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는 몇 팀이 경쟁하는 시스템입니다. 라리가 역시 유사하죠. 그런 면에서 잉글랜드가 가장 치열한 경쟁을 하는 리그라는 사실은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뮌헨이 보훔과 경기에서 이런 다득점을 올리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압도적 경기력의 차이는 선수들이 방심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경기와 결과는 기존 뮌헨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수비수 김민재가 후방을 단단하게 하며, 새롭게 영입된 케인이 조금씩 팀에 녹아들어 가며 보훔을 상대로 일곱 골을 넣으며 가볍게 승리했습니다.
오늘 뮌헨 라인업에는 조금 변화가 있었습니다. 김민재의 파트너로 매경기 함께 출발했던 우파메카노 대신 지산 시즌까지 뮌헨 핵심 수비수였던 더 리흐트가 시즌 첫 선발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김민재가 영입되기 전 뮌헨 중앙 수비는 김민재와 더 리흐트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파메카노가 각성하며, 매 경기 훌륭한 수비를 보여주자 절대적 존재감을 자랑했던 더 리흐트가 설 자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는 김민재는 붙박이이고,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한 자리를 두고 싸우는 형국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우측 풀백 자리와 센터백을 오가던 파바드는 김민재가 영입되자 이적을 요구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센터백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만큼 김민재가 현재 축구계에서 가지는 위상과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오늘 경기는 그저 일방적이었습니다. 초반 손쉽게 선취골을 넣으면서 경기를 쉽게 이끌었습니다. 케인 원톱에 아래에 무시알라가 아닌 에리크 막심 슈포모팅을 투입하며 투톱처럼 활용한 전략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첫 골을 슈포모팅이 넣었으니 말이죠.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더 리흐트도 좋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센터백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고, 공격에 참여해 코너킥을 완벽한 헤더로 골까지 기록했습니다. 자신이 왜 벤치에 앉아야 하느냐고 항의하듯 말이죠.
하지만 더 리흐트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우파메카노와 교체되었습니다. 이례적인 교체는 경기 후 이유가 드러났습니다. 더 리흐트가 다시 부상을 당해 급하게 훈련장으로 이동해 MRI 촬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명확하게 부상 부위나 상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교체 이유는 다시 부상이었습니다.
더 리흐트가 시즌 동안 선발로 나서지 못한 이유도 부상 여파였습니다. 부상에서 회복하는 단계에서 우려했던 우파메카노가 각성하며 완벽하게 센터백의 위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독일 현지 매체에서도 더 리흐트가 우울하다는 언급을 할 정도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뮌헨에서 붙박이 센터백은 김민재라는 점입니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경기에서 김민재가 빠지고,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 조합이 출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우파메카노를 두고 김민재 교체를 언급한 매체는 시즌 전 군 훈련까지 받았던 상황 때문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죠.
투헬 감독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리그와 챔스 등 중요 경기에서는 핵심 자원을 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주중 포칼 경기에서 김민재를 쉬게 할 생각으로 보흠과 리그 경기에 선발로 출전시켰다는 의미입니다. 더 리흐트가 부상이 아니었다면 후반전에도 나올 수 있었겠지만, 교체 대상은 김민재가 아니었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PK 포함해 케인은 오늘 3골 2도움으로 기록하며, 팀이 넣은 일곱 골 중 다섯 골에 관여했습니다.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골 넣는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났었다는 점에서 이상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실력차가 나는 팀들을 상대하게 되는 분데스리가에서 이 정도는 당연하니 말이죠. 주워 먹기 등 골대 앞에서 골을 넣는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득점력은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다만 케인이 토트넘에서도 보여주었던 플레이메이커 능력까지 함께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중원까지 내려와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능력은 보훔을 상대로 잘 드러났습니다. 상대가 워낙 실력차가 나다 보니 이런 전략이 통하기는 했습니다. 레버쿠젠 등 강팀과 경기에서 케인의 존재감이 사라지고는 했다는 점은 고민할 대목입니다.
상대가 강하면 케인을 방어하고 압박하는 경기가 이어지게 되고, 득점력 역시 사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 주말 라이프치히와 리그 경기는 케인에게도 중요합니다. 약팀 상대로 다득점 하는 케인이 강팀과 대결에서도 자신의 득점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문제이니 말입니다.
