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아시안컵을 위해 팀을 떠난 후 첫 경기는 FA컵 대회였습니다. EPL 팀인 번리와 경기라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로의 원더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토트넘은 번리와 무승부로 경기를 끝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번리 경기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과거 케인이 부상으로 빠지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승률은 더욱 좋은 경우들이 허다했습니다. 그건 손흥민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손흥민이 없는 토트넘 공격진은 히샬리송이 원톱으로 나서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손흥민이 있던 상황에도 히샬리송을 원톱으로 사용했지만, 상황은 많이 다르죠. 왼쪽에는 존슨이 오른쪽에는 클루셉스키가 나섰고, 중앙에는 로 셀소가 나섰습니다.
토트넘이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라인업이었습니다. 미드필더는 부상에서 돌아온 벤탄쿠르와 스킵이 나섰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호이비에르보다는 스킵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가 토트넘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호이비에르가 전 경기에서 부상당한 벨리즈에게 패스해 비난을 받은 상황을 생각해 보면 조금은 넋이 나간 듯한 상황입니다.
수비라인은 우도기, 데이비스, 에메르송, 포로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골키퍼는 빛카리오 비카리오가 나서 골문을 지켰습니다. 현재 시점 토트넘이 낼 수 있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라인업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번리는 의외로 베스트 멤버가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리그 경기에 보다 집중하기 위함인지 모르겠지만, 핵심 선수를 제외하고 나선 경기는 엉망이었습니다. 이런 번리를 상대로 토트넘이 제대로 압도하지 못한 것은 답답함 그 자체였습니다. 영국에서 손흥민을 무조건 까기만 하던 기자까지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기사를 쓸 정도로 토트넘의 오늘 경기력은 답답함 그 자체였습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죠. 손흥민 자리에 나선 존슨의 빠른 주력을 이용한 공격은 기회들을 만들어가기는 했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원톱 히샬리송은 매번 기회를 놓치며 골 결정력 난조를 보이며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존슨이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서는 자신의 몫을 다해내지만 왼쪽으로 옮기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왼발로 패스를 해줘야 하는데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니 자꾸 패스 타이밍을 놓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고는 했습니다.
패스를 받고 빠르게 중앙으로 연결해주던 손흥민을 생각해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패스를 받기 위해 중앙선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기점 패스를 통해 공격 루트를 만들어주고는 했습니다. 수비수에게 받아 상대 수비수를 벗겨내는 패스로 위로 올라가는 우도기에 연결하는 과정은 기존 토트넘의 공격 방식이었습니다.
공격 형식은 동일한데 손흥민 자리에 존슨이 서자 이게 되지 않았습니다. 수비수에게 패스를 받자마자 질주하는 우도기에게 패스를 해주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당장 상대 수비가 압박하는 상황에서 존슨은 패스보다는 공을 지키기 위해 움츠리다 오히려 빼앗겨 위기를 맞는 경우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공격 루트는 동일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선수의 능력차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오늘 경기는 잘 보여줬습니다. 히샬리송의 전방에서 마무리 능력도 아쉬움이 컸습니다. 수비수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황희찬처럼 한번 제끼는 동작으로 수비수를 걷어내고 보다 성공 가능성 높은 슛을 해야 하는데, 그런 행동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슛에 급급해 어떻게든 하는데 타점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얻어걸리듯 그렇게 하나 걸리면 골이란 생각이 있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이런 공격 라인으로 손흥민없는 한 달 반을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습니다.
후반 엔제 감독은 변화를 줬습니다. 존슨을 원 포지션인 오른쪽으로 옮기고, 클루셉스키를 중앙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그리고 로 셀소를 빼고 힐을 세우며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존슨이 오른쪽으로 가면서 공격은 살아났지만 결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전반의 아쉬움처럼 후반도 비슷했습니다. 우도기의 크로스를 존슨이 슛을 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죠. 이런 상황에서 후반 32분 유일한 골이 나왔습니다. 역습 과정에서 클루셉스키와 히샬리송의 공격이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기회는 찾아왔습니다.
이 상황에서 번리 골키퍼는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려 했지만 그게 위기를 맞게 만들었습니다. 골키퍼가 내준 공을 커트한 것이 바로 포로였습니다. 그리고 포로는 박스 바로 밖에서 작정하고 슛을 했습니다. 오른쪽 박스 바로 밖에서 반대쪽 골대 안으로 빨려가는 공은 환상적이었습니다.
무회전 골은 완벽한 궤적을 만들어냈고, 이 골은 포로가 낼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토트넘 공격수들이 제대로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자 수비수가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포로의 이 한방으로 경기는 토트넘이 이길 수 있었습니다.
번리가 아닌 다른 상대였다면 이런 결과를 내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그나마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세세뇽이 교체된 후 후반 40분 박스 안에서 수비수를 뚫고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습니다. 비록 골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세세뇽의 복귀를 기대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손흥민이 없는 상황이 심각한 수준임을 토트넘이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포로의 인생 한방으로 토트넘은 FA 32강에 올랐습니다. 1월 중 32강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손흥민 부재를 어떻게 채워낼 수 있을지 의아합니다.
데이비스가 햄스트링 부상이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상 병동인 토트넘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맨유라고 하지만 15일 맨유 전이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그나마 판더벤이 부상에서 복귀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과연 손흥민 없는 토트넘은 어떤 해법들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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