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경기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완벽해 보였던 초반 흐름은 다이렉트 퇴장 후 급격하게 흔들렸고, 그런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토트넘은 기존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수비 위주의 팀이었던 토트넘은 엔제 감독 부임 후 완벽한 공격 축구를 보여줬고, 오늘 경기는 이런 공격 축구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지만 토트넘은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맨시티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런던 더비라는 특수성이 작동하며 토트넘은 경기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가야 했지만, 로메로의 잘못된 행동은 모든 것을 망치게 만들었습니다.
경기 초반 클루셉스키의 슛이 첼시 수비수 맞고 굴절되며 선제골로 앞서나간 토트넘은 이후 환상적인 패싱 게임으로 추가골도 넣었습니다. 선발로 나선 존슨이 중앙에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넣어줬고, 특유의 감각적인 슛으로 골망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고 말았습니다.
VAR에서도 한쪽은 아니었고, 다른 쪽에서 아주 약간 앞섰다는 판정이 났지만 황당함으로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손흥민 골이 취소된 후 문제의 로메로 반칙이 나왔습니다. 깊게 들어간 태클이 첼시 선수 정강이를 차는 상황이 되자, VAR를 통해 확인 후 즉시 퇴장을 당하며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메로가 좋은 센터백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는 퇴장을 자주 당하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최근 3시즌 동안 4번의 퇴장을 당한 선수는 로메로가 유일할 정도로 그의 욱하는 성격은 중요한 순간 발목을 잡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로메로 퇴장으로 인해 선발로 나선 존슨은 교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센터백이 경기 초반 퇴장당하며 어쩔 수 없이 윙어가 빠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이것만이 아니라 후반에는 우도지까지 불필요한 태클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는 황당한 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우도지의 이 행동이 왜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양 발이 모두 들려진 상태로 상대 선수에게 태클을 가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왔던 우도지가 로메로 퇴장 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물러나며 토트넘은 9명이 싸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더욱 전반 팀의 핵심 자원이었던 센터백 반더벤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물러나며, 토트넘은 윙백인 에메르송 로얄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 시즌 최고의 영입으로 꼽힌 반더벤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토트넘의 향후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미드필더 핵심이 된 매디슨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며 토트넘의 위기는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호이비에르가 교체되어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원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더욱 벤탄쿠르가 복귀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비 라인은 큰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퇴출 1순위인 다이어가 센터백으로 다음 경기 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오늘 센터백으로 나선 로얄도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심 센터백 두 선수가 모두 다음 경기에 출전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2명이 퇴장당하고, 2명의 핵심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토트넘의 공격 축구는 조금도 움추러들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재미없는 축구들을 해왔습니다. 이는 손흥민의 뛰어난 역습 능력이 빛을 발하게 했지만, 수비 축구라는 멍에를 벗기 어려운 재미없는 축구임이 분명합니다.
엔제 감독이 오면서 완벽한 공격 축구를 펼쳤고, 그런 그들의 축구는 오늘 첼시와 경기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이어졌습니다. 7-1 전술은 말도 안 되는 극단적 축구입니다. 7명의 선수가 보통 이런 경우 수비 라인을 두텁게 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엔제의 토트넘은 7명이 모두 중앙선에서 수비라인을 짜는 극단적 공격 축구를 선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경기 후반 완벽한 골로 동점을 만드는 듯 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환상 수비에 막히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 골이 들어갔다면 이 전술이 조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격 축구의 틀은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추가 시간에 잭슨이 연이어 2골을 넣은 장면은 예고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발빠른 센터백이 없는 상황에서 첼시는 중앙선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깊게 넣어준 패스를 공격수가 질주해 골을 넣는 방식으로 연이어 두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도 토트넘은 포기하지 않고 공격 축구를 이어갔습니다. 홈구장을 가득 채운 토트넘 팬들이 1-4 대패를 했음에도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2로 지나, 1-4로 지나 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감독의 결정이지만, 팬들이 원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토트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최전방에 손흥민이 있었습니다.
대패한 경기에서 손흥민과 포로가 평점 7점을 받았고, 골키퍼 비카리오는 8점을 받았습니다. 이런 경기에서 패배한 팀의 평점은 최악으로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평점 사이트에서는 비카리오에게 10점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그 사이트에서는 손흥민에게 8점을 부여했죠.
비카리오가 왜 최고의 골키퍼인지 오늘 경기에서도 잘 보여줬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온몸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낸 골키퍼의 활약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동기 부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카리오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최전방에서 쉼 없이 뛰며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며 독려하는 손흥민을 보고 자신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습니다.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들은 모든 것을 바쳤고, 그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우리는 몇 번이나 동점골을 넣을 뻔했다. 우리의 정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가 있는 한 5명이 뛰어도 라인을 올린다"
엔제 감독은 비록 시즌 첫 패배이자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서 칭찬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몇 번이나 동점골을 넣을 뻔했다며, 그게 바로 우리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닥공 축구의 진가는 엔제 감독의 마지막 말에 있었습니다. 자신이 토트넘을 이끄는 한 5명이 뛰어도 라인을 올려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더라도 마지막까지 공격을 하겠다는 의지는 팬들이 대패한 경기에도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낸 이유였습니다.
"나는 거의 40년간 축구를 봐왔다. 중립팬 입장에서 이 경기는 여러 이유로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 중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인 이유다"
리버풀 전설 제이미 캐러거는 오늘 경기에 대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흥미진진한 경기 중 하나였다고 말한 캐러거는 이것이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인 이유라 했습니다. 다른 리그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한쪽이 대패를 하거나 최대한 실점을 막기 위해 공을 돌리는 경기를 했을 겁니다.
지루한 경기로 승점 1점을 탐하기보다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를 펼쳐 승점 3점이 아니면 모두 잃겠다는 공격 축구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듭니다.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이깁니다. 그런 점에서 엔제의 공격 축구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대패로 토트넘은 달라진 공격 축구의 진가를 보여줬습니다.
핵심 자원 4명이 이탈하며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자칫 내리막길로 가는 이유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토트넘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들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도 상대를 압박하고 이겨낼 겁니다.
포체티노 더비에서 토트넘은 최악의 모습으로 대패했지만, 이를 통해 더욱 우승 경쟁에 부합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 주변에 엔제와 포체티노가 함께 하는 장면은 상징적이었고, 절대 물러서지 않고 공격 축구를 이끄는 손흥민의 강렬함은 토트넘을 더욱 성장하도록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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