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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김연경 대표팀 은퇴와 감사 강요 유애자 사퇴, 배구 협회가 변해야 한다

by 스포토리 202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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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선수가 공식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배구협회로서는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 주장으로 있어주기를 원했지만, 올림픽 3회 출전을 하며 끝내 메달을 걸지 못한 김연경 선수로서는 은퇴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입국 과정에서 김연경 선수의 은퇴 선언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들도 존재했었다. 도쿄에서 은퇴 언급을 했던 김연경 선수가 입국하는 과정에서 그런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일 대표 은퇴 선언을 함으로써 그의 대표 선수 생활은 끝을 맺게 되었다.

김연경 선수는 지난 2004년도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로 대표팀 데뷔를 했다. 이후 런던부터 리우를 지나 도쿄까지 세 번의 올림픽, 네 번의 아시안게임, 세 번의 세계선수권을 대표팀으로 출전하며 대한민국 배구를 대표했다.

 

17살 프로 데뷔와 함께 신인상을 받았던 김연경은 입단 전부터 화제였다. 그의 등장은 결국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단순히 세계적인 위상만이 아니라, 국내 여자배구의 인기를 높이고, 선수들의 대우 역시 달라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김연경이라는 선수가 만든 변화는 엄청나다.

 

그저 식빵 언니가 아니라, 배구계의 잘못에 정면 대응하며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여자배구는 김연경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바뀔 수밖에 없다. 전근대적인 환경을 바꿔, 선수들이 오직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김연경 선수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다. 

 

어린 나이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국내 배구에서 과연 김연경을 이을 세계적인 선수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김연경의 존재감은 넘사벽 수준이다. 그런 김연경 선수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30대 중반으로 가는 김연경 선수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표팀 경기까지 이끌어야 하는 중압감은 상상보다 힘들 수밖에 없다. 그저 선수로 뛰는 것과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것은 또 다른 의미다. 이런 중압감을 내려놓고 이제 배구에만 집중할 시간이라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 여자배구로서는 김연경 없는 대표팀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과연 김연경이 없는 여자 대표팀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수한 선수들은 많지만, 국제 경쟁력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 자원을 어떻게 조합해 팀 자체의 경쟁력을 만들어내느냐는 이제 온전히 대표팀의 몫이다. 더욱 이탈리아 출신 라바리니 감독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탈리아가 대표팀 감독으로 계약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배구를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지만, 탁월한 능력과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올라선 라바리니 감독까지 떠난다면 한국 여자 대표팀의 경쟁력은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박정아, 이소영, 강소휘, 박은진 등 좋은 선수들은 많다. 그리고 그 외 성장하는 선수들 중 주목할 이들도 많다. 다만, 김연아가 빠진 대표팀을 채워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김연아의 은퇴는 동갑내기 절친인 김수지나, 동생이자 절친인 양효진의 은퇴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아시안게임과 3년 후 열리는 파리 올림픽까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김연경의 공백을 메우느냐는 한국 여자배구의 당면 과제다. 김연경의 은퇴와 함께 대표팀 귀국 현장에서 인터뷰를 이어간 유애자 대한배구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이 논란 끝에 사퇴했다.

 

배구협회장의 사과까지 더해지며, 분노하는 팬들을 잠재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상금이 얼마인지, 대통령 축하 메시지를 언급하며 기괴한 인터뷰로 김연경 선수를 괴롭힌 유애자 부위원장의 행동은 황당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일부 극우 매체들은 문 대통령과 연결시키며 정치적인 논쟁으로 끌어가려는 노력까지 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유 부위원장의 행태를 보면 대통령이 누구냐가 아니라, 그 위치의 인물에 대한 평소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 부위원장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학폭 논란으로 퇴출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와 친분 때문이다. 이들 쌍둥이의 엄마와 절친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보였던 유 부위원장이 악으적으로 김연경 선수를 괴롭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애자 부위원장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여부는 본인만 안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무례하고 한심한 인터뷰를 하면서 김연경 선수를 압박하고 조롱했는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충분히 분노하고 이와 관련해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논란을 만들었던 자의 사퇴는 자연스럽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해서 논란을 부치고 비난을 받았는지 누구보다 당사자인 유애자 부위원장은 잘 알 것이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배구협회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과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배구 대표팀이 입국해 회식을 한 장소는 김치찌개 전문점이었다. 김치찌개가 욕먹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당에서 금메달리스트들을 환영하는 회식을 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지 많은 이들은 분개했다. 

 

분노한 김연경 선수가 선수들을 데려가 따로 한턱 쐈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남겨져 있다. 당시에도 배구협회는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후 배구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이번 유애자 부위원장 사건은 배구협회의 전반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구태를 벗어나 이제 여자배구 전성시대를 이끌 합리적인 협회가 존재해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했던 여자배구는 4강에 들어갔다. 누구도 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이런 결과를 낳을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해냈다.

 

배구협회는 뼈를 깍는 노력으로 여자배구가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는 리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연경 선수의 대표팀 은퇴로 인해 대한민국 배구는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과연 이 상황에서 협회는 어떤 묘수로 여자배구 전성기를 이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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