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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인삼공사 흥국생명 3-1 승, 이소영 침묵에도 인삼공사 3연승 질주

by 스포토리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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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소영을 FA로 영입하며 아웃사이드 히터를 강화한 것만이 아니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격수에 대한 선수들의 존경심은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모여 함께 경기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소영 같은 선수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다. 오늘 경기에서 이소영의 공격은 평균 이하였다. 자주 막혔고, 그래서 좋은 공격을 해주지 못했다. 공격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이소영은 무엇을 했을까? 디그에 집중하며 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서브 에이스와 디그를 통해 막힌 공격을 뚫어내는 이소영의 모습은 인삼공사 전체에 큰 힘이 되었다. 이소영이 없던 인삼공사와 그가 온 이후의 인삼공사의 경기를 보면 너무 명확하게 그 효과가 드러난다. 여기에 박혜민까지 함께 합류하며 칼텍스에서 아쉬움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1세트는 인삼공사의 실수들이 많았고, 흥국생명의 공수가 좋았다. 리시브와 공격이 모두 맞아떨어지면 손쉽게 상대를 이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흥국생명은 첫 세트처럼 경기를 풀어가야 했지만,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문제가 되며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박혜민은 이소영과 함께 칼텍스에서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이소영은 FA였지만 박혜민은 1:1 트레이드였다. 칼텍스에서 후보였던 박혜민은 인삼공사로 오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꾸준하게 출전하며 기량이 커가는 모습은 컵대회부터 실질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리시브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1세트에서 박혜민의 리시브 불안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공격 성공을 이끌어내는 등 인삼공사의 승리에 박혜민이 중요한 역할을 해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첫 세트는 옐레나의 공격마저 실수가 잦아지며 화로를 찾기 어려웠다. 여기에 주포인 이소영의 공격이 완전히 막히며 좀처럼 득점을 만들기 어려워 보였다. 15-25라는 점수로 너무 쉽게 첫 세트를 내준 인삼공사와 밀어붙이며 첫 세트를 잡은 흥국생명 모두 두 번째 세트가 중요했다.

 

흥국생명이 두 번째 세트까지 잡으면 의외로 손쉽게 경기를 가져갈 수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삼공사 역시 2세트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었다. 첫 세트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수많은 실책과 문제들은 사라지고 인삼공사다운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옐레나의 공격이 다시 살아났고, 미들 브로커인 박은진이 블로킹만이 아니라 공격도 터지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소영의 공격은 여전히 살아나지 않았지만 블로킹으로 점수를 내는 등 다른 방법들을 찾으며 팀에 공헌하기 시작했다.

 

수비가 되고 공격이 살아나자 흥국생명을 상대하는 것이 쉬워진 것이다. 1:1 상황에서 이제 승기를 잡아갈 3세트가 양 팀에게 다시 중요한 승부처로 다가왔다. 하지만 2세트 반전을 이루며 흥국생명을 막는 방법을 찾은 인삼공사의 공세에 흥국생명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2년 차 세터인 박혜진이 2세트에서 토스 불안과 실책으로 연이어 점수를 내주며 흔들린 것처럼, 3세트에서는 김다은의 리시브 불안이 이어지며 무너졌다. 인삼공사 박은진의 서브가 연이어 김다은을 공격하며 서브 에이스를 따내자 흥국생명은 심하게 흔들렸다.

 

다른 선수로 교체해도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리베로 김해란이 모든 곳을 수비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직 어린 선수들이 많은 흥국생명의 한계가 3세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감독마저 언니에게만 맡길 거냐고 질타하며 선수들 모두가 움직여 수비를 하라고 지시를 할 정도였다.

 

한송이의 블로킹까지 살아나고 박은진의 서브 에이스에 중앙 공격까지 이어지며 인삼공사는 흥국생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첫 세트에서 보여준 흥국생명의 장점은 완전히 사라진 채 리시브 불안으로 야기된 공격력 상실은 그렇게 2, 3세트를 내주는 이유가 되었다.

 

이미 기선을 잡은 인삼공사는 4세트 역시 흥국생명을 지배하는 경기를 했다. 옐레나가 완전히 살아나며 블로킹까지 해주는 상황에서 중앙에서는 박은진이 블로킹과 공격을 아웃사이드 히터인 박혜민도 4세트에만 4 득점을 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아쉬웠던 것은 이소영의 공격이 완전히 막히며 7득점에 그쳤다는 것이다. 더욱 공격 성공률이 15.78%로 최악이었다는 점은 고민거리로 남았다. 이는 상대가 이소영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확실하게 짰고, 이에 잘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제 이를 뚫어내고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것은 이소영의 몫이다.

 

공격력은 아쉬웠지만 이소영은 디그를 통해 팀 승리에 공헌했다. 여러 수비 장면에서 이소영이 단순히 공격만 잘하는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노란의 환상적인 수비와 이소영의 깔끔한 디그가 팀 승리에 중요하게 작용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선명여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은진과 박혜민이 프로에서 다시 뭉쳤다. 그리고 흥국생명 경기에서 환상적인 모습으로 이들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박은진과 박혜민 모두 11 득점을 올리며 최다 득점자인 옐레나의 25 득점에 이어 두 번째 득점력으로 흥국생명을 잡는데 일조했다.

한송이가 너무 잘해 틈을 내주지 않았지만 정호영이 미들 브로커로 등장하고, 좋은 실력을 가진 아포짓인 이예솔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선명여고가 전국대회를 완전히 휩쓸었던 핵심 멤버들이 모두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 재현될 수도 있다. 

 

인삼공사는 모든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을 갖추고 있다. 실력차도 크게 나지 않는 것은 큰 장점이다. 더욱 올 시즌은 신생팀의 가세로 경기수도 대폭 늘었다. 이는 전 선수를 골고루 활용해야만 봄 배구에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인삼공사는 시즌을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1라운드에서 자주 나오지 못하거나 코트도 밟아보지 못한 선수들도 존재하지만, 조만간 그들에게도 기회는 돌아가고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들은 충분히 존재할 것이다. 약체로만 보였던 흥국생명은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하며 실수하고 이를 통해 배워가는 과정들을 겪고 있다. 이 단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들이다.

 

캣벨이 31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아쉽게 다가오기도 했다. 선수들을 독려하며 자신이 홀로 점수를 책임지는 캣벨의 모습은 흥국생명의 현재이기도 하다. 이주아가 10점을 올리며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웃사이드 히터인 김미연의 7점을 제외하면 전무하다는 점이 흥국생명의 현주소이자 한계이기도 했다. 

 

3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인삼공사는 일요일 현대건설과 경기를 가져야 한다. 여기에 지난 시즌 우승팀인 칼텍스와 경기도 남아있다. 두 팀과 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는 인삼공사의 현전력이 어떤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만약 이들 두 팀과 대등한 실력을 보이거나 잡게 되면 인삼공사의 봄 배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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