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라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졸전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겨우 연장 승부까지 가며 피파 랭킹 113위 팀을 상대로 연장까지 갔다는 것이 문제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이란이 안정적인 전력으로 승부를 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단 한 번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벤투 11승 무패니 상관없는 것이 아니다
벤투 감독은 자신 부임 후 한 번도 지지 않았는데 왜 대표팀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자신의 말을 확신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바레인과 16강 경기에서 벤투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손흥민의 팀이라는 사실은 이번에도 증명되었다. 손흥민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한국 대표팀은 불안하다. 손흥민은 후반 들어 지친 모습을 보였고, 대표팀의 경기력도 떨어졌다. 그렇게 후반 동점골을 내줬고, 겨우 연장 승부에서 극적인 수비수 김진수의 골로 이겼다.
수비수들만 골을 넣는 기괴한 대표팀에서 전반 첫 골의 주인공은 처음으로 공격 라인에 있던 황희찬이 흘러 나온 공을 차분하게 골대로 넣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첫 골이 들어가기 전까지 바레인과 승부는 쉽지 않았다. 경기는 거칠었고,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담 마크하는 선수 외에도 전방으로 치고 들어가면 바레인 선수 서너 명이 주변에 포진하는 모습은 손흥민의 존재감 증명 외에도 승리를 이끄는 새로운 방식이다. 상대 전력의 많은 부분을 손흥민이 책임지면 그만큼 공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황희찬이 흘러나온 공을 골로 넣을 수 있었던 장면 역시 그 시작은 손흥민이었다. 자신에게 몰린 선수들을 한 번의 패스로 흔들었다. 오른쪽에 있던 이용에게 긴 패스를 했고, 이를 중앙으로 패스한 이용의 공이 골키퍼에 맞아 흘러나오자 황희찬이 차 넣어 첫 골을 만들어냈다.
중심에 모여 있던 바레인 수비수들은 손흥민의 이 패스 하나로 무너져버렸다. 이 골이 나오기 전에도 손흥민은 최전방에 있던 황의조에게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공 스피드와 맞지 않는 동작으로 인해 대처를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
손흥민과 대표팀의 스피드가 맞지 않았다. 손흥민이 대표팀에 늦게 참여한 탓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팀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폼이 한껏 올라온 손흥민과 대표팀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말 그대로 군계일학이라는 느낌만 있었다.
황인범이 중거리 슛을 하는 것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거리에서 슛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인범의 슛들은 무의미할 뿐이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함도 아니었다. 차라리 공을 돌리며 추가 기회를 엿보는 것이 더 좋았을 정도였다.
손흥민이 후반 측면으로 빠지며 새로운 중원이 만들어졌지만 효과적이지 않았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바레인의 공격이 연이어 진행되었고, 후반 33분 알로마이히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상대를 압도하고 골 차이를 벌려도 좋을 상황에서 빈공에 허덕이다 동점골까지 내준 상황은 최악이었다.
연장까지 경기를 끌고 가는 것 자체가 전력 손실이다. 연장 15분 이용의 크로스를 좌측에서 대기하던 김진수가 가장 안정적인 자세로 헤더 골로 승리를 만들어냈다. 교체 선수인 수비수 김진수의 골 하나가 한국 대표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했다.
이승우도 출전하며 그간의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동작은 활발했다. 에너지가 넘쳤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라운드 안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그 패기는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감각이 무뎌지며 슛의 정확도는 많이 떨어져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다시 비난을 받고 있는 지동원은 교체 투입된 오늘 경기에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왜 출전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상황들은 경기를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할 정도였다. 벤투 감독의 고집만 존재한 경기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바레인을 2-1로 이기고 8강에 올라갔다. 이라크를 꺾은 카타르와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바레인에게 허덕이던 팀이 카타르를 압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도 망쳤다. 오랜 휴식에도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3일 후에 벌어질 8강전에도 바레인 전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손흥민은 연이은 출전으로 인해 점점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손흥민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대표팀이 과연 원하는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선수 전체가 달라져야 한다.
이승우가 다음 경기에도 출전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답답한 경기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는 점에서 벤투 감독이 왜 유독 이승우를 싫어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지동원과 이승우 사이에서 선택은 너무 당연해 보이는 현재까지의 경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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