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으로 인해 손흥민과 황희찬이 전지훈련장인 아랍에메레이트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PSG(이하 파리)는 이강인에게 컵대회 결승 참가를 요청했고, 협의 끝에 이강인은 컵대회 이후 대표팀 합류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죠. 감독의 요청이 있었고, 당연하게도 이강인은 트로피 드 샹피옹 결승에 나섰습니다.
리그앙 절대 강자라는 위치에 있던 파리는 최근 몇년 동안 그 위상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슈퍼스타들이 즐비하던 파리도 이제는 새로운 전술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리고 재능이 있는 선수들 위주로 팀 자체를 바꿔나가는 중이기에 이런 절대 강자라는 위상은 조금 흔들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감독 요청으로 컵대회 결승에 나선 이강인은 시작과 함께 축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신년 파리 첫 골이자, 컵대회 우승 가능성을 급격하게 높은 골이었습니다. 경기는 이강인과 음바페의 두 골을 잘 지켜내며 파리는 12번째 '트로피 드 샹피옹'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전반 3분 만에 터진 이강인의 선취골 과정은 파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였습니다. 이는 충분히 훈련이 된 팀들이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이었습니다. 물론 훈련만 한다고 결과물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개인 능력도 동반되어야 만들어지는 과정이니 말이죠.
비티냐가 우측에서 파고드는 뎀벨레를 보고 길게 패스를 했습니다. 빠른 스피드로 파고든 뎀벨레는 공을 받자마자 바로 중앙으로 패스를 넣어줬습니다. 이게 쉬워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쉬운 패스가 아니었습니다. 길게 넘어온 공을 완벽하게 패스를 내주는 것은 뎀벨레가 사실 굉장히 실력이 좋은 선수라는 의미입니다.
비티냐의 긴 패스가 이어지는 순간 파리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뎀벨레에 이어 음바페가 중앙으로 치고들어가며 상대 수비수 셋을 몰고 갔습니다. 당연히 주포인 음바페를 막기 위해 수비수들이 모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상황에서 뎀벨레는 당연하게도 음바페가 아닌 그 뒤에 있는 이강인을 향해 논스톱 패스를 넣어줬습니다. 그렇다고 이강인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강인 앞에 수비수가 버티고 있었고, 음바페를 막기 위해 뛰던 수비수들도 방향 전환을 했기 때문입니다.
뎀벨레의 논스톱 패스를 이강인 역시 논스톱으로 완벽하게 골을 넣었습니다. 수비수를 비껴가고 골키퍼도 손을 쓸 수 없는 공간으로 넣어버린 이강인의 골은 대단했습니다. 프랑스 언론들이 이강인을 비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이 골은 이강인의 존재감이 뭔지 잘 보여줬습니다.
이강인에게는 시즌 세번째 골이었습니다. 골을 주로 넣는 공격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골수는 의미가 없지만, 그럼에도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 흐름을 이끌며 팀 승리를 만드는 과정을 담당하는 이강인이지만 골 넣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강인이 넣은 골은 흥미롭습니다. 이강인의 데뷔골은 리그가 아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인 AC밀란과 경기에서 파리로 이적한 후 첫 골을 넣었습니다. 한 달 후인 11월 몽페리에전에서 리그앙 데뷔 골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강인이 이번에는 컵대회에서 골을 넣으며 각기 다른 대회에서 골을 넣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이강인은 파리 이적 후 리그와 챔스리그에서 골과 도움을 추가하며 공식적으로 16경기 3골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1095분의 출전 시간으로 경기 당 약 68분을 뛰며, 사실상 주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을 보였습니다. 부상 등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주전이라고 봐야겠죠.
