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최고의 더비 경기인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은 아스날 원정에서 매번 져왔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수비만 하다 대량 실점을 하고 졌던 토트넘은 올 시즌에는 달랐습니다. 엔제 감독의 스타일과 주장 손흥민의 완벽한 골은 지독한 악운을 끊어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드러났지만 손흥민이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스날이 토트넘보다 전력상 우위에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시즌 2위를 했던 팀이고 올시즌 많은 영입들을 하며 전력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주중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렀다는 것도 부담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축 선수 몇몇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은 아스날로서는 악재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8위로 마치며, 챔스 티켓을 놓쳤습니다. 그리고 컵대회 첫 경기에서 패배하며 12월까지는 리그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휴식과 함께 주말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말이죠.
오늘 경기 전반은 아스날이 토트넘을 압박했습니다.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에 능통한 두 감독이 대결을 치른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습니다. 펩의 전술에 보다 가까운 엔제와 펩의 제자이기도 한 아르테 감독의 대결에서 전반은 아르테타의 승리였습니다.
중원 싸움에서 이겨야만 승리할 수 있는 양팀은 전반 아스날 압박에 토트넘이 자기 진영에서 잦은 실수를 하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었습니다. 외데가르드가 깊숙하게 전진해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압박하는 상황에서 라이스는 메디슨을 밀착마크하며 중원을 지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도지가 초반 엘로우 카드를 받으며 심적인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우도지 자리에서 아스날 공격이 성공하는 상황들이 이어지며, 위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제 감독은 어린 우도지가 스스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믿음을 보였습니다.
아스날의 첫번째 골은 운이 좋았습니다. 슛을 막기 위해 로메로가 뻗은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책골로 시작한 토트넘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원 지배력을 잃었고, 우도지가 빠르게 경고를 받으며 주춤하는 사이 아스날 공세는 더욱 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은 손흥민이었습니다. 중원 싸움에서 밀린 토트넘은 손흥민이 중앙까지 내려서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습니다. 아스날 수비수들이 손흥민의 움직임에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 속에서 그의 동작들은 공간을 만들 수 있게 해 줬습니다.
손흥민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메디슨을 강하게 압박하던 라이스도 조금을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상황은 곧 기회로 찾아왔습니다. 손흥민은 자신의 골을 겸손하게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마지막에 발만 가져갔을 뿐이라며, 그 과정이 아름다웠다는 표현도 했죠.
첫 골이 나오는 과정도 손흥민의 적극적 움직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공간을 만들자 메디슨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패스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손흥민은 클루셉스키에게 패스를 해주고 올라가 다시 받아 직접 슛하지 않고, 이적 후 첫 선발로 기존 손흥민 자리에 나선 존슨에게 완벽한 패스를 넣어줬습니다.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상황이었지만, 존슨의 슛이 조금 약했고, 아스날 라야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까지 이어지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메디슨이 공을 살려내고 라인까지 끌고 가며 손흥민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수비수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골대를 맞고 들어가는 동점골을 만들었습니다.
손흥민은 이 과정을 팀의 공으로 돌렸습니다. 팀원들 모두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져 골을 넣을 수 있었다는 손흥민의 겸손함은 대단할 정도였습니다. 전반을 1-1로 마친 것은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중앙 압박을 하며 토트넘을 힘들게 했던 라이스가 부상으로 교체되며 아스날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흥민은 아스날 선수들이 바뀐 것을 보고 메디슨에게 강하게 압박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이런 제안이 실제 현실이 되기도 했습니다.
후반 10분 불운한 로메로가 핸드볼 파울이 나며 사카에게 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 핸드볼은 파울이라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의도적으로 공을 막기 위해 손을 내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수비하는 과정에서 공이 손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판정을 한다면 이는 파울이 될 수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아스날 홈에서 치러진 경기라는 점에서 심판이 아스날에게 유리한 판정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엔제 감독이 경기 후 이 장면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죠.
