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오늘 경기에서도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몇 경기에서도 골과는 상관없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주장에 선임되면서 엔제 감독의 전술을 최대한 이해하고 성공시키는 역할을 하는 손흥민은 스스로 골을 희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 맨유에 2-0으로 승리한 것은 운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비록 여전히 원톱으로 나선 히샬리송이 부담감에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팀원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손흥민은 시즌 첫 경기에서 왼쪽 윙어로만 묶여 있었습니다. 이는 잘못된 전술이었죠. 상대가 가장 강력한 적인 손흥민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방어하도록 놔둔 꼴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엔제 감독은 경기 후 전략을 수정해 손흥민이 좀 더 중앙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죠.
손흥민이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해야만 상대가 토트넘을 상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는 손흥민의 능력을 알고 있는 상대 팀들에게 수비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득정왕까지 차지했던 손흥민은 골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팀 승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EPL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영국 현지 언론 일부가 악의적으로 손흥민을 깎아내리려 안달이 나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특정 기사가 안티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이제는 모두 알고 있죠. 그럼에도 손흥민의 존재감은 그런 일부의 폄하로 무너질 수준은 아닙니다.
한 시즌 20골도 넣을 수 있는 선수에게 플레이 메이커를 부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토트넘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엔제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전술을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키가 바로 손흥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손흥민이 이 역할을 거부했다면 이런 유기적 조합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의 희생이 엔제 감독 전술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개인적 기록이나 욕심을 버리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을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선수들을 독려하고,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손흥민이 주장이 되면서 변한 토트넘의 현재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기는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적 후 부주장이 된 메디슨은 오늘 첫 골을 넣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시즌까지 외면 받았던 두 선수의 역할이 주효했습니다. 우선 포로가 비수마에 공을 연결하자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가 사르에게 연결하고, 사르는 중앙에서 올라가는 메디슨을 보고 킬 패스를 넣어줬습니다.
사르 패스를 그저 발만 살짝 닿아 방향을 조금 꺾는 것만으로도 메디슨은 이적 후 첫 골을 넣게 되었습니다. 메디슨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손흥민이 보여준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순간적으로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고 적절하게 온 패스를 골로 연결하는 모습이 정확하게 보였으니 말입니다.
축구 센스와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장면입니다. 이는 엔제 감독 체제의 공격 전술에서 이 선수들이 이런 상황을 설정해 많은 연습을 해왔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몰랐던 비수마의 공격적인 성향과 뛰어난 발재간, 그리고 사르의 완성적인 모습까지 엔제 감독이 칭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은 전반 16분 터진 첫 골에서 잘 드러났습니다.
메디슨은 이적 후 첫 골을 넣고 다트 세리머니를 했고, 그 옆에는 환하게 웃으며 함께 다트 세리머니를 하는 손흥민이 있었습니다. 공격수에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선수가 팀원 골에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공감해 준다는 것은 팀원들에게는 고맙고 행복한 일입니다.
개인의 욕심만 내다보면 전술 역시 바뀌게 됩니다. 그동안 토트넘이 케인을 위한 전술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영국 대표팀 핵심인 케인을 부각시켜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주장이 되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게 토트넘이 다른 시즌과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반 14분 본머스 골키퍼 골킥을 메디슨의 발을 맞고 굴절되자 이를 받은 손흥민은 패널티박스 뒤까지 드리블 돌파를 이어갔습니다. 그 지점은 모두가 아는 손흥민 존이었습니다. 충분히 욕심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집중된 수비 라인을 깨고 홀로 있는 메디슨에게 패스를 내줬습니다.
자신의 골 욕심보다는 보다 확실한 골 가능성을 본 손흥민의 선택이었습니다. 비록 메디슨의 슛이 빗맞아 골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손흥민이 어떤 역할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월드스타인 손흥민이 욕심을 버리면 만들어질 수 있는 과정 중 지극히 일부입니다.
