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KT에 9회 5실점을 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황당한 경기가 아닐 수 없다. 1회 만루 홈런까지 나오며 5-0으로 앞서던 경기가 그렇게 1이닝을 남기고 무너질 것이라 상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기아는 올 시즌 이번이 두 차례 경험이라 생경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무리 김세현이 있었다.
다시 날아간 팻딘 승리, 김세현 버리지 않으면 기아 우승은 힘들다
니퍼트와 팻딘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투수전을 예상한 이들도 많았을 듯하다. 물론 니퍼트가 두산 시절과 다르다는 점에서 타격전을 예측한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정답일 수밖에 없는 경기에서 1회는 니퍼트가 더는 선발로 나서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할 정도였다.
1회 시작과 함께 지난 시즌 타격감을 회복한 이명기는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2번 타자로 계속 출전하고 있는 최정민이 기습 번트로 내야를 흔들어 놨다. 절묘하게 라인 앞에 선 번트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타자들이 투수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최정민과 같은 번트 야구는 쉽게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선했다.
안치홍의 좌전 안타로 쉽게 선취점을 뽑은 기아는 최형우가 4구로 나가며 추가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어제 홈런을 쳤던 김주찬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지독하게 터지지 않던 나지완이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만루 홈런으로 완벽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5-0으로 시작한 경기는 여유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반 너무 점수 차가 크게 나면 변수는 다양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 투수가 비록 1회 대량 실점을 했지만 신인이 아니다. 백전노장이라는 점에서 추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말 그대로 타격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기아는 1회 이후에는 니퍼트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추가 득점이 나와야 할 시점에도 좀처럼 달아나지 못했다. 2회까지 삼자범퇴로 손쉽게 잡은 팻딘은 3회 선두타자인 오태곤에게 안타를 내주고, 장성우에게 4구를 내주며 무사 1, 2루로 위기를 맞았다.
위기 상황에서 팻딘은 두 타자를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투아웃을 만들어냈다. 노련한 투구였다. 하지만 하필 로하스에게 실투를 한 것이 문제였다. 가운데로 몰린 공을 놓치지 않은 로하스의 타구는 광주 챔피언스필드 가장 깊은 곳에 떨어지는 3점 홈런이 되고 말았다.
5-3까지 KT가 추격을 하는 상황에서 타자가 한 점이라도 얻어줬다면 더 효과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아 타선은 니퍼트에게 추가 득점을 얻어내지 못했다. 3회 김민식의 주루 플레이 하나가 아쉬움으로 남겨졌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1점 차 역전패를 당한 상황에서 3회 이 주루는 아쉬웠다.
1사후 김민식이 2루타를 치고 나간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김선빈의 안타에 김민식은 3루 진출을 하지 못했다. 김민식 입장에서는 안타라고 확신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유격수가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리드를 하지 못하며 진루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그 선택 하나가 이명기의 병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1사 1, 3루 상황이라면 달라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아쉽게 다가온다. 기아가 추가점을 내지 못하는 사이 KT는 6회 박경수의 안타에 황재균이 적시 2루타를 치며 5-4까지 추격을 해왔다.
팻딘은 6이닝 동안 89개의 투구수로 5피안타, 1사사구, 1피홈런, 3탈삼진, 4실점을 했다. 초이스에게 내준 홈런을 제외한다면 좋은 피칭이었다. 선발 투수로 6이닝까지 리드를 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줬다는 점에서 팻딘은 자신이 할 일은 다했다.
좋은 투구를 해주고 있는 김윤동이 2이닝을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코앞으로 다가왔다. 김윤동이 무실점으로 막아주자, 니퍼트가 내려간 후 기아 타선은 다시 폭발했다. 6회 1점 차 추격을 당한 상황에서 안치홍의 안타에 최형우가 적시 2루타로 점수를 내고, 김주찬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7-4까지 점수를 벌렸다.
7회에도 점수를 추가한 기아는 8-4로 9회를 맞았다. 이 상황에서 벤치의 선택은 전날 투구를 한 임창용이 아닌 다시 콜업된 김세현이었다. 벤치 선택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난 시즌 뒷문 단속을 위해 젊은 유망주를 주고 데려온 선수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역할을 해준 김세현이 살아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군을 다녀온 후 대부분 선수들이 다시 부활을 한다는 점에서 4점차 상황은 좋은 선택지일 수 있었다. 1이닝 동안 최소한 4실점은 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벤치에서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바람을 저버린 김세현은 무기력했다. 공 속도는 좋지만 현대 야구에서 속도 하나로 상대를 압도할 수는 없다. 160km가 넘는 공도 아닌 140km 후반대 공으로는 더욱 어렵다.
9회 시작과 함께 연속 안타를 내준 김세현은 오태곤의 타구가 실책으로 이어지며 무사 만루 상황을 내주고 말았다. 안치홍이 어렵게 잡아 2루 베이스로 들어온 김선빈에게 토스를 하는 과정에서 흘렀다. 안치홍이 아니었다면 안타가 될 수도 있었던 타구였지만, 역설적으로 안치홍이었기 때문에 실책이 주어진 느낌도 크다.
기대와 달리, 세 타자를 연속으로 내보내자 기아 벤치는 다급하게 임창용을 올렸다. 임창용도 갑작스럽게 자신이 나서야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밀어내기 실점에 이어 안타들이 이어지며 KT는 9회에만 5득점을 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신인 강백호의 사력을 다한 주루 플레이도 큰 역할을 했다. 황재균의 2루수 플라이에 강백호가 홈으로 달려들 것이라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잡는 위치가 텍사승 성이었고, 뒤돌아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수비수로서는 악재가 많았다. 그럼에도 강백호의 센스와 공격적 주루 플레이는 팀을 역전승으로 이끌었다.
기아는 김세현을 버려야 한다. 셋업맨으로 조종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김세현을 여전히 마무리로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결국은 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 스스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는 선수가 마무리로 나설 수는 없다. 보직 변경을 통해 자신감부터 찾을 수 있도록 조정을 하는 것이 팀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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