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에 이 안건을 올리는 순간 기업은행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게 아니라면 기업은행은 기본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 집단이라는 의미다. 구단과 선수의 문제를 KOVO 상벌위에 회부하는 순간 구체적인 범죄 행위가 없는 조송화를 처벌할 근거는 존재할 수 없었다.
조송화는 변호인을 대동하고 등장해 자신은 무단이탈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할 뿐이었다. 변호사의 입을 통해 밝힌 내용은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고, 구단 역시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음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배구가 하고 싶다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만 밝혔다. 현실적으로 조송화가 배구를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있는 팀은 본소속팀인 기업은행 외에는 없다. 그 어느 팀도 조송화를 데려갈 팀은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선택지 역시 단순하다.
조송화의 뜻대로 코트로 돌아온다고 해도 과연 팬들이 그를 반겨줄까? 실력도 뛰어나지 않고 인성도 이번에 확실하게 드러나며 비난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과연 그가 배구를 할 수 있을까? 뻔뻔하면 그럴 수도 있다. '너희들이 아무리 비난을 해도 나는 내 할 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말이다.
조송화나 변호인들이 바보가 아니다. 자신들이 배구를 하겠다고 나선다고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고 해도 예전처럼 경기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는 사실 역시 인지하고 있다.
제대로 운동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력이 제멋대로 행동처럼 올라올 가능성도 제로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든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남은 기간을 버틴다고 해도 경기에 직접 나설 가능성 역시 무척이나 낮다.
팀 경기인 배구에서 문제가 있는 선수가 함께 한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 역시 크다. 김사니와 조송화, 프런트와 한 몸으로 움직인 고참 선수들에게는 방패막이자 자신도 그런 상황이 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본보기가 되었다며 조송화를 반길 수는 있지만, 연차가 낮아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다른 선수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배구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기업은행이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조송화가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쓸데없이 높은 연봉도 문제지만 실력이 다른 어느 팀으로 가도 주전 세터를 하기에는 부족하다. 나이까지 많은 선수에 뛰어난 실력도 없이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를 과연 다른 팀이 받아줄 가능성이 있을까?
후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수라면 다르다. 나이가 많아도 그런 선수는 후배들을 위한 코치와 같은 선수가 된다는 점에서 팀은 환영한다. 이미 그런 사례들도 많다. 하지만 조송화는 그런 경우도 아니다. 자기 멋대로 팀을 나가는 선수를 그 어떤 감독이 구단이 환영한다는 말인가?
자신은 무단이탈이 아니라 몸상태가 좋지 않아 구단에 이야기를 하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정말 몸상태가 나빴다면 어느 구단이나 절차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감독에게 상의를 하고 팀 내 트레이너와 구단과 연계된 병원 등을 통해 진단을 하고 최종 결론을 내서 결정하는 과정이 기업은행에도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몸상태 안 좋다며 감독에게는 상의도 하지 않고 프런트에 이야기하고 마음대로 팀을 나가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래서 무단이탈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한편이라 생각한 한심한 프런트는 논란이 시작된 시점 분명 모호한 태도로 조송화를 감싸는 행동을 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감독을 내친 경험을 이용해 이번에도 그런 짓을 하려던 프런트와 김사니, 고참 선수들은 그렇게 행동했지만 그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 기업은행은 상상하지 못한 듯하다. 같은 편이라 생각한 조송화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내부적 항명이 시작되리라는 상황 말이다.
기업은행장은 프런트까지 모두 개선해 재탄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저 현재 벌어진 상황을 피하려는 도피 본능만 존재할 뿐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진정한 개혁을 하려는 의지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송화 측이 무단이탈이 아니고 자신은 팀으로 돌아간다는 발언을 한 후에도 기업은행은 이와 관련해 확고한 의지를 밝히지 못했다. 그저 원칙적인 이야기를 할 뿐 조소화의 복귀 발언과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것은 그들도 이미 알고 있던 수순이라는 의미다.
KOVO 상벌위에 회부하는 순간 이 싸움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여성을 폭행하고 불법 촬영까지 한 범죄자에 대해 벌금형을 내리고 복귀시킨 KOVO 상벌위가 구단과 선수 간의 문제를 올린다고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사니가 버티던 시점에서는 이런 꼼수를 통해 조송화가 복귀하는 수순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고, 배구계 모두 기업은행을 배척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프런트는 다급하게 김사니를 물러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 간의 이면 계약이 존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복귀 준비를 하던 조송화였다. 하지만 프런트에서 조송화가 원하는 결과를 들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 틀어져 조송화는 자신이 살기 위해 변호인을 고용했으니 말이다.
조송화가 원하는 것은 명분이다. 자신은 배구를 하고 싶지만 구단이 자신을 내쳤다는 그림을 각인시키고 싶어 한다. 이를 빌미로 기업은행이 주지 않으려는 남은 연봉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의도가 이번 싸움의 핵심이다.
기업은행은 선수가 잘못해 벌어진 일이니 남은 연봉을 못 주겠다거나 상당 금액을 삭감하고 내치겠다는 의도를 어느 순간 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패였던 프런트가 자신을 배신하자 변호인을 고용해 연봉 모두를 받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기업은행과 조송화의 대립은 그저 돈이다. 배구와는 전혀 상관없이 오직 돈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싸움은 추하기만 하다. 서남원 전 감독을 그렇게 악랄한 방식으로 내치고는 계약된 금액도 주지 않으려는 기업은행의 행동을 보면 조송화와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다.
조송화도 한심하지만 기업은행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비슷한 이들끼리 구단과 선수로 만나 이전 감독과 현 감독을 몰아내는 일까지는 성공적인 동행을 했지만, 높아진 배구에 대한 관심은 그들이 상상하지 못한 변수와 마주하게 만들었다.
조송화는 기업은행에게서 남은 연봉을 다 받으면 눈물쇼를 하며 배구를 사랑했지만 자신을 배구에서 떠나게 만든 상황들에 대해 분노하며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게 원하는 그럴듯한 모습의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기업은행은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린 것뿐이다. 그리고 조송화로 끝이 아니다. 난장판을 만든 고참 선수들이 여전히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FA가 되는 일부 선수를 잡지 않는 방식으로 결별하면 그만이지만 그 기간 동안 기업은행은 아무리 변하려 해도 변할 수 없는 구조다.
프런트 개혁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마치 철밥통처럼 자리하며 그 못된 행동들을 언제든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들만의 추악한 싸움에는 그저 돈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팀은 이제 더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행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기업은행과 조송화 논란은 그저 돈만 주고받으면 끝나는 일일 뿐이다. 이런 팀에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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