 2회에서 선두타자 초이스를 삼진을 잡고, 장영석에서 4구를 내주었다. 하지만 홍성갑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기아 타선 역시 브리검을 공략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이었다. 좌타자 안쪽에서 뚝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루킹 삼진을 당하는 상황들까지 연이어 나왔다.
좋은 제구와 각이 좋았던 커브까지 오늘 브리검은 충분히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투구를 보여주었다. 첫 위기는 4회였다. 1사 후 안치홍의 안타에 이어 최형우 안타에 1사 1, 3루를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서 김주찬의 바운드가 컸던 3루 땅볼로 첫 득점은 이뤄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아 타자들의 브리검 공략은 이게 전부였다. 좀처럼 정타를 쳐내지 못한 채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브리검보다는 양현종에게 위기는 더 많았다. 5회 선두타자인 초이스에게 2루타를 내준 후 양현종은 좋은 집중력으로 뜬공 하나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6회는 더 큰 위기였단 1사 후 김재현에게 2루타를 내주고, 김규민의 2루 땅볼은 야수 선택이 되었다. 애매한 타구로 1루 승부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버런을 예상한 수비였지만, 단숨에 1사 1, 3루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양현종은 다시 한 번 위기 탈출을 했다. 임병욱 번트에 이어 이택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던 양현종은 7회 1사 후 장영석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공이 가운데 몰렸고, 이를 놓치지 않은 장영석은 완벽하게 담장을 넘겨 버렸다. 장영석은 전 타석에도 좌측 펜스 앞까지 날아가는 큰 타구를 날렸다. 그만큼 양현종의 투구에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의미다.
잘 막던 양현종은 한 번의 실투가 실점으로 이어지며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양현종의 투지는 더욱 빛을 발했다. 8회 두 타자 연속 삼진과 뜬공으로 가볍게 삼자 범퇴로 마무리한 양현종은 분명 기아의 에이스다웠다. 양현종은 8이닝 동안 110개의 투구수로 6피안타, 2사사구, 1피홈런, 9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6승을 올렸다.
브리검 역시 8이닝 동안 99개의 공으로 2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 1실점을 했지만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다. 기록으로만 봐도 오늘 경기는 양현종보다 브리검이 더 뛰어났지만 야구는 홀로 잘 한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1-1 팽팽한 승부는 9회 결정 났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이보근은 첫 타자인 이명기에 안타를 내줬다. 그리고 안치홍을 2루 땅볼을 유도했지만 치고 달리기 작전으로 병살을 모면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만약 병살로 마무리되었다면 승부는 연장으로 가거나 9회 넥센에게 경기를 내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1사 1루에서 최형우는 삼진으로 물러났고, 넥센은 김주찬을 고의 4구로 내보냈다. 승부수를 던졌고, 기아 역시 승부수로 정성훈을 대타로 내보냈다.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공을 툭 건드리듯 밀어친 공이 역전 적시타가 되었다.
완벽한 타이밍의 안타는 아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을 맞춘 결과 정성훈은 승리의 여신이 되었다. 마무리로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1점차 승부. 그것도 팀 에이스 경기라는 점에서 무조건 세이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첫 타자 임병욱을 삼진으로 잡아 좋은 출발을 했지만 이택근에게 안타를 내주며 불안함을 안겼다. 초이스와 승부 끝에 4구를 내주며 역전 주자까지 나간 상황에서 승부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타자가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던 장영석이었다.
극도의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임창용은 노련하게 낮게 깔리는 공으로 내야 뜬공으로 잡아낸 것은 압권이었다. 타격감이 좋았던 장영석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임창용은 노련했다. 마지막 타자가 된 김민성과 승부는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김민성이 임창용의 초구를 때리는 순간 운동장은 함성과 정적이 교차되었기 때문이다. 넘어가면 말 그대로 끝내기 홈런으로 경기는 넥센의 승이 된다. 조금 빨랐던 스윙은 파울 홈런으로 만들었고, 이후 승부는 더욱 힘들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승부를 버텨내고, 유인구를 참아내던 김민성이었지만 임창용의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유인구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29개의 공을 던질 정도로 힘든 승부였다.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1점차 승부를 세이브했던, 임창용은 넥센과 경기에서도 터프 세이브를 기록했다. 비록 투구수가 많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임창용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2군에서 윤석민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피칭을 했다. 90억 먹튀로 불렸던 윤석민이 큰 부상 없이 1군 복귀를 하게 된다면 기아 마운드는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윤석민의 참여로 선발만이 아니라 불펜 역시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건강한 복귀는 기아 반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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