선제골로 앞서나가던 이강인의 존재감은 35분 다시 드러났습니다.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전달된 공을 가슴 트래핑 후 오버헤드킥을 하는 과정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런 시저스킥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완벽한 타이밍의 놀라운 오버헤드킥이었지만 왼발에 맞은 공은 아쉽게 휘며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골은 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감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강인이 이런 슛을 시도한 것은 자신감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감없이 만원 관중 앞에 컵대회 결승에서 이런 시도 자체는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전반 막바지 음바페의 추가골이 시작되는 기점도 이강인이었습니다. 물론 음바페의 개인 능력이 골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수비수들을 제치고 한반짝 빠르게 슛을 하는 음바페의 모습은 그가 왜 최고라고 불리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상대와 몸싸움에서 자연스럽게 손으로 막아내며 이겨내고, 수비수들 틈을 이용해 교묘하게 골을 넣는 음바페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이런 선수와 함께 경기를 뛰는 이강인에게는 좋은 학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음바페가 올 시즌을 마치고 다른 팀으로 이적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강인에게는 좋은 순간들입니다.
후반전은 툴루즈의 맹공이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툴루즈 공격이 강해지며, 파리 공격수들의 활동량은 적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나룸마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우승을 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위기가 많았습니다. 후반 툴루즈 맹공을 막아낸 파리는 12번째 컵대회 승자가 되었습니다.
이강인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게 되었습니다. 파리에 오자마자 맞이한 첫 우승이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죠. 리그앙 우승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챔스 우승을 과연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이강인은 경기가 끝난 직후 MOM으로 선정되어 수상까지 했습니다. 메시가 그 자리에서 받았던 상을 받은 이강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올 시즌 파리가 영입한 선수 중 이강인은 가장 적은 금액을 사용했습니다.
적은 금액으로 영입한 이강인이지만,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죠. 음바페의 독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 유니폼 판매에서도 이강인의 압도적 힘은 현지 매체를 놀라게 했습니다. 물론 월드와이드로 보면 음바페의 유니폼 판매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습니다.
이강인 이적으로 파리 홈구장을 찾는 한국인이 늘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강인이 유니폼 팔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 아니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전술에서 이강인은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오른쪽 윙어 자리가 이강인에게 가장 최적이라는 의견들이 많지만, 엔리케 감독은 중앙과 양 사이드 윙어 자리 등 상황에 맞춰 이강인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감독이 이강인의 능력을 믿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믿지 않으면 상대 전술에 맞서 이강인을 다양한 포지션에 배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언론은 여전히 이강인에게 박한 평가를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번에 새삼 느끼게 되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매체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보이는 평가는 인종차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입니다. 유럽인들에게 유럽과 식민지였던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절대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음을 알게 했습니다.
음바페가 이탈하면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음바페 정도의 파괴력을 갖춘 선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무아니와 하무스를 새롭게 영입했지만 그들이 제 몫을 못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바페 때문에 이들이 제대로 활약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리그에서 존재감을 보인 무아니와 하무스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 궁금합니다.
중원을 지배하는 선수들은 엔리케 감독도 직접 언급했듯 치열합니다. 이강인, 에메리, 비티냐, 우가르테 모두 주전으로서 충분히 가치를 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우가르테가 중용되어 왔지만, 컵대회 결승에서 엔리케 감독은 우가르테가 아닌 비티냐를 선택했습니다.
이 선택에 대해 감독은 우가르테가 실력으로 밀렸다며, 중원은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는 말로 선수들의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에메리는 파리 출신으로 팀의 미래로 꼽히는 프랑스 자원입니다. 비티냐는 지난 시즌에도 주전으로 맹활약했다는 점에서 변수는 적습니다.
시즌이 시작되며 이강인이 과연 이들과 어떻게 어울릴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컵대회 결승에서 이 세명이 흥미롭게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잘 보여줬습니다. 교체로 들어온 아센시오는 존재감을 잘 보여주지 못했고, 바콜리와 이강인의 호흡도 좋다는 점에서 파리의 미래는 이강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강인이 절대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파리의 전략이 달라지면서 이미 검증된 나이든 슈퍼스타가 아니라, 재능 있는 뛰어난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 색깔을 바꾸려고 합니다. 브라질 신성들의 영입도 완료되면서 오히려 음바페 이후의 파리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게 합니다. 음바페가 남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파리가 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강인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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