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14. 07:17

손흥민 6분이면 충분했던 존재감

6분이면 충분했다. 그 정도면 뛰어도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욕심 같아서는 최하위 팀을 만나 멀티골을 넣는 등 개인 득점 기록을 극대화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을 것이다.

 

팀 플레이에 능한 이타적인 에이스 손흥민의 존재감

 

토트넘은 시즌 5주를 남기고 모든 경기들이 중요해졌다. 한 경기라도 패하게 되면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가 명확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리그 우승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에서 토트넘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맨시티와 리버풀은 확정적이다. 우승을 놓고 승점 1점으로 다투는 두 팀을 제외하고 EPL의 남은 두 자리를 노리는 팀들은 너무 많다. 토트넘이 가장 우세한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강호들인 맨유와 아스날, 첼시 등 4팀이 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대결 중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맨유가 3위를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토트넘과 승점 6점 차이다. 4위인 첼시는 3위와 승점 1점 차이다. 5위에 위치한 아스널은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3위와 4점 차이다. 말 그대로 한 순간 나락에 빠질 수도 있는 순위 경쟁이라는 의미다.

 

허더즈필드와 경기는 토트넘으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맨시티와 챔피언스 8강 1, 2차전을 가진다. 그리고 바로 리그 경기에서 다시 맨시티를 만난다. 8강 1차전에서 손흥민의 극적인 골로 승리를 얻은 토트넘이 치열한 4강 싸움을 하는 다른 팀들과 챔스 8강 중간에 경기를 치렀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과 손 부상을 당한 알리를 뺐다. 해리 케인은 시즌 아웃이 된 상태기 때문에 출전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모우라와 요렌테의 몫이었다. 두 선수 역시 뛰어나다. 다만 그들이 경쟁해야 하는 선수들이 리그 최고 선수들이라는 점이 불운할 뿐이다.

 

케인이 부상에서 돌아오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손흥민이 아니다. 손흥민 역시 이타적인 선수다보니 모든 것을 양보하며 잃은 것들도 많았지만, 주전 출전이 보장된 선수다. 하지만 모우라와 요렌테는 손흥민과 케인에 밀려 주전이 보장되지 않은 선수들이다. 

 

요렌테도 뛰어난 선수이고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선수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빌바오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세비아로 돌아온 지 1년 만에 스완지로 옮겨가 팀 잔류에 성공시킨 요렌테는 그렇게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토트넘이 선택한 선수다. 하지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모우라 역시 주목 받는 선수였다. 상파울루에서 파리 생제르망으로 진출한 후 유럽 리그에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던 시점 음바페와 네이마르 영입으로 팀 내에서 밀린 그는 토트넘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그 역시 토트넘에서 첫 해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요렌테는 프로에서 통산 165골을 넣은 베테랑이다. 모우라 역시 유럽 리그에서만 47골을 넣었다. 기본적으로 골 넣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라는 의미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두 선수는 분풀이라도 하듯 오늘 경기에서 종횡무진하며 허더즈필드 수비진을 농락했다. 전반 23분 완야마의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에 이은 선제골에 바로 3분 뒤 모우라의 추가 골이 터졌다. 브라질 특유의 부드러움과 강함이 조화를 이룬 모우라의 골은 아름다웠다. 

후반 요렌테를 대신 해 들어간 손흥민은 게임 체인저와 같은 존재감을 다시 한 번한번 보여주었다. 비록 6분 동안 그라운드에서 몸을 푸는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같은 나이인 손흥민과 모우라, 에릭센 라인은 허더즈필드 수비진을 다시 한번 흔들었다.

 

우측 라인에서 에릭센이 몰고 오자 손흥민은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나가며 수비수들을 끌고 갔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이 비며 모우라에게는 완벽한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이 수비수들을 몰고 가며 에릭센의 패스는 모우라에게 이어졌고, 3-0 경기를 만들었다. 

 

이 상태만으로도 행복한 토트넘이었지만, 그렇게 마무리 되기에는 아쉬웠던 듯하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공을 몰고 나가며 모우라가 수비수 뒤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정확한 패스를 해서 그의 해트트릭을 완성시켜 주었다. 모우라로서는 손흥민이 들어온 후 만들어진 해트트릭이라는 점에서 남달랐을 듯하다.

 

손흥민 효과가 적나라하게 잘 드러난 후반 6분이었다. 손흥민이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흔들며 2선의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모우라나 요렌테처럼 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들에게는 곧 기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빠른 모우라 같은 경우 기교도 갖추고 있다 보니, 손흥민의 감각적인 킬 패스에 화답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된다.

케인이 부상으로 빠지며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만, 토트넘은 다시 팀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이타적인 에이스 손흥민이 존재한다. 욕심을 부려도 좋을 상황에서도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손흥민은 그래서 대단하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말이다.

 

위기 상황에서 토트넘은 최고의 경기력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대비하게 되었다. 맨시티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손흥민이 충분히 쉬었고, 모우라가 해트트릭으로 자신감이 극대화 되었다. 요렌테가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면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4강도 불가능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의 토트넘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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