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3. 09:51

벤투호 대한민국 이라크에 묶여 무승부, 최악의 결과다

이라크와 첫 경기를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졸전을 펼치며 무승부로 승점 1점을 따는데 그쳤다. 홈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치르는 만큼 승리가 간절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명 뻥축구가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두 주전으로 나왔지만, 문제는 시차 적응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에이스 손흥민은 왓포드 전을 뛰고 바로 넘어와 단 하루를 쉬고 이라크와 경기에 풀타임 소화했다. 강행군도 이런 강행군이 없다.

이라크는 한국과 경기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을 짜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공격을 풀어가는데 무척이나 힘들 수밖에 없다. 시차 적응도 되지 않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발로 나서 경기를 해야 하는 것은 지독한 일이다.

 

이라크는 손흥민 전담 선수를 내세웠다. 포지션 자체가 손흥민이었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유명한 선수를 수비하는데 수비 라인에서 포지션을 구축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라크는 공격을 하든 수비를 하든 90분 내내 손흥민만 따라다니는 선수를 붙였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전담 마크맨에 공격 과정에서 공을 잡으면 2, 3명에 애워싸는 상황은 질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침대 축구 언급을 한 이유도 이런 부분일 것이다. 정상적인 축구가 아닌, 핵심 자원을 무기력하게 해서 패배를 하지 않겠다는 단순한 논리는 축구 자체를 퇴보시키는 일이니 말이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만 가면 제대로 경기를 풀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클럽에서 뛰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것과 아무리 아르헨티나 대표팀이라 해도 최고 클럽의 멤버를 능가하기는 어렵다.

 

손흥민의 모습을 보면 그런 상황과 유사해보였다. 유기적으로 맞아가는 경기와 달리, 모든 것들이 엇박자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런 식의 경기를 펼친다는 것은 분명 답답할 수밖에 없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상황과 달리, 패스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즐거운 축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왓포드 역시 완벽한 수비 축구를 했다. 수비라인에 모든 선수들을 구축하는 기괴한 상황 속에서 손흥민은 프리킥 골로 겨우 이겼다. 작심하고 수비만 하는 축구는 힘들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도 이를 뚫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기회는 찾아온다. 이런 기회를 알리도 케인도 놓쳤다. 그저 발로 가져가기만 했다면 골로 연결될 수 있음에도 넣지 못하는 상황들은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대표팀 경기 역시 이런 상황들이 나왔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이재성이 그저 발만 툭 내밀어도 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걸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대를 넘기는 상황은 답답했다. 여러 가지 힘겨운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유럽리그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시즌을 치르고 다시 돌아와 국가대표 경기를 하는 상황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빌드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라크가 어떤 전술로 나올지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전형적인 침대 축구까지는 아니지만 수비 축구에 집착하는 모습은 충분히 준비를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할 경우, 이를 어떻게 파괴할 수 있을지 고민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재성의 그 답답한 상황에서 골이 되었다면 경기는 보다 편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선제골을 넣으면 이라크도 수비 위주를 풀고 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한국 대표팀의 공격 기회는 더욱 늘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손흥민 역시 EPL 경기 초반에 반복해서 나왔듯 반박자 빠른 공격에 애를 먹는 모습이 다시 등장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상대가 철저하게 손흥민을 분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손흥민 존이라 불리는 곳에 가는 것부터 막고, 뚫리더라도 슈팅 각도와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라크와 전반에서 손흥민은 볼을 받고 충분히 슛을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주춤했다. EPL에서 봤던 그 장면의 데자뷔였다. 완벽한 찬스를 기다렸을 수도 있지만,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반박자 빠르게 공격하며 멋진 골을 넣던 모습과 주춤하는 과정은 대비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한국 대표팀의 슛은 말 그대로 뻥축구였다. 골대를 향해야 할 슛들이 허공에 머물고, 그렇게 그럴듯한 상황도 연출하지 못하고 패했다. 3주 동안 준비한 이라크의 승리였다. 철저하게 한국 대표팀의 발을 묶는 전략은 성공했고, 승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벤투호는 재미가 없다. 많은 축구팬들이 벤투호를 싫어하는 이유 역시 그렇다. 벤투호의 색깔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상대를 분석하고 적용해 승리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기는 한지 궁금할 정도다. 아랍 팀들과 최종 예선을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라크와 가진 경기와 유사한 경기를 지속해야 한다. 

 

관중이 없다는 점에서 홈경기 이점은 사라졌지만, 원정 경기에서 과연 어떻게 대비를 할지도 의문이다. 더욱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표팀 경기에 적응하도록 활용할지도 의문으로 다가왔다. 시차적응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짜이고, 그렇게 경기에 나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충분히 예상된 상황이다. 이들을 대처해 공격을 풀어갈 수 있는 선수들이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벤투호의 고민으로 다가온다. 손흥민과 황의조, 김민재의 경우 이라크전 이틀 전 입국해 풀타임으로 뛰는 것이 정상일까?

 

이라크와 경기를 통해 문제는 심각하게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벤투호가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궁금하다. 손흥민의 월드 클래스 능력에만 집착한다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팀은 있는지 조직력은 보이지 않는 느낌의 대표팀 경기는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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