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토트넘은 손흥민의 팀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케인이 팀 훈련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그저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일 뿐이다. 이적 시장이 닫히기 전까지 팀을 이탈하기 위해 몸부림을 칠뿐 팀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케인이다.
선수 개인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다른 팀으로 가고 싶은 욕망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계약으로 묶여있어 함부로 이적이 쉽지 않지만, 팀 간의 합의로 인해 선수가 이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제 모든 것은 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토트넘은 당장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EPL 상위팀들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적을 수록 강한 팀이 된다. 다양한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얼마나 강한 선수층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토트넘은 우승은 힘들다.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에서 포르투갈 5위 팀과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다. 더욱 슛하나 때리지 못하고 진 이 경기는 현재의 토트넘이다. 물론 이틀 후 열릴 울버햄튼과 경기로 인해 맨시티 전에 뛰었던 주전 선수 전부를 쉬게 했지만 토트넘 정도의 팀은 승리를 거뒀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과 이적생, 맨시티 전에 뛰지 못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은 매력이 없었다. 공격수의 부재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손흥민 혼자 시즌 전체를 감당할 수는 없다. 케인이 정상적으로 출전하던 시즌에서도 공격수 영입에 골머리를 앓았던 토트넘이었다.
케인이 떠나든 그렇지 않든 토트넘으로서는 이적 시장이 막히기 전 수준급 공격수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물망에 오른 여러 선수들 중 하나와는 꾸준하게 이적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 수밖에 없는 팀 사정이니 말이다.
토트넘 공식 사이트에서 공개한 훈련 영상을 보면 케인이 팀 훈련에 합류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카메라는 케인이 아니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팀이 움직이고 있음을 토트텀 공식 카메라는 답하고 있다. 케인의 모습이 몇 번 보이기는 했지만, 그저 여러 선수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케인과 달리, 손흥민이 밝게 웃으며 훈련을 하고, 선수들 역시 손흥민과 장난을 치며 웃는 모습은 상징적이다. 케인은 이제 토트넘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을 가지고 미니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도 공은 케인에게 자주 가지 않았다.
팀 훈련에서도 케인은 따로 놀고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토트넘을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은돔벨레와 마찬가지로 케인 역시 이제 팀에서 스스로 자신들을 지우기 위해 노력중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상황을 팀이 모를 리가 없다.
EPL에서 장사를 제일 잘 한다는 레비 회장이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 충분히 예견하고 준비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내보냈던 인물이다. 그리고 엄청난 이득을 봐왔던 레비 회장이 케인과 같은 상징적 인물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 리 없다.
맨시티는 토트넘이 요구한 2,400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라도 토트넘이 허락하면 케인을 데려가겠다는 의미다. 맨시티 역시 제수스만으로 시즌을 이끌 수 없다. 아구에로가 나간 후 공격수 보강이 되지 않으면 한 시즌을 망칠 수밖에 없다.
제수스는 주전도 아니다. 내보내고 싶은 공격수라는 점에서 맨시티 역시 이적 시장이 닫히기 전에 케인이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악명 높은 레비 회장이 어떤 꼼수를 부릴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할 뿐이다.
토트넘은 이제 손흥민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을 봐도 젊은 선수 위주이고, 유망주를 중심으로 영입하고 있다.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중견 선수 영입도 가능하지만, 토트넘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피오렌티나 수비수와 공격수에 대한 관심 역시 그들이 모두 20대 초반에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토트넘이 미래를 보고 리빌딩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충성심을 보인 손흥민이 있다.
실력과 인성, 그리고 팬들과 구단에 대한 충성심까지 보였다.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다른 빅클럽으로 가면 현재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선수다. 그렇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월드스타라는 점에서 그이 상품성 역시 크다.
레알 마드리드가 꾸준하게 손흥민 이야기를 하는 이유 역시 그의 실력만이 아니라 상품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비교대상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손흥민의 가치는 크다. 이는 시장 확장을 노리는 팀들에게는 중요하다.
단순히 셔츠 판매원이 아니라, 실력으로 검증을 마친 월드 클래스 선수라는 점에서 손흥민을 탐내지 않을 팀은 없다. 한국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맨시티의 만수르 구단주가 왜 손흥민을 영입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를 할 정도다.
손흥민은 다른 팀이 아닌 토트넘과 10년을 약속했다. 그리고 아주 힘든 시기에 그런 결정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구단이나 팬들을 감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손흥민의 충성심에 더해 그는 지난 시즌 우승팀인 맨시티와 개막전에서 케인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손흥민이 원톱으로 나서 멋진 골로 맨시티를 잡았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홈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찬 경기에서 손흥민은 아름다운 광경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팬들이 환호하며 케인을 조롱하고 손흥민을 찬사를 보내는 모습은 현재의 토트넘 모습이다.
부상만 없다면 손흥민이 올 시즌에도 잘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없다. 더욱 모우라의 능력은 자주 부정되어왔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진 선수다. 챔스 4강전에서 모우라가 해트트릭을 기록하지 못했다면 결승은 불가능했다.
케인이 욕심을 부려 결승에 나서지 않고, 모우라가 나섰다면 리버풀을 이겼을 수도 있다. 케인은 우승을 위해 타 팀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그가 있던 시절 우승 가능성은 여러 번 있었다. 케인이 없을 때 강했던 토트넘은 케인이 들어온 후 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그런 점에서 케인이 피해자가 아닌 다른 선수들이 피해자였다.
케인은 떠난다. 은돔벨레와 달리, 케인을 원하는 팀이 있고 자금도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다만 시점이 남았을 뿐이다. 어느 시점에 케인을 보내느냐는 그를 대체할 공격수들을 영입한 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토트넘이 접근하는 공격수 영입이 확정되면 케인을 내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누가 오든 손흥민의 입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요리스가 주장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손흥민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케인이 없을 때 더욱 강해지는 토트넘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확장될지도 궁금해진다.
누누 감독은 지난 시즌 맡았던 팀과 경기를 갖는다. 그리고 토트넘은 울버햄튼과 경기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손흥민, 모우라, 베르바인의 삼각편대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다시 증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요일 토트넘과 울버햄튼의 경기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항상 웃으며 팀 분위기 자체를 바꿔놓는 손흥민에 대한 누누 감독의 애정은 남들이 시기할 정도다. 실려과 인성을 모두 갖춘 월드 클래스 선수가 팀에 있다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떤 공격수가 영입될지 알 수는 없지만, 토트넘은 다시 젊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케인은 토트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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