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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3R]인삼공사 기업은행 3-0 승, 연패 끊은 인삼 갈길은 멀다(ft. 라셈 고별전)

by 스포토리 2021. 12. 10.

라셈의 마지막 경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많았다. 여기에 첫 연패에 빠진 인삼공사가 이를 끊어낼 수 있는지, 김호철 신임 감독 선임 후 첫 경기에서 기업은행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제법 관심이 가는 경기였다. 절대무적이던 현대건설이 상승세의 도로공사에 잡히는 상황이 벌어지며 상위팀 대결 구도가 흥미로운 상황에서 인삼공사 역시 이 대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완승이 절실했다.

 

1라운드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며 현대건설과 1위 다툼을 하던 인삼공사는 2라운드 들어 3승 3패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극과 극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기거나 지는 경기는 너무 당연하다. 잘해도 질 수 있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문제는 확연하게 눈에 보인다.

눈에 보이는 문제가 2라운드에서 극단적으로 도드라졌고 그 문제가 3라운드 첫 경기인 기업은행과 대결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세터와 공격수들 간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그 어떤 공격수라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이 잘 맞으면 1라운드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드러났듯, 호흡이 안 맞으면 허무하게 진다. 이는 정상적인 팀이라고 볼 수없다. 염혜선 세터는 국가대표 세터다. 그렇다는 것은 그에게 거는 기대치 역시 높다는 의미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새롭게 들어온 선수가 있는 경우 이런 호흡 맞추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욱 국가대표로 나가 팀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면 더욱 문제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이유가 될 수 없다.

 

1라운드 좋았던 호흡이 2라운드 갑자기 무너지는 것은 무슨 문제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염혜선 세터의 토스는 문제가 커 보인다. 후위 토스는 네트에 바짝 붙거나 멀거나 중심을 잡지 못한다. 이는 염 세터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전 경기에서는 속공에서 말도 안 되는 호흡 문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한 경기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일도 있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한 속공조차 문제라면 당장 세터를 바꿔야 한다.

 

세터 문제는 인삼공사만이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모두 겪는 고민이다. 대표적으로 도로공사는 세터를 바꾸고 5연승을 달리고 있다. 감독이 요구하는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격수들이 공격하기 좋은 토스를 하는 세터가 들어오며 도로공사는 완전히 변했다. 절대무적인 12연승 현대건설까지 잡은 힘은 세터에서 나왔다. 

 

오늘 경기에서도 공격수들이 누워서 공격을 하는 기괴한 모습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공격을 하기 위해 올라갔는데 세터가 보낸 공이 뒤에 있다. 이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점프한 상황에서 허리를 뒤로 눕혀서 어떻게든 공을 맞춰야 한다.

 

박혜민은 이런 누워서 하는 공격을 반복해야 했다. 이는 염 세터가 제대로 공을 올려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이후 공격수와 세터가 논의해 어떤 식으로 올려줄지 현장에서 맞추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반복해서 이어졌다는 것은 심각함으로 다가온다.

 

보살이라고 평가받는 이소영이 경기 중 화내는 장면은 처음봤다. 기본적으로 공격할 수 없는 공들만 올라오는 상황에서 답답함이 짜증으로 잠시 표출되는 상황이 나왔다. 보기 힘든 이 장면은 '찐'이었다. 어떻게든 상황에 맞춰 공격을 하려 했던 이소영이었지만, 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세터의 공은 문제다.

염혜선 세터는 밝고 긍정적인 선수다. 산전수전 다겪었고, 선수들만이 아니라 만나는 모두와 금세 친해질 정도로 친화력도 좋다. 과거 세터로서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지만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서 위상도 높다. 하지만 올 시즌 보여주고 있는 문제는 심각하게 다가온다.

 

어디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할지 모르지만 수없이 반복된 훈련에서 이 지적받은 부분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소영과 박혜민, 옐레나는 올 시즌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다.

 

문제는 이들 모두 주전 공격수들이다. 이들이 제대로 공격에 성공해야 팀이 승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공격수들과 호흡이 전혀 맞지 않는 주전 세터가 있다면 팀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1세트 쉽게 잡을 수 있는 경기였음에도 듀스까지 가며 겨우 잡는 과정은 최악이었다.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기력은 최하였다. 현대건설과 도로공사의 경기는 5세트까지 가며 치열했다. 승패를 떠나 양팀 모두 현재 여자배구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줘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오늘 인삼공사와 기업은행 경기는 졸전의 연속이었다.

 

리시브에 이은 토스와 공격의 연계도 엉망이었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어떻게 경기가 이어지는 알 수 없었다. 잦은 랠리는 잘해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수들이 연결되어 어떻게 랠리가 되는지도 모른 채 이어진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인삼공사도 잘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기업은행이 워낙 못했다. 이 정도 능력의 팀과 1세트에서 듀스까지 갔다는 사실 하나로 인삼공사의 문제는 심각하게 거론될 수밖에 없다. 2라운드 후반부터 하효림 세터가 들어오며 공격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전 경기에서도 완패 분위기 속에서 세트를 따내는 과정에 하효림 세터가 있었다. 물론 이후 세트에서 흔들리며 아쉬움을 줬지만, 최소한 공격수들과 호흡에서 하효림 세터가 염혜선 세터보다 좋다는 의미다. 다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 갑작스럽게 나오며 체력인지 알 수 없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흔들리는 모습은 바로 잡아야 할 문제다.

