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5승 1패라는 놀라는 승률을 보였던 기아가 KT와 원정 3연전 첫 경기를 승리하며 연승을 위한 시동을 다시 걸었다. 시즌 시작과 함께 연이어 루징 시리즈만 하던 기아가 숙적인 롯데를 홈에서 스윕 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좋은 흐름을 유지하는 동안 많은 승수를 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제나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야구이니 말이다. 기아가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안정된 마운드의 힘이 가장 컸다.
선발 5인이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 있다는 것은 팀 운영에 엄청난 도움으로 다가온다. 선발이 안정이 되니 불펜 역시 과부하없이 자신들의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기아 마운드에 존재한다는 점은 대단한 강점이다.
좋은 투구를 하고도 승수를 쌓지 못하던 가뇽이 지난 경기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완벽한 투구로 시즌 2승을 올렸다.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한국 프로야구 데뷔 후 가장 긴 이닝을 소화했다. 브룩스가 처음 두 경기에 비해 최근 2경기에서 실점이 높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뇽의 오늘 투구는 크게 흠을 잡을 곳이 없었다. 적절하게 KT 타자들에 대응하는 가뇽의 투구는 효과적이었다. KT로서는 팀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배제성이 나온 만큼 승리를 해야만 했다. 배제성의 초반 투구는 그런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배제성인 2회와 3회 각각 볼넷 하나씩을 내주기는 했지만, 위기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볼넷이 4회 연이어 나오며 실점을 하고 말았다. 좋은 투수이지만 갑작스럽게 제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다.
2개의 안타와 볼넷으로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주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추가 만루 상황에서 한승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한 것이 현재 배제성이 가진 좋은 능력이기도 하다.
배제성은 5이닝 동안 92개의 공으로 4피안타, 4 볼넷, 3 삼진, 1 실점을 하고 물러났다. 6이닝 이상을 책임져야만 했던 선발이 5이닝만 채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볼넷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투구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KT가 경기를 내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7회 기아는 박찬호를 시작으로 4안타가 집중되며 2득점을 추가해 3-0으로 앞서 나갔다. 잔루가 많은 기아로서는 오늘 경기에서도 효과적인 득점을 하지는 못했다. 제대로 공격들이 터졌다면 최소 6점 이상은 뽑아야 하는 경기였으니 말이다.
가뇽은 7이닝 동안 105개의 투구수로 3피안타, 1 사사구, 8 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70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2승째를 올렸다. 가뇽은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상대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2회 말 최원준의 호수비도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 체인지업은 KT 타자들에게 헛스윙을 유도했다.
4회 말 KT는 무사 1, 2루라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가뇽은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박경수를 2루 땅볼로 병살 처리하며 무사해 넘겼다. 사사구로 시작해 안타까지 맞으며 위기를 맞았지만, 삼진은 터닝포인트로 다가왔다.
5회 말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배정대의 우전 안타에 이은 도루까지 허용했다. 1사 3루 상황에서 가뇽의 투구는 빛났다. 후속 타자들인 박승욱과 심우준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위기 상황에 보다 집중해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은 좋은 투수의 자질이다.
수비 좋은 박찬호가 오늘 경기에서는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포구가 불안정했고, 병살 과정에서 김선빈의 송구를 방해하는 상황까지 만들 정도로 오늘 박찬호의 수비는 불안함 그 자체였다. 최원준이 2회 좋은 펜스 플레이를 하며 박수를 받았지만, 9회에는 말도 안 되는 알까기로 실점까지 하는 롤러코스터 수비를 보이기도 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가뇽의 호투도 있었지만 주말 내내 안타 소식이 없던 터커가 다시 안타를 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다시 안타를 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아로서는 좋은 신호가 아닐 수 없다.
가뇽의 투구못지 않게 빛났던 인물은 전상현이었다. 셋업맨으로 8회 올라온 전상현은 140 초중반으로 구속으로 상대 타자 셋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기아가 안정된 마운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인물이 바로 전상현이다.
올 시즌 셋업맨으로 11이닝 동안 4안타, 3 사사구, 14 탈삼진에 방어율 0을 기록하고 있다. 방어율은 어느 순간 깨지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나와 호투를 이어가며 3 홀드와 1승을 기록하고 있는 전상현이라는 존재는 현시점 기아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마무리 문경찬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아 불펜에 힘이 붙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SK와 일요일 경기에서 아쉬운 패배를 했던 기아는 KT와 원정 3연전 첫 경기를 가지며 다시 연승을 위한 좋은 시작을 했다. 임기영이 지난 경기처럼 다시 안정적 피칭을 해준다면 이번 주 기아는 다시 좋은 승수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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