라이프치히 경기에서도 케인이 상대를 압도하며 골을 넣기 시작한다면 그의 분데스리가 적응은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케인은 큰 경기에 약하고, 강팀과 경기에서 압도적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과연 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평가전에서 독일 대표팀을 무너트리는데 일등공신으로 나섰던 보훔의 일본 대표팀 공격수 아사노는 김민재라는 거대한 벽에 가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김민재와 대결에서 스피드와 높이, 기술에서 아무것도 능가하지 못한 아사노는 슈팅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교체되어야만 했습니다.
보훔은 투톱을 모두 발이 빠른 선수로 내세우며 기존과 다른 대응을 했습니다. 보훔은 그동안 190cm가 훌쩍 넘는 필립 호프만을 내세워 제공권을 장악해 공격을 이끄는 방식이었습니다. 수비라인에게 길게 올려준 공을 호프만이 헤더로 다른 공격수에게 배달해 골을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뮌헨과 대결에서 보훔은 발이 빠른 아사노와 아제이를 투톱으로 내세웠습니다. 김민재와 더 리흐트 모두 190cm가 넘는 장신이라는 점을 스피드로 이겨내겠다는 전술이었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두 수비수는 보훔 공격수보다 빨랐고 강했습니다.
이 전술이 먹히지 않자 보훔은 바로 호프만을 내세웠지만, 그 마저도 김민재의 높이에서 지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김민재보다 큰 호프만이지만 뛰어난 위치선정과 탄력은 높이마저 제압하는 이유로 작동했습니다. 상대 공격이 무기력해지자 역으로 뮌헨 공격은 강력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비가 안정되면 공격은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김민재는 9번의 볼 경합 상황에서 8차례 승리했고 81차례 시도한 패스에서 패스성공률 94%를 기록했습니다. 리그 초반 김민재의 패스성공률이 떨어지며 우려를 사기도 했었습니다.
나폴리와 다른 뮌헨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일 뿐이었습니다. 오늘 경기에 김민재는 롱패스보다는 공간으로 치고 들어오는 선수에게 안정적인 패스를 해주고는 했습니다. 뮌헨 공격 기점이 김민재라는 점은 오늘 경기에서도 명확했습니다.
김민재가 공을 잡으면 선수들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움직입니다. 미드필더가 올라가며 공간을 만들면 윙어는 코망이 내려와 공을 받고 그 빈자리를 치고 올라간 데이비스가 패스를 받고 공격을 펼치는 형태는 보훔 수비수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초반 경기들과 달리, 뮌헨과 김민재 사이의 호흡이 잘 맞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패스성공률이 잘 보여줍니다. 김민재 활용법을 정확하게 몰랐던 시점과 달리, 공간을 활용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패스를 주고받는 과정은 조금씩 완벽해져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압도적인 점수차에서 보이듯 뮌헨이 보훔을 제압했지만, 그들에게도 기회들은 많았습니다. 이는 김민재가 볼클리어링을 10차례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수비 라인에서 김민재의 수비에 막히지 않았으면 골로 연결될 수 있었던 상황들이 몇번 있었습니다.
다리를 힘껏 뻗어 공을 막고 바로 전진 패스하는 방식은 보훔을 기겁하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열번의 클리어링은 양 팀 선수들 중 가장 많았죠. 그만큼 김민재가 수비를 확실하게 해 주자, 뮌헨은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챔피언스경기에서도 그랬지만 보훔과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드리블 돌파는 한차례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벽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 공격 에이스인 아사노가 5점대 평점을 받으며 단 한 차례도 김민재를 뚫고 슈팅도 하지 못한 상황은 이를 잘 증명했습니다.
독일 매체에서 리더 그룹 바로 아래 김민재를 올린 기사가 있었습니다. 세명의 리더 그룹 바로 아래 김민재가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죠.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이 매체 보도가 사실임이 잘 드러났습니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어수선한 모습이 보이자 김민재가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이 등장했죠. 그 앞에 주장인 키미히가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행동들이 결국 시즌 첫 클린시트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보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 투헬 감독이 김민재에게 다가와 장난을 치고, 이를 받아주는 김민재의 모습은 현재 상황을 잘 대변합니다. 그리고 김민재를 안고 등을 두드려주는 장면에서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얼마나 아끼고 믿고 있는지 잘 드러났습니다.
컵대회에서 완패한 라이프치히와 만나는 뮌헨으로서는 무조건 이겨야만 합니다. 레버쿠젠과의 1위 싸움만이 아니라, 시즌 전 컵대회에서 무기력하게 진 라이프치히를 이겨야만 시즌 내내 우위에 선 채 리그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비 축구의 핵심인 이탈리아에서 최고 수비상을 받은 김민재는 독일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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