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8. 09:33

기아 넥센에 5-4승, 무너진 이의리와 기아 살린 박찬호

기아 타이거즈에게 넥센은 제법 손쉬운 상대처럼 다가온다. 올 시즌 특정 팀들에 유독 약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넥센과 경기에서는 반복적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빈약하던 타선이 역전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미스터리하기만 하다.

 

선발로 나선 이의리가 성장통을 겪기 시작했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초반 보여준 패기 넘치는 피칭이 더는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과 함께 실점을 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친 이의리로서는 보다 단순하게 경기에 임할 필요가 있다.

1회 시작과 함께 안타와 볼넷, 여기에 더블 스틸까지 당하는 등 마운드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용규에게 많은 공을 던지고 안타를 내준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 박병호 타석에서 폭투까지 이어지며 너무 쉽게 선취점을 내줬다.

 

박병호와 승부하지 못하고 볼넷을 내준 후, 박동원의 3루 땅볼에 추가 득점을 하면서 넥센은 가볍게 2-0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 2회에는 포수로 나선 프레이타스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솔로 홈런은 맞아도 상관없다. 보다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이의리는 3회 박병호와 승부처럼 던져야 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3구 삼진이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도망치는 피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승부하며 볼넷을 내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져야 한다.

 

류현진이 안타나 홈런보다 더 기분 나빠하는 것이 볼넷이다. 투수로서는 볼넷을 내주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더욱 이의리는 고졸 루키다. 볼넷보다는 적극적인 승부로 상대와 싸우는 법을 익혀야 한다. 초반 두려움이 없던 이의리가 점점 프로의 맛을 보며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이의리는 3회 적극적으로 상대와 승부하던 기억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4회 공이 높아지며 아쉬운 투구를 이어갔다. 송우현의 배트가 부러지며 묘한 지점에 떨어진 타구를 기아 중견수 이창진이 어설프게 수비를 하다 2루까지 내준 모습은 현재의 기아 모습이기도 하다.

 

상대 타자는 모든 것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창진이 어설프게 수비를 하자 바로 2루까지 달리며 추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차이다. 물론 불규칙 바운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태도의 문제가 컸다.

 

오늘 경기에서 이의리 공을 유독 잘 쳤던 프레이타스에게 다시 2루타를 내주며 실점을 한 이의리의 투구는 4회가 마지막이었다. 6이닝을 책임지던 선발 투수가 반복적으로 4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선발 투수로서 자격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는 이의리가 언제라도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투구 수 조절도 선발 투수의 능력이다. 4이닝에 96개의 공을 던진다면 선발로서 자격 미달이다. 

이는 볼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효과적으로 투구를 하지 못하면 선발로서 자리를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그런 점에서 이의리는 오늘 3회에 자신이 던졌던 투구를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이의리가 선발로서 한 시즌을 보내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3회처럼 투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3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던 넥센 브리검은 4회 실점을 했다. 3회까지 30여개의 공으로 완투 페이스로 가던 브리검이었다. 터커의 안타에 이정훈의 적시 2루타가 더해지며 첫 득점에 성공했다.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득점을 했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넥센으로서는 6회 공격이 아쉬웠을 듯하다. 프레이타스가 다시 안타로 나갔고, 이용규의 2루타에 이어 볼넷까지 더해지며 1사 만루 상황에서 김혜성의 2루 땅볼을 과감하게 홈 승부를 해서 잡아낸 것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처음에는 세이프 판정이 났지만, 프레이타스의 슬라이딩 과정에서 기아 포수의 포구가 조금 앞선 것으로 나오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2사 만루 상황에서 기아는 장민기에 이어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2사 만루에서 박병호와 마주한 홍상삼에게는 올 시즌 첫 투구이기도 했다.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홍상삼은 박병호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며 오늘 경기 승리투수가 되었다. 추가 대량 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자 완벽한 투구를 하던 브리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6회 시작 전 60여개 공으로 기아를 농락했던 브리검은 6회 시작과 함께 김선빈에게 안타를 내주고, 터커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정훈에게까지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를 만든 브리검은 마치 6회 기아 수비와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넥센은 이 상황에서 득점 성공에 실패했지만 기아는 달랐다. 1사 만루 상황에서 황대인이 그라운드 가운데를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3-4까지 추격하기 시작했다. 적시타를 내준 후 다시 승부를 하지 못하고 볼넷으로 추가 만루 상황을 만든 브리검은 심하게 흔들렸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김태진은 다시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넥센은 김성민을 급하게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잘 던지던 브리검이 6회 무참하게 무너지며 분위기는 완전히 기아로 넘어서게 되었다. 이창진이 아웃당한 후 1사 만루 상황에서 박찬호가 적시타를 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5-4로 역전에 성공한 기아는 불펜들이 맹활약하며 넥센을 주저앉혔다. 이승재가 불안하기는 했지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았고, 어제 경기에 이어 다시 8회 나온 장현식 역시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닝을 마무리한 것은 박찬호였다.

어설프게 맞은 타구를 그대로 잡은 박찬호는 2루 주자였던 이용규를 태그하며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서도 처음에는 세이프 판정이 났지만, 피하는 이용규를 사력을 다해 박찬호가 태그 하는 모습은 대단하게 다가왔다. 경기에 임하는 박찬호의 자세가 잘 드러난 수비이기도 했다.

 

마무리를 하기 위해 나온 정해영은 박병호에게 초구에 안타를 내주며 당황했다. 박동원의 2루 땅볼은 당연히 병살로 이어질 수 있는 타구였지만, 김선빈이 한 번 놓치며 병살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해영은 후속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상대를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브리검이 한번 흔들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역전에 성공했다는 것은 기아의 집중력이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명 타선의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오늘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그럼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능력이다.

 

정해영은 두 경기 연속 압도적인 모습으로 마무리 투수로서 가치를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경기 연속 아쉬운 투구를 하며 조기 강판당한 이의리는 오늘 던진 3회를 잊어서는 안 된다. 넥센의 중심 타선을 상대로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3, 4번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던 그 패기와 공격적인 투구가 곧 이의리의 장점이니 말이다.

 

기아는 아슬아슬하다. 여전히 아쉬움이 많은 경기들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에이스 브룩스 외에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꼴찌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올 정도다. 최형우 복귀 후 과연 타선의 응집력과 파괴력이 상승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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