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많은 이들이 우려한 것처럼 케인은 다시 독이 되고 말았다. 포체티노는 영국 대표팀 주장 케인을 과감하게 빼지 못했고, 그건 족쇄가 되었다. 결정적 한방을 기대한 모든 이들에게 케인이 한 것은 거의 없었다. 왜 출전을 강행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손흥민의 눈물, 케인 알리 독이 되어버린 영국 대표 선수들
포체티노는 모우라 대신 케인을 내세웠다. 영국 일부 언론들은 손흥민이 벤치에 있고 모우라가 선발로 나선 포메이션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케인을 빼야 한다는 의견보다는 그는 당연히 출전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패착이 되었다.
리버풀로서는 행복한 상황이었다. 부상 복귀 후 첫 경기가 챔스 결승이 된 케인이 제대로 된 활약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했다. 손흥민과 모우라 조합이면 리버풀도 큰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케인이 앞장서는 토트넘은 리그에서도 쉽게 제압했던 포메이션이었다.
축구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공이 둥글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불확실성이 이번에는 리버풀에게 승기를 안겨주었다. 시작과 동시에 마네의 크로스가 수비하러 들어온 시소코의 손에 맞으며 페널티 킥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키커로 나선 살라에 의해 첫 골을 내준 토트넘은 꼬일 대로 꼬인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시소코의 반칙은 전혀 의도성이 없었다. 수비 라인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지시를 하기 위해 올린 팔을 마네가 의도적으로 노렸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마네는 아무런 생각없이 크로스를 올린 것이 아니라 시소코의 지시 과정에서 올라온 손을 노렸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마네만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공의 각도와 리버풀 공격진의 포진 상황을 보면 마네가 영악할 정도로 의도성을 가지고 시소코의 팔을 노렸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 초반 이 상황이 오늘 결승을 좌우했다. 초반 너무 일찍 터진 골은 리버풀에게 편안함을 선사했다. 부담감 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이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비라인은 현존하는 팀 중 최강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리버풀이다.
통곡의 벽이 된 판다이크는판 다이크는 리버풀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거대한 몸집에 피지컬도 뛰어난 판 다이크는 시즌 내내 중요한 선수였고, 챔스 결승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MOM에 선정되었다. 알렉산더 아놀드와 로버트슨의 활약 역시 좋았다. 젊고 강력한 이 양 사이드 수비수들은 향후 리버풀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 핵심 자원들이었다.
너무 이른 시간 골을 넣은 리버풀은 철저하게 안정적인 경기를 이끌었다. 1골만 넣어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그 어떤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토트넘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잔 실수들을 만들어내는 이유가 되었다.
전반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토트넘은 후반보다 공격적인 모습으로 가능성들을 보여주었다. 토트넘 공격 라인 중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이 자랑할 수 있는 DESK라인이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손흥민을 제외하고 그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 역시 우리가 원하는 최고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반부터 손흥민의 움직임은 토트넘에서 가장 도드라졌다. 전반 19분 후방에서 넘어온 패스를 받아 재빠르게 쇄도했지만 공은 받아 접는 과정에서 아놀드의 허벅지에 맞으며 돌파가 무산된 장면은 아쉬웠다.
전반 28분에도 후방에서 공간 패스된 볼을 잡아 패널티지역으로 달려갔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기도 했다. 순간이지만 이런 상황들이 쌓여 결국 골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공격수들에게는 절실한 모습들이었다. 후반에는 손흥민의 존재감은 더욱 좋았다.
후반 27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왼쪽 측면의 알리에게 패스를 내줬다. 슈팅보다는 수비수들이 자신에게 밀집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은 알리에게 패스를 한 이타적 행동이었다. 하지만 알리의 오른발 감아 차기 슛은 허무하게 알리송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 장면이 아쉬웠던 것은 맨시티와 2차전에서 손흥민이 완벽한 골을 넣었던 그 공간이었다. 당시 현재의 알리 자리에 있던 손흥민은 패스를 받자마자 가장 완벽한 슛으로 맨시티를 무너트렸다. 같은 위치 비슷한 상황에서 알리는 제대로 슛도 하지 못하며 허무하게 알리송의 품에 안겼다.
손흥민은 후반 30분 알리의 후방 패스를 받아 리버풀 수비수 3명 사이로 '드리블 쇼'를 펼치기도 했다. 밀집된 리버풀 수비수들 사이를 해집고 다닌 손흥민이었지만 마지막 벽이었던 판 다이크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 오늘 가장 아쉬웠던 슛은 후반 35분에 나왔다.
도저히 뚫리지 않는 리버풀을 향해 강력한 왼발슛을 날렸지만 알리송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조금만 옆으로 빠졌다면 골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대니 로즈가 얻어낸 천금 같은 프리킥 역시 에릭센의 감아 차기가 좋은 곡선을 그렸지만 알리송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열리지 않은 리버풀 골문과 달리, 교체 투입된 오리기는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보였다. 챔스 경기에서 후반 교체되어 골을 넣어왔던 오리기는 이번에도 후반 42분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리버풀의 챔피언스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만들었다. 기본적인 열세 속에서 토트넘 공격진은 살아나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후반 뒤늦게 모우라를 교체 투입시켰지만 반전을 이끌지 못했다. 차라리 케인을 교체 카드로 썼다면 더 좋았겠지만 영국 팀에서 영국 대표팀 주장 케인의 주장을 막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뛰고 싶은 챔스 결승 선발로 나서겠다는 케인을 막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알리 역시 시즌 내내 부진했고, 이런 모습을 지적받아왔었다. 케인을 빼기 힘들었다면 알리를 제외하고 손흥민 케인 모우라 조합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었다. 결과론이지만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결국 경기는 리버풀의 완승이었다. 첫 골이 너무 일찍 나왔고, 탄탄한 수비 라인은 결승에서도 견고했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섰던 리버풀은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빅이어를 안았다. 선수 수급도 없이 시즌을 치른 토트넘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객관적 전력에서 뒤진 토트넘의 기적은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많은 과제만 토트넘은 떠안게 되었다. 케인과 손흥민의 고민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말이다. 기약 없는 챔피언스 결승에 손흥민이 뛰는 것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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