 

2세트는 14-14까지 가는 동안 시소 경기가 이어졌다. 그것 자체도 인삼공사로서는 반성해야 한다. 충분히 가볍게 누를 수 있는 전력의 기업은행에게 이렇게 고전하는 경기를 한다는 것은 다른 팀과 대결에서 문제로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선우가 후반 경기에 투입되며 강력한 공격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는 장면들은 보기 좋았다. 고의정은 서브와 공격력이 좋은데 리시브 과정에서 문제가 반복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리시브는 다음 선수가 받기 편하게 해줘야 한다.

 

고의정의 리시브는 자신이 위치한 곳에 살짝 뜨는 경우들이 많다. 이는 다른 선수가 달려와 이 공을 받아 공격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범실이 나오고 공격 실패하는 경우들이 많았다는 점은 고의정이 풀어야 할 과제다.

 

분명 하효림 세터가 나오면 공격수들이 편안해 보인다. 공격수들이 타점을 잡아가고 부담없이 공격하는 모습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염혜선 세터가 크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왜 자신과 다른 공격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지 말이다.

 

반복해서 연습하고 호흡을 맞춰오고 있음에도 경기에서 이런 식으로 문제가 크게 도드라진다는 것은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소영이 10점에 그쳤다. 그것도 좋아진 것이다. 3점에 그친 경기도 나왔다. 이소영의 공격 루트나 방식을 알기 때문에 상대가 잘 막는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그것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소영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갑작스럽게 인삼공사에 와서 몇몇 경기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소영의 문제가 아니라, 공격할 수 없도록 만드는 세터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박혜민의 누워서 공격하는 모습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옐레나는 상대적으로 높이만 올려주면 타점이 높아지니 공격이 수월해진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다르다. 섬세한 조율이 필요한데 주전 세터가 그 일을 못하고 있다. 이는 하효림 선수가 빠르게 정비해서 치고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다. 하효림 선수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경기는 인삼공사의 3-0 완승이었다. 2연패를 끊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3세트를 홈에서 치르며 연패도 끊었다는 것은 상징적이기도 하다. 옐레나가 좋은 공격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적극적이라는 점도 팀에게는 호재다.

 

이 감독은 옐레나가 공격에만 집중해달라고 하지만 후위에서 보여주는 수비는 탁월하다. 이런 외국인 선수는 고마울 수밖에 없다. 인삼공사는 세터 문제만 빼면 문제가 없다. 선수들 관계가 어느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사실은 경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항상 공격 전 손을 맞잡고 시작하며 실수를 해도 성공을 해도 서로 다독이며 웃는 이들의 모습은 보기 좋다. 실제 선수들 간의 관계도 좋다는 점에서 인삼공사는 세터 문제만 해결하면 올 시즌 최고 성적도 올릴 수 있다. 이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제 해법이 나올 시간이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라셈은 한국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행복해했다. 하지만 하필 그 팀이 기업은행이라는 사실이 두고두고 원망스러울 듯하다. 만약 다른 팀이라면 이 정도로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해 파워가 부족하다지만 이 정도로 힘든 경기를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 속에서 기업은행의 무례한 행동에도 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현재 다른 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이 기업은행에서 시작했다면 현재의 모습을 제대로 다 보여줬을까? 가정론이지만 절대 불가능했다고 본다. 그만큼 팀 경기인 배구에서 기업은행처럼 엉망인 팀에서는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We'll Remember #8'라는 문구를 자신의 신발에 세기고 경기에 나선 라셈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무례하게 경기전 퇴출 사실을 발표한 구단의 행태에도 라셈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오기 전 4경기에 묵묵하게 임했다.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기업은행 부진을 라셈에게 돌리며 비난하기에 바빴던 상황 속에서도 라셈은 최선을 다했다. 이런 엉망이 팀에서 주먹구구식 행정을 하는 수준 이하의 팀에서 이 정도로 열심히 해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경기 전 할머니의 고국에서 마지막을 고하기 위해 직접 인터뷰 요청을 해 팬들에게 마지막을 고하는 모습 역시 기존 외국인 선수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라셈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한국 배구에 대해 전혀 몰랐던 점과 하필 기업은행이었다는 사실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떠났지만 할머니 고국에서 다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분명 부족한 부분들은 존재한다. 스스로 파워를 기르고 경험치를 더 쌓으면 라셈의 바람처럼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라셈을 떠나보낸 기업은행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와 김호철 감독을 맞이해야 한다. 프런트도 모두 바꾸겠다는 행장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말 실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믿기 어려운 기업은행이 최소한 프로 팀으로서 위상을 갖출 수 있을지는 앞으로 이들 행보를 봐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무의미한 고참 선수들의 무기력한 경기력, 그리고 형편없는 실력 등으로 오히려 젊은 선수들의 앞길을 막는 기업은행이 달라질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김호철 감독이 집관하며 형편없다는 혹평에 자신이 일으켜 세우겠다는 소신도 보였지만, 과연 자기 멋대로 하는 기업은행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잠시 눈치 보며 잘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갱생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현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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