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넥센과 가진 2경기 연속 패하고 말았다. 올림픽 휴식기 전에 상위권에 머물며 1위를 넘봐야 할 기아는 좀처럼 동력을 찾지 못하고 무기력한 경기만 펼치고 있다. 롤러코스터 경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강팀으로서 면모를 드러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구단 자체가 위기인 넥센은 경이로운 경기를 하고 있다.
구단 존폐 위기에 몰린 넥센과 우승 프리미엄 아닌 후유증 겪는 기아
넥센은 위기다. 메인 스폰서와 계약이 올해로 끝이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넥센이 내년 시즌 히어로즈와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넥센 타이어가 메인 스폰을 하지 않으면 히어로즈는 구단을 넘기거나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속된 넥센 이장석 구단주의 전횡이 드러나며 충격에 빠진 상태다. 넥센이 선수 트레이드를 하며 KBO에 알리지 않고 131억이 넘는 돈을 편취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물론 이런 사실은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지만, 넥센이 선수 장사를 한다는 말로 일반화되었던 비밀이었다.
이장석 구단주는 구속된 후에도 넥센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박준상 부사장이 대표이사가 되며 이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 지분 분쟁으로 벌어진 사태는 이 대표의 구속으로 일단락 되는 듯했지만 이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40% 지분을 가진 홍 회장과 이를 주지 않으려는 이 대표의 대립 속에서 결국 병든 것은 야구팀이다. 넥센이 현재의 팀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공로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것과 달리, 후원을 받아 야구팀을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초기 이런 어려움으로 선수를 파는 행위 역시 알면서도 속아줄 수는 있었다. 팀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논리가 시장에 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위기를 벗어나 안정적인 구단 운영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도 선수 팔기는 여전했다. 그로 인해 벌어들인 돈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이 대표는 횡령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되었다.
넥센 히어로즈 존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주전 두 선수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상태다. 경기가 있는 주중에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금지된 숙소에 여성과 함께 들어온 두 선수의 행동에 야구 팬들은 분노했다. 프로 선수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기 때문이다. 성폭행 유무와 상관없이 말이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넥센 선수들은 신들린 야구를 하고 있다. 마치 벼랑 끝에선 전사들처럼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경기 내내 드러나고 있다. 타격감이 살아난 타자들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수비는 말도 안 되는 진기명기를 선보인다. 이런 팀을 만나는 것은 불행이다.
기아는 홈에서 가진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서 두 경기를 모두 내줬다. 박병호는 연속 경기 홈런을 치며 돌아온 거포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전 두 선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빠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강하다. 그에 반해 기아는 지난 시즌 우승 멤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도 올 시즌 부침이 심하다.
많은 이들도 지적했듯, 지난 시즌 우승이 정점이었다는 평가가 사실로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우승 전력을 그대로 보존하는데 성공했지만, 새로운 선수 영입이 없었던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영입도 중요하지만 신인들의 활약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 기아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트레이드 성공으로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내부에서 성장해 빛을 발하는 선수들이 다른 팀에 비해 적다는 점이 문제다. 넥센의 경우만 봐도 주전들이 절반 이상 빠진 상황에서도 신인 선수들이 주전 이상의 실력을 보이며 버텨냈다. 이런 모습들이 기아에서도 나와야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구단을 운영하는 차이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기존 대기업 지원 구단과 메인 스폰서 지원으로 운영되는 구단은 그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보다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대기업 지원 구단과 그보다 유연한 넥센의 차이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아의 올 시즌 모습은 실망스럽다.
경기력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과 극을 달린다. 평균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편차가 큰 경기력은 강팀으로 이어질 수 없게 만든다. 기아의 가장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노련한 베테랑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기는 하지만, 신인 선수들의 등장이 거의 없다.
7년차 신인 최정민이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토종 신인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트레이드 등으로 타 팀에서 온 중고 신인들이 사력을 다하며 '메기 효과'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계 역시 명확하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신인들을 군에 보내 병역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
기아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신인 선수들을 대거 군으로 보냈다. 병역 의무를 다하고 실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 기아의 선택을 옹호한다. 하지만 그 기간 이를 대신할 선수들이 필요한데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상황들이다. 최정민이나 황윤호가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준은 아니다.
위기 의식 속에 사력을 다하는 넥센 선수들과 부잣집에서 위기이기는 하지만 그 위기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한 기아 선수들의 경기는 그래서 씁쓸하다. 호수비와 엄청난 타격감으로 기아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아 선수들의 모습에서 간절함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매 경기 간절함으로 사력을 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넥센 역시 이런 상승세가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라 볼 수 없다. 하지만 팀 전체적으로 활기가 보이지 않는 기아의 현재 모습은 위기다. 경기를 질 수도 있다. 많은 연패를 당할 수도 있다. 경기 승패는 단순히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서 활기가 보이지 않으면 이겨도 즐거울 수는 없다.
위기의 넥센에 막힌 기아의 위기는 단순하지 않다. 우승 프리미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우승 후유증이 오히려 선수들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벤치나 선수들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 자세가 아니면 중위권으로 시즌을 마치기도 힘든 게 현재 기아의 전력이다. 현재의 기아는 우승했던 지난 시즌 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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