전반 22분에도 손흥민은 폭발적 드리블로 왼쪽 측면 깊숙이 침투한 후 중앙의 사르에게 패스로 연결했습니다. 사르는 문전까지 돌파해 수비수를 제치고 슛을 했지만 본머스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손흥민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고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손흥민도 욕심을 내는 장면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동안 코너킥을 도맡아 해서 이런 경우가 없었지만, 전반 25분 코너킥 상황에서 메디슨이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를 맡고 흘러나왔고, 박스 밖에서 기다리던 손흥민은 트래핑 후 논스톱 슈팅을 했지만, 아쉽게 골대를 살짝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후반 손흥민은 다시 원톱으로 나섰습니다. 후반 초반 히샬리송을 빼고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렸고, 이는 팀 플레이를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영국 현지에서도 히샬리송을 빼고 손흥민을 원톱으로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였습니다.
추가골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왜 손흥민이 원톱에서도 유용한지 잘 보여줍니다. 페리시치가 밑에서 공을 받고 윙어 자리로 치고 올라간 우도지에게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도지는 본머스 수비수 둘 사이에서 중앙에 있던 손흥민에게 패스를 했죠.
손흥민은 이 패스를 받자마자 앞으로 다시 2:1 패스를 내줬습니다. 약간 엇박자가 나듯 속도가 맞지 않았지만 우도지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중앙으로 들어온 클로셉스키에게 멋진 패스를 선보였고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메디슨의 첫 골이 나온 것과 유사한 패스 게임이 결과를 만든 장면이었습니다. 손흥민과 우도지의 패스는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클루셉스키가 편하게 골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손흥민의 원톱으로서 역할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클루셉스키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수비수 4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공을 가지고 버티며, 중앙으로 올라온 벤 데이비스에게 완벽한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거의 노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지만 데이비스의 슛이 뜨며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히샬리송에게 기대한 이런 역할을 그는 해내지 못하고 있지만, 손흥민은 완벽하게 수행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손흥민이 원톱에 서고, 페리시치가 손흥민의 자리에 나서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중앙에서 손흥민이 보다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하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창의적 축구가 토트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의미이니 말입니다. 페리시치가 아니더라도 히샬리송을 손흥민 자리로 보내는 역할 체인지를 통해 히샬리송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중앙 라인에서 손흥민과 메디슨이라는 창의적 선수가 스위치를 해가며 상대를 교란하면 보다 많은 골 찬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을 한 구역에 특정하지 않으면 이렇게 팀은 보다 다양한 방식의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추가시간 손흥민은 중앙 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 윙어 자리에 있던 페리시치에게 긴 패스를 내줬습니다. 이를 받아 수비수 하나를 제치고 페리시치가 슛을 했지만, 안타깝게 빗나갔습니다. 손흥민이 프리롤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엔제 감독 전술은 완성도를 더해간다는 점을 다시 증명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은 선수들은 메디슨과 클로셉스키였지만, 팀 전체를 조율하고 움직이도록 만든 것은 캡틴 손흥민이었습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슈팅 2회, 키패스 4회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맨유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양 팀 최다 키패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손흥민이 어떤 역할을 해주는지 잘 보여줍니다.
손흥민은 최소한 앞으로 몇 경기 더 골보다는 이런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팀에 엔제 감독 전술을 적용시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인 선수라면 엔제 감독의 전술보다 자신의 골욕심을 더 냈을 겁니다. 하지만 이타적인 손흥민이 기록을 포기하고 선수 전체를 이용하며 감독 전술을 녹아내리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어느 정도 팀원들이 엔제 감독 전술에 익숙해지면 손흥민도 골 욕심을 더 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팀원들 역시 득점왕 출신 손흥민이 보다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희생할 겁니다. 손흥민이 보인 그 희생정신을 선수들도 배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이어를 제외하고 새로 영입된 판 더 펜이 로메로와 중앙을 단단하게 채워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재앙에 가까운 다이어가 아닌 판 더 펜의 안정적인 수비는 토트넘의 상승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현재 만족하기는 하지만 로메로 부상이 잦다는 점에서 추가적으로 중앙 수비수를 영입할 필요도 있습니다.
원정 팬들을 위해 모두 모여 함께 승리를 기뻐하는 토트넘은 달라졌습니다. 흥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하는 토트넘 축구는 엔제 감독의 전술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개인의 기록보다 팀을 생각하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다는 점에서 캡틴 손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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