손이 없는 수비수라도 찾아야 할 거 같다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맞은 것까지 파울로 준다면 수비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앞에서 슛을 하는 상황에서 몸을 내던지며 막는 과정에서 나온 손에 맞는 것까지 파울을 준다면 수비수는 손이 없어야만 이 파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1-2로 끌려간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1분 만에 조르지뉴를 압박한 메디슨이 공을 빼앗고 순간적으로 폭을 넓히며 오른쪽으로 향하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전달했습니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아무리 대단한 선방을 했던 골키퍼라도 절대 막을 수 없는 환상적인 골로 마무리했습니다.
강하게 찰 필요도 없이 정확하고 아름답게 골을 넣은 손흥민은 곧바로 원정팬들을 향해 달려갔고 포효했습니다. 선수들이 모두 달려와 환호하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손흥민은 진정한 리더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다만 아쉬웠던 것은 손흥민의 해트트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충분히 가능성도 있었지만, 엔제 감독은 70분이 넘어 히샬리송과 교체했습니다. 현지 중계진들은 엔제 감독이 무승부에 만족한다고 표현했습니다.
결정적인 존재인 손흥민을 뺀다는 것은 이기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판단한 것이죠. 이런 인식이 중요합니다. 손흥민을 바라보는 현지 중계진들과 팬들, 그리고 전문가들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교체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손흥민과 메디슨 모두 100%가 아닌 몸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했습니다. 엔제 감독은 손흥민과 메디슨을 함께 교체해줬는데, 이런 좋지 않은 몸상태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고무적입니다. 부상은 아니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후반 손흥민이 종종 무릎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숨을 몰아쉬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경기 전 다양한 행사들에 다닌 여파로 인해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엔제 감독은 히샬리송이 손흥민의 역할을 해주기 바랐지만, 그는 아직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 라인을 교묘하게 파괴하는 것과 달리, 히샬리송은 라인 자체를 무시하며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거나, 유기적으로 동료들을 이용하는 패스 능력이 떨어졌습니다. 손흥민이 빠진 9번 자리에 나선 히샬리송이라는 점에서 너무 극명하게 비교가 되는 상황들이었습니다.
손흥민은 1993년 5월 존 헨드리가 아스날 원정에서 2 득점을 한 이후 30년만에 토트넘 선수가 아스날 원정에서 2득점을 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최고의 라이벌전에서 한 선수가 다득점 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토트넘과 아스날 모두 상대팀을 상대로 더비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이제 손흥민이 되었습니다. 천하의 앙리도 골기록을 갈아치웠던 케인도 이제는 손흥민 아래에 서게 되었습니다. 손흥민은 이 중요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토트넘 이적 후 150호 골을 기록했습니다.
개인 통산 199골을 넣은 손흥민은 다음 경기에서 대망의 200호 골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개인 기록에 집중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대기록들을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손흥민의 활약에 영국 현지 평점은 모조리 손흥민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습니다.
가장 주목받은 북런던 더비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모습은 위대한 선수로서 능력만이 아니라, 팀을 아우르는 리더로서도 만점이었습니다.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며, 필드에서 직접 스승이 되어 가르치기도 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손흥민. 그는 단순히 플레이 메이커로서 능력만이 아니라 9번 자리에서 완벽한 공을 넣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더욱 오늘 경기 직전 연습 과정에서 첫 번째 골이 나오는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연습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메디슨이 라인 가까이까지 가서 컷백 해서 손흥민에게 전달하고, 이를 가볍게 골로 연결하는 연습을 많이 했던 이들은 실제 경기에서도 완벽하게 이를 재현했습니다.
다음 리버풀과 경기는 토트넘 홈에서 치러집니다. 리버풀이 6라운드에서 승리하며 무승부를 거둔 토트넘과 아스날을 밀어내고 2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리버풀 역시 강팀이기는 하지만, 현재 토트넘의 분위기를 보면 최소한 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습득력을 보이는 어린 능력 있는 선수들이 오늘 아스날 경기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득점왕 시즌 보여줬던 손흥민의 날카로운 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벤탕쿠르 역시 부상에서 돌아오게 된다는 점에서 손흥민이 이끄는 토트넘은 홈에서 리